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게고 애게고 그림 그리는 방법을 물어보거나 잘 그리는 법을 찾으시거나 채색법 공유같은걸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론과 방법 위주로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그만큼 만화와 애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서인지 질문이 줄지 않고 늘어만 가네요.
그래서 내가 알려주마!! 라는 의도하에 이 글을 적는건 아니고요, 그냥 질문글 올리시는 분들과 글 올릴정도는 아니지만 그림 잘 그리는 법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어느정도의 '현실'을 알려드리려고요.
참고로 저는 엄청 설렁설렁해와서 그림을 그린 기간에 비해 잘그리지는 못합니다. 그 점, 까셔도 됩니다.
보통 질문글을 올리시는 분들은 '그림그리는 법'을 물어보세요. 근데 이분들 중 대다수는 단순히 그림을잘 그리고 싶은게 아니라 '만화그림'을 잘그리시고 싶어하시는 거예요.
그걸 니가 어떻게 아냐고요? 정말 '그림'만 잘 그리고 싶은거면 여기 안물어보고 미술학원가요. 거기만큼 '그림 잘 그리게' 만들어주는 곳이 있나요? 재능없고 기초없는 애들도 미술학원 1년만 다니면 왠만큼은 그려요. 근데 굳이 미술학원이 아니라 애게나 만게에서 물어보는건
1. 그렇게 본격적으로 할건 아니다.
2. 본인이 그리고픈 화풍이 '미술'이 아니라 만화-아니메계통이다.
3. 그냥 그림을 잘그리는게 아니라 좀 더 나아가 어설픈 썰만화라도 그려볼 수 있게 되고싶다.
여기서 3은 개별차가 있으니 대충 넘어가도 1이랑 2는 거의 확실해요. 그러니 이제 여러분이 궁금해하시던 만화그림 시작하는 방법을 저와 제 주변 그림쟁이들을 바탕으로 설명해 드릴께요.
먼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연령대는 비교적 제각각입니다. 저같은 경우 초딩 저학년 무렵이었고 좀 늦은 친구들은 고딩때 시작한 케이스도 있네요. 하지만 보통 10대 초에 많이 시작하더라구요.
그럼 여기서 많은분들이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해 하실겁니다. 근데 미술학원 먼저 다닌 애도, 그리다 다니기시작한 애도, 안다니고 그냥 그리는 애도 시작은 다 똑같았어요. 좋아하는 만화를 따라 그린게 시작입니다.
기름종이 대고 배낀게 시작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드문케이스고, 대부분은 그냥 원본이랑 종이를 나란히 놓고 따라 그린게 시작이예요. 물론 퀄은 완전 낙서죠. 처음그리는데 잘 그리는 사람이 있을리 없잖아요.
그렇게 따라그리며 낙서를 하다보면 따라그리던 만화에 자기만의 상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패러디를 하고 놀게되고, 그러다 어느순간부터는 자신만의 이야기와 스토리와 캐릭터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부분의 경과는 사람마다 다른데 어릴때 시작할수록 천천히 진행되고 어느정도 성숙한 뒤 그리기 시작하면 빠르게 진행되더라고요. 이건 제가 중딩때 만난 친구들을 보며 알게됐습니다. 나중에 만난 그림쟁이 친구들을 통해서도 확인했고요.;
그렇게 자기만의 스토리까지 진행되고 나면 더 잘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나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공부를 하며 더 잘그리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이 다음부터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만화'의 단계로 넘어가니 '그림을 시작하는 방법' 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로 하고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림(만화)를 시작하고 싶다면
1. 일단 좋아하는 만화를 따라그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
2. 낙서라도 상관없으니 그리고 상상하는 행위자체를 즐겨라.
3. 자신만의 상상력, 그리고 싶은 소재가 생길때까지 낙서라도 좋으니 그려라.
입니다.
그리고 그리는 것을 시작하는 법을 알려드렸으니 이제 현실을 읊어보겠습니다...
이건 웹툰의 부작용이기도 하네요...
옛날에는 만화를 읽는 사람들이 만화를 그리는게 굉장히 힘든일이고 오랜시간을 거쳐 쌓아올리는 일이라는 걸 알고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요.
헌데 웹툰이 생겨나고 보급이 되면서 사람들이 만화란 그림을 잘 그리는게 꼭 중요한 것이 아니며 아이디어가 출중하고 연출이 좋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네이버와 다음, 파란, 야후등등의 포털사이트들이 웹툰연재를 시작하고 아마추어 작가들을 계속해서 등용하며 독자들은 기존의 다듬어지고 정련된 그림들만 만화로서 다루는게 아니라 기발하고 독창적이며 이전엔 낙서취급이나 당했을 그림들도 '만화그림'으로서 수용하게 됩니다. 가장 큰 포털인 네이버를 기준으로 하자면 '마음의소리'가 큰 인기를 얻으며 탑으로 올라선시점부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독자들의 수용폭이 넓어지자 그 이후, 이전 같으면 '이따위 그림으로 무슨 스토리물을 그리냐'고 비판 받을 작품도 올라오게 됩니다. 심지어 분명 공모기간 1위 먹었지만 '내가 그려도 이것보단 났겠다'란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만화들도 정식으로 연재가 됩니다. 그림은 예쁘지만 스토리나 연출이 정말 실망스러운 작품도 정식연재됩니다.
