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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34119
    작성자 : 빌어먹을Ω
    추천 : 189
    조회수 : 13708
    IP : 115.94.***.228
    댓글 : 5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03/05 17:08:13
    원글작성시간 : 2010/03/05 11:30:07
    http://todayhumor.com/?bestofbest_34119 모바일
    대한민국 IT 더러운 세상~~~
    양모(34) 씨가 폐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항생제가 전혀 듣질 않았니까요. 면역력이 너무 약해졌다고 하더군요. 2년 동안 거의 매일 자정 넘어 들어갔으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얘기하는 양씨의 눈시울이 순간 붉어졌다. 그 동안 가슴 속에 꼭꼭 눌러두었던 서러움이 북받치는 듯했다.

    ◇ "무조건 일정 맞춰라"… 야근 불가피

    양씨는 2006년 7월 금융기관 IT 계열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첫 프로젝트는 모회사인 금융기관의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재구축 작업이었다.

    "연말 오픈 예정이었지만 6개월 일정으로는 어림없는 작업이었습니다. 외부 하청업체마저 `사람 잡는다'며 포기할 정도였으니까요. `월화수목금금금'의 연속이었습니다"

    보통 밤 12시가 넘어 집에 들어갔다. 시내버스나 지하철 막차를 타기 힘들어 자기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을 정도였다. 밤샘을 할 때면 사내 휴게실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6개월 간의 지옥같은 일정이 끝났지만 곧바로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모회사 식품 브랜드 IT시스템 개발 작업이었다.

    "시스템 구축 작업이 너무 복잡해 1년 일정으로는 힘들었습니다. 다시 12시가 넘어 귀가하는 생활이 시작됐죠. 담당팀장에게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한다고 얘기했더니 험악한 말 밖에 안 돌아오더군요"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견된 2007년 말부터 2008년 6월까지는 말 그대로 살인적인 야근에 시달렸다. 매일같이 새벽 2~3시까지 일하고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정시출근하는 날이 이어졌다.

    ◇ 폐 절제 후에도 싸늘한 사측 반응

    양씨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여름부터였다. 한여름인데도 기침이 자꾸 나왔다. 가을 들어서는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기침이 심해졌다.

    "저녁 먹다 졸고, TV를 보다 앉은 채로 잠이 들었습니다. 손님이 와서 얘기하던 중에 잠든 적도 있습니다. 하루종일 너무 피곤했습니다"

    중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 것은 10월 말 받은 정기 건강검진 때였다. 일부 혈액 성분의 수치가 말기암 환자 수준으로 나왔다. 다음달 입원해 한달 넘게 항생제를 집중 투여했지만 소용없었다.

    "외과서는 `폐결핵', 내과서는 `결핵성 폐농양'이라고 하더군요. 여하튼 면역력 저하로 항생제가 안 들으니 수술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죠. 의사 선생님이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몸이 망가졌냐고 묻더군요"

    하지만 지난해 1월 수술을 마친 그를 맞는 회사 측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연차휴가가 남은 상태에서 병가를 냈으니 연차수당을 반납하라고 했다. 결국 160만원을 토해내야 했다.

    "퇴원 후 복귀해 보니 저하고 한마디 상의도 없이 `대기팀'으로 발령까지 냈습니다. 회사에서는 몸이 안 좋아 쉬라는 뜻이라는데 야속하기만 하더군요"

    ◇ 산재 신청에 사측 거부… "우리 모두의 현실"

    몸이 계속 안 좋아 지난해 3월 휴직한 양씨는 산업재해를 신청하려고 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안 걸릴 폐결핵을 지나친 야근으로 인해 걸렸으니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회사 측은 양씨가 제시한 야근 기록을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객관적인 기록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회사 인사담당자는 "초과근로는 월 10시간 안팎으로 제한하는 것이 회사의 공식적인 정책이다. 양씨가 제시한 기록이 있지만 그 시간에 회사 일을 했는지 아니면 다른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양씨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의 증언은 다르다.

    A씨는 "밤 11~12시에 집에 가면 빨리 간 편이었다. 일정이 너무 빡빡했고 투입된 인력도 적었다. 간부들이 저녁 늦게 와서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했다. 날마다 밤 늦게 야근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매일같이 12시가 넘어 들어갔지만 사내 인사관리시스템에는 월 10시간 정도 밖에 입력할 수 없었다. 그 이상은 입력 자체가 안 됐다. 양 과장의 경우 경험많고 유능한 직원이라 일도 더 많았다. 하지만 누구도 야근 기록을 제대로 남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의 비협조로 산재 신청도 어려워진 양씨는 야근 인정을 위한 `나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돈이 없어 변호사 구하기도 힘들다. 세살배기 딸 키울 돈이 없어 전셋집 평수를 줄여 생활비를 마련해야 한다.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IT 근로자들이 3D업종 종사자로 전락한 지 오래됐습니다. 장시간 노동에 야근수당마저 제대로 못 받는 현실입니다. 우리나라가 `아이폰' 같은 뛰어난 IT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IT 근로자의 처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작권자 (C )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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