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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34141
    작성자 : 공돼
    추천 : 2
    조회수 : 361
    IP : 125.182.***.15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9/09/07 14:17:19
    http://todayhumor.com/?readers_34141 모바일
    추종자, 팔로어(follower)
    옵션
    • 창작글

    안녕하세요. 1~2년 전 즈음 피드백을 해달라며 아무 글이나 올렸던 사람입니다. 좋은 답변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제가 이상한 글들로 분위기를 흐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존감 박살인지 열등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동안 개인 블로그에서 글쓰기 취미를 즐겼습니다. 그러던 중 사정상 반 년 정도 글쓰기를 중단했는데, 뭔가 아리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발전도 소통도 없는 글쓰기를 다시 즐길 수 있을지, 1 년 동안 매일 썼던 글은 왜 써지지 않는지, 고민하던 중 이곳이 생각나서 와봤습니다. 지금은 피드백을 부탁하는 것이 꽤 무례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읽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만족입니다.

     

     추종자란 어떤 사람의 권력이나 주장, 학설 따위를 좇아서 따르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다. 그런데 이것을 팔로어(follower)라고 번역하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역은 아니지만 뉘앙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팔로어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진 시기는 SNS가 활성화되면서부터다. 과거에 지금의 SNS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은  블로그와 싸이월드 같은 서비스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엄청난 수의 이용자들이 SNS로 옮겨갔다. 때문에 팔로어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이웃, 친구 추가, 즐겨찾기, 일촌 같은 느낌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추종자라는 단어는 사이비 종교와 테러단체같이 부정적인 곳에 자주 쓰였다. 그 결과 추종자와 팔로어의 뉘앙스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사전적 의미가 거의 유사함에도 말이다. 서론이 긴 이유는 오늘의 주제가 추종자와 팔로어 사이에 존재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팔로어라 칭하지만 추종자로 불리는 그들, 몇 가지 사례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류는 '시녀'라 불리는 집단이었다. 시녀는 SNS에서 특정 여성을 지지하는 여성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단, 평범한 지지가 아닌 맹목적이고 비논리적인 지지에만 해당한다. 그들의 지지를 받는 특정 여성은 외모가 출중하거나 패션과 뷰티에 두각을 보이는 경향이 있고, 이쁘고 아름다운 라이프 스타일을 어필하여 여성들의 로망과 허영을 자극한다. 특정 여성은 동경의 대상이 되어 여왕 같은 대접을 받게 된다. 이 과정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여왕이 위기에 직면하면 시녀는 맹목적인 충성을 보인다. 여왕의 추하고 더러운 내면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여왕에게 투영하던 자신의 내면을 부정하는 것이 두려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시녀의 존재는 사건이 터져야 드러난다. 하지만 스스로가 시녀임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들은 여전히 선량한 팔로어임을 강조할 뿐이다.

    두 번째는 여캠 추종자, 또는 팔로어들이다. 이 역시 시녀와 마찬가지로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건전한 여캠과 건전한 팔로어는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언급하는 부류는 신체 노출과 외모로 성욕을 자극하는 여캠이다. 그것들은 누가 봐도 성적인 콘텐츠다. 하지만 추종자들은 보이는 라디오, 또는 소통 방송이라며 애써 부정한다. 자신은 성욕 해소가 아닌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며 비판하는 의견들을 편협한 사고방식, 또는 꼰대라 치부한다. 나는 그들의 주장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성적인 콘텐츠를 즐기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꼰대 같지 않은가.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낮은 충성도다. 더 이쁘고 가슴골이 더 파인, 새로운 여캠이 등장하면 미련 없이 떠난다. 반복된 섹시춤과 애교에 금방 싫증을 느낀다. 일부는 시녀급의 충성도를 보이지만 속내는 시녀의 그것과 다르다. 투자한 돈과 여캠과의 개인적인 커넥션을 염두에 둔 거짓 충성이 대다수다. 그들에게는 추종자라는 표현조차 과분하다.

