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게에 가 있는 37세 유부남이라 밝히신 분의 생리 관련 글을 읽다가, 댓글에 좀 어이 없는 내용을 발견해서 씁니다. 유머는 아니지만 원글이 유게에서 올라온 글이라 유게에 씁니다. 불쾌하시면 삭제하겠으니 양해 바랍니다.
생리혈이 질을 통해 나온다는 내용을 보고, 처녀막이 있는데 어떻게 나오냐는 댓글이 달렸더군요. 그랬더니 그 밑에 분이 처녀막에 구멍이 숭숭 나 있어서 나올 수 있다고 달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틀린 이야기입니다.
이게 왜 틀린 이야기인가 알려면, '처녀막'이란 단어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막'이란 '물건을 덮고 있는 얇은 층'이라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시작되는 겁니다.
실제로 처녀막은 사전적 의미의 '막'이 아닙니다. 당연히 '구멍난 막'도 아닙니다. 애초에 '막'이란 단어를 붙이기 어색한 조직인겁니다.
그것은 질 입구 부분에서 가장자리를 테처럼 빙 둘러 싸고 있는 조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막'이 아니라 '질 주름'이라고 부르는 편이 실재에 훨씬 가깝습니다.
비유하자면, 원통형 물체 안에 얇은 원형 테가 있어 그 부분에서만 원통의 넓이가 좁아지는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원통은 막혀있는 상태는 아니지요. 단지 그 부분만 좁아지는 겁니다. 그래서 성관계를 안한 사람이라도 생리혈이나 냉 같은 것들을 배출할 수 있는 것이고요.
이 질 주름은 유전에 따라 모양도 탄성도 다릅니다.
질 주름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있는 경우라도 매우 얇은 사람도 있고, 보통인 사람도 있고, 두꺼운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엔 폐쇄형있는데, 이 경우는 '막'처럼 질구를 질 주름이 얇게 덮고 있는 경우로, 일부 무지한 사람들 생각처럼 남자 성기 정도로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메스가 필요합니다.-_-;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물론 이런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첫 성교시 피가 나오는 것은 이 질 주름 파열에 의한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질 주름은 '막'이 아닌데다가 유전에 따라 그 모양이나 탄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고, 첫 성교를 하는 시기에 다다르기 전에 파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승마, 자전거 타기 등의 운동이나 자위, 탐폰(삽입형 생리대) 등으로 파열될 수 있고, 심지어는 스트레칭 하다가-_-;; 파열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군요. 반대로 출산 이후에도 질 주름이 남아 있는 경우도-_-;; 있다고 합니다. 탄성이 엄청나게 뛰어난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그렇게 되겠지요;
출혈하는 경우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일 수 있습니다.
첫 성교시에는 남자든 여자든 미숙한데다 긴장해서 윤활액도 충분히 나오지 않고 아무리 합의에 의한 것이라도 근육도 충분히 이완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윤활액이 충분하고 긴장이 풀렸더라면 파열되지 않았을 상황에서도 파열이 되어 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윤활제가 충분하고 충분히 이완되어 있다면 첫 성교라도 부드럽게 삽입이 가능한데, 뻑뻑한데다가 열리지도 않은 걸 억지로 집어넣으니 피 보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건 님들 항문 가지고 실험해도 마찬가지일겁니다. 항문에 무언가를 억지로 집어 넣었는데 피가 나왔다고 해서, 항문막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덧붙여 한 연구에 의하면, 첫 성교시 43%만이 출혈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McCann, J; Rosas, A. and Boos, S. (2003) "Child and adolescent sexual assaults (childhood sexual abuse)" in Payne-James, Jason; Busuttil, Anthony and Smock, William (eds). Forensic Medicine: Clinical and Pathological Aspects, Greenwich Medical Media: London, 460.)
마지막으로 이 질 주름의 기능에 대해서 적고 갑니다.
이 질 주름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인가? '처녀막'이란 괴이한 명칭이 붙은 것처럼, 처녀 검사하라고 몸에 붙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 어떤 동물도 처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진화한 동물은 없습니다.
질 주름은 사춘기에 도달하면 더 탄력성을 갖게 됩니다. 현재는 여러 사회 문화적 관습 때문에 결혼이 늦어지게 되었지만, 원래는 2차 성징은 한 인간이 이제 성교와 임신/출산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였습니다. 따라서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가 되면 질 주름은 탄력적으로 변화하면서 남성 성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아예 질 주름이 없는 편이 낫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지요.
여기에 대해서 사춘기 이전의 질 주름의 역할은 질로 각종 세균이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예전 인류는 현재처럼 속옷이나 바지 같이 성기를 보호할 수 있는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생활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면역력이 약한 어린 여자아이의 경우 외부에 노출된 질구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막이 필요했던 거지요. 특히 여성의 경우 신체구조 상 항문의 세균이 질구에 옮겨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세균으로부터 어린 아이의 성기를 보호하고자 질 주름이 발달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가 무사히 잘 커서 성교를 시작할 나이가 되면 면역력도 충분히 발달했을 것이라 보고 그때부터 질 주름은 불필요하게 되는 것이고요.
굉장히 길게 썼는데, 이 글을 통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병맛나는 '처녀막'이란 단어를 아예 국어사전에서 없애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와 동떨어진 이상한 단어로 인해 오해가 오해를 낳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여자들도 10대 어린 아이들은 자기에게 진짜 '처녀막'이 있는 줄 압니다. -_-;;
그냥 처녀막이란 단어를 없애버리고 모두 질 주름 정도로 대체하게 된다면 질 입구에 진짜 막이 있다느니 막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서 생리혈은 나올 수 있다느니 하는 생각은 없어지게 될겁니다. 동시에 피가 안나왔는데 첫경험이라고 한 거 거짓말 아닌가요?? 이런 질문글도 좀 줄어들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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