이쯤되자 독자들 눈에는 웹툰이 정말 쉬워보이는 매체가 됩니다. 그림을 잘 못 그려도, 연출이 구려도, 스토리가 개판이라도 재미만 있고 인기만 있으면 연재하고 돈벌 수 있습니다. 사진에다 그림 그려놓고 적당히 유머덧붙인 만화같지 않은 만화가 아이디어 좋다고 1위먹고 인기의 중심이 되는 세상입니다.(오해를 막기위해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 정다정다정작가님 좋아합니다. 만화 매 주 즐겁게 봤습니다. 팔로도 했습니다.;)
매주 매일 그런 만화들에 노출되고 반복적으로 보다보면 사람들의 안에서 만화그림은 어려운 것, 이라는 전제가 깨집니다. 왠지 나도 쉽게 할 수 있을거같이 변합니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하면 나오는 그림강좌와 팬아트들이 그것을 가속화 시킵니다. 본인이 보기엔 낙서수준인 그림을 그리고서도 누군가에게 존잘님이라고 불리고 좋아해주는 팬들이 생기는걸 보고 부러움과 질투가 생깁니다. 나도 그림그리고 싶고 존잘되고 싶습니다!!!!
여기서 현실을 얘기 할께요.
님들 눈에 낙서라도 못해도 1년은 그려야 그만큼 나올 수 있어요.
아닌거 같죠? 거짓말 같죠? 제가 과장하는 것 같죠? 네 사실 뻥이었어요.
미술 기초 없고 관찰안조차 없는 사람들은 1년 넘어도 그 낙서 따라가기도 힘들어요.
게다가 그 1년은 본인이 그림그리는걸 좋아해서 팬아트건 뭐건 의욕적으로 그리는 사람의 1년이지, 좋아하는 대상이 뚜렷하지도 않고 일단 닥치고 그리기 시작할만큼 그림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 사람의 1년은 괴로움+본인이 보기에 성과미달의 1년입니다.
무엇보다 질문글 올리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좋아하니까 팬아트 그리고 싶어서의 수준을 뛰어넘어, 본인이 만들어낸 스토리나 캐릭터를 그리고 싶다는 욕심으로 시작하시려는 분들로 보이는데요.
답없으니 미술학원 가세요. 속성발달+기초확립엔 짱입니다.
게다가 만화는 단순히 그림을 잘그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 있고, 그림이나 일러스트를 우와 ㅅㅂ 쩐다! 싶게 잘그려도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 못해도 몇년간 별도로 공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여러분이 낙서 퀄이라고 휘갈기는 줄 알고 있는 작가들도 못해도 몇 년간 계속 그리신 분들이예요. 조석 원래그림체, 놓정작가님 졸작품 검색해보세요. 그 외에도 정식 연재 하시는 분들 중에 아무리 독자눈에 퀄낮게 보여도 년단위 미만으로 그린 분 없습니다.
그러니 그림 그리는거 쉽지도 않고, 시간 오래걸리고, 만화까지 하고싶다면 더더욱 힘들어지니까. 정말 좋아하고 내가 그리고 싶으신거라면 게시판에 묻지 말고 일단 무조건 그리는 것부터 시작하시고, 빨리 잘그리고 싶으면 인터넷 강좌 찾지말고 미술학원 등록하셨으면 합니다. 이게, 여러분께 알려드리고픈 '현실'입니다.
근데 왜 잘 그리지도 못하는 니놈이 이런 말을 하냐고요?
오유 베오베에 만화가 아닌 그림으로만 진입가능하신 존잘님들은 본인들은 아니라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재능이 넘치는데다가 그림그리는걸 뿌리부터 즐기는 분들이 많아서 이런 과정들을 세세하게 느끼질 못해요. 존잘님들의 발달 과정을 아주아주 단순화시키면 '그림 그리는거 쪼아!→잘그리고 싶어!→노력하자!→그리자!→그리는거 쪼아!→잘그리고....∞'의 무한반복이거든요....
일반인은 '노력하자!'이후 어마어마하게 많은 OTL이 반복 되는데 존잘님들은 OTL이 없습니다. 아주 가끔 OTL이 오더라도 감기마냥 금방 나아요. 게다가 한결같이 위만보는 긍정괴물들이라 보고있으면 부러움 반 질림 반입니다. 그러니 이런 얘기는 결국 저같이 한결같이 OTL을 반복하며 자신의 한계를 곱씹어본 일반인 쪼랭이나 가능한겁니다.
덧붙여 본인이 저런 긍정괴물이나 로또급 운의 화신, 혹 다른 재능을 함께 지닌 천재가 아닌 이상 '인터넷에서 보는 그림들만큼 잘그리려면' 10년은 보고 그리시라는 말도 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