    세 번째는 정치. 이 동네는 애초에 편을 가르고 시작하기 때문에 추종자 뉘앙스가 강하다. 이념과 사상에 사로잡히는 원리는 사이비 종교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사이비 신도를 이해할 수 없는 것만큼 반대편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곳의 특징은 팔로어라는 단어 대신 '지지자'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 속내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유사하다. 스스로를 누군가의 지지자라 말하면서 서로를 추종자라 비난한다. 이미 써버린 세 줄이 아까워서 지우지 못했다. 더럽게 재미없는 주제다. 더 쓰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유남생.

    네 번째는 전문직이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소름 돋는 목격담이 있다. 꽤 잘 나가는 어느 통역사가 학벌주의를 강조하며 엘리트 집단은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 보면 비난받을만한 발언이다. 하지만 그 통역사의 말에 수긍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그의 주장을 대충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전문 통역사의 학벌과 배경을 보면 엘리트가 많다. 의사와 변호사보다 더 뛰어난 집단인데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평범한 통역사와 우리는 급이 다르다". 주장 자체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통역사가 노력과 능력에 비해 낮게 평가된다는 사실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월함과 특권의식을 노출했다. 그리고 추종자들은 이 부분을 철저히 외면했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우선 그의 실력은 의심할 만한 구석이 없었다. 추종자들은 일류 통역사의 노하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그가 전달하는 지식은 해답지에 가까웠을 것이다. 다소 의문이 생기더라도 반박하지 않고 수긍하는, 마치 교수와 학생의 관계처럼 보였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교수의 발언에 굳이 태클을 걸지 않았다. 내가 틀릴 확률이 굉장히 높고, 맞는다고 해도 득 볼 것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수에게 잘 보여야 했다. 그곳의 추종자들은 교수를 대하던 과거의 나와 비슷했다. 그들의 특징은 맹목적 지지가 아닌 '회피'다. 못 본 척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추종자로 만드는 특이한 부류다.

    그 밖에 연예인 팬덤이나 이념, 종교 등에서도 추종자와 팔로어 사이를 배회하는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스스로를 추종자라 표현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추종자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나 역시 어딘가의 추종자일 것이다. '어딘가'라고 말한 이유는 정말 모르기 때문이다. 자각할 수 없고 인정하지 않으면 당연한 것이다. "세상을 넓게 보고 타인의 생각을 배려하면 자각하고 인정할 수 있다"라는 뜬구름 잡는 방법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아는 한 불가능에 가깝다. 소크라테스나 간디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 법한 초능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찾은 실마리는 타인의 시각이다. 우리가 공자가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보려면 기억상실증에 걸려야 한다. 건강 문제만 없다면 하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타인의 시각이라는 더 안전한 방법이 있다. 타인의 의견이 마음에 들고 어쩌고는 다음 문제다. 그들의 시각 속에 나의 주관이 0%라는 점이 핵심이다. 정리를 하자면,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추종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이 추종자인지 뭔지를 왜 몰라?" 꽤 날카로운 질문이다. 내가 사기꾼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타인의 시각은 생각보다 얻기 힘든 정보다. 왜냐하면 타인에 대한 시각은 목소리가 되기 전에 정제되기 때문이다. "악역을 하기 싫어서", "친하니까", "굳이 나쁜 소리 할 필요가 있나". "내가 이렇다는데 어쩔 거야, 답답하면 관심법 쓰던가" 내가 생각하는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기'란 솔직한 답변을 끌어내는 노력이다.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지인에게 물어보자. "진짜 궁금해서 그래. 쌍욕 해도 좋으니까 그때 내가 너한테 어떻게 보였는지 솔직하게 말해주렴~!" 돌아온 답변이 "추종자 같았어, xx같은 xx야"라면, 자신이 추종자 일 확률이 95%다.

    글쓰기 취미를 하며 가장 원했던 것 1순위는 조회수가 아니었다. 냉정한 피드백이 절실했다. 진심 어린 피드백이야말로 최고의 객관적 정보다. 피드백이 쌓이면 쌓일수록 내가 누군지, 추종자의 글로 보이는지 따위를 분석할 수 있다. 간접적으로 점차 공자가 되는 것이다. 불행히도 그 끝은 공자의 반의반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그 정도 수준만 되어도 조회수 걱정은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신이 추종자인지 뭐인지 자각할 수 있다. 결론은 글쓰기 취미 추천이다. 기승전글쓰기. 나는 글쓰기 취미 추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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