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고3이다
중학교 졸업할 때 기억이 생생한테 이제 몇 달 뒤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그런데 난 지금 슬프다
왜냐구?
아마 사람이 그립기 때문일거다
난 고등학교 입학할 때 다짐했다
어차피 고등학교에서 3년 썩을거라면 열심히 한 번 공부해 보겠다고...
(내 성적으론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실업계에 갈까 생각도 했었다)
그렇게 내 공부가 시작됐다
수업 열심히 듣고 쉬는 시간,점심시간에도 문제를 풀었다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공부 열심히 한다면서 칭찬할 일이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 좋지는 않다
친구를 깊게 사귀지 못했던 거다
물론 같은 반 애들이 나를 괴롭힌다거나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니였지만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거나 하는 식의 말을 주고 받을 때를 빼고는 아이들과 주고 받은 말이 거의 없다
즉, 순수하게 친교를 위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는 거다
게다가 꼴에 공부 할거라고 폰도 처분해서 중학교 친구들과 연락도 끊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난 고3이 되었다
얼마 전에 친 모의고사 성적표 보고 담임 선생님이 나보고 서울대도 갈 수 있을 거라며 칭찬하신다
고1 때보다 비약적으로 성적이 올랐으니 가능한 결과였다
하지만 난 별로 기쁘지 않다
난 너무 많은 걸 잃었다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공부 말고는 한 게 거의 없다
그게 문제다
평일에는 친구들과 같이 놀 시간 같은 건 없었다
어쩌다가 주말에 같이 놀자고 연락이 왔다
(물론 중학교 때 아주 친했던 친구들이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우리집 전화번호도 모르고
서로 집도 멀리 있는 편이라 주말에 같이 노는 건 좀 힘들다)
하지만 난 주말에도 학원 몇 군데씩 다니느라 시간이 없기 때문에 거의 다 거절했다
친구들도 잘 이해해주곤 했지만 나는 내가 뭐하러 이렇게 사나 싶었다
방학 때도 역시 학교 보충수업 듣고 학원 가니까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들이 2박 3일로 해운대에 가자고 했다(집이 부산이니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다)
중학교 졸업 이후로 내가 연락을 못해도 나한테 신경써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러나 나는 학원 때문에 2박 3일 동안 시간을 낸 다는 건 꿈도 못꿀 일이였다
결국 나는 나 빼고 자기네들끼리 가라고 했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러면서 난 속으로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하루 학원에 결석하고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 간 적이 있었는데
난 그 때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중학생 때 놀면서 느낀 재미와는 확실히 뭔가 달랐다
그 때 느낀 행복감은 얼마전의 모의고사 결과 따위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게 내 고등학교 생활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일 거다
나는 나중에 추억이라고 불릴 일들을 만들고 싶은데, 이대로 가면 그건 불가능할 듯 싶다
고1 때는 안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힘들어졌고 지금은 견디는게 너무 괴롭다
공부하는게 힘들어서 스트레스 받는 학생이 많다고는 하지만
난 그것보다도 공부가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격리시키는 것 같아 너무나 괴롭다
위에서 나를 잘 챙겨준다고 말했던 친구 중 하나가 외국에 갔다가
1년만에 돌아왔는데도 같이 농구 한 번 하기도 힘든게 현실이다
전에 학교에서 영화감상부 클럽활동으로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 내 머릿속의 지우개 같은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는 걸 봤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그냥 머리로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할 뿐 눈물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원래 눈물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그런데 왜 지금 내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나...
나는 어떻게 해야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나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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