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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340088
    작성자 : 비밀일기Ω
    추천 : 66
    조회수 : 8113
    IP : 122.123.***.230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3/18 18:22:47
    원글작성시간 : 2011/03/18 16:00:43
    http://todayhumor.com/?humorbest_340088 모바일
    딸아이의 비밀일기(펌- 아고라 "나야나"님)
    (재미있네요~~)


    6학년 딸아이가 감기에 걸렸는지 저녁도 거르고 저희 부부방에 이불 깔고 누워서
    자리를 보전하고 있습니다.
    자리 보전하고 누워 있는 딸아이를 피해 이리저리 방황하다 우연히 딸아이 방에
    굴러다니는 노트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방바닥에 놓여 있는 노트를 집어들어 책상 위에
    놓으려고 하는데 겉표지에 일기장이란 자그마한 글자가 제 손을 머뭇거리게 했습니다.

     

    어렸을 때야 가끔 딸아이 일기장을 들춰 보곤 했지만 그때는 학교숙제라는 개념이 커서
    들춰 보는 저도 거리낌이 없었지만 언제부턴 가는 딸아이의 일기장을 들춰 본다는 게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신경을 안 썼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일기장이고 방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굴러 다니는 거 보니 비밀일기 같지는 않고 해서 망설이다 슬쩍 첫 장을
    펼쳐 보았습니다.

     

    10분후.....
    10분동안 저는 딸아이의 일기장을 두 페이지 정도 읽었습니다. 첫 줄부터 떨리던 가슴을
    진정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한줄 한줄 찬찬히 아니....너무나 가슴 아프게 읽어 내려가는
    저 자신을 발견할 때쯤 저는 더는 딸아이의 일기장을 읽어 내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두어 달쯤 전에 있었던 딸아이의 평범한 하루 일상의 글이 이렇게 아빠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저의 지나온 세월을 되짚어 보게 할 줄 몰랐습니다.
    딸아이의 일기장 내용은 그닥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딸아이가 그날 무슨 일을
    하긴 한 거 같은데 제가 잘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딸아이의 일기는 다름 아닌...... 영..어..일..기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부터 빽빽하게 쓰여있는 알파벳에 심장이 떨렸고 한줄 한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주어, 목적어, 서술어를 찾는 제 모습과 첨 보는 단어 앞에 오금이 저리고 익숙한
    단어 앞에서는 to 부정사를 찾게 되는 제 모습에 도대체 이 가시나가 이날 뭐 때문에
    안양 1번가를 나갔는지....완전 저한테는 비밀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중학교 1학년 처음 영어를 접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 당시 국민학교 졸업하기 한두 달 전에
    알파벳을 띄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대한 영어책..
    "I am Tom"
    "You are Jane"
    첫 장에 나오는 이 단어부터 제 영어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10여 년 동안 톰의 친구는
    제리라고 굳게 믿고 있던 저에게 난데없이 제인이 나타난 거였습니다. 제인은 타잔 친군데..
    이때부터 영어에 반감을 품게 되었습니다. "You are Jerry"라고 만 했어도 제 인생이
    영어와 이렇게까지 등을 돌리고 살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한숨을 쉬면 힘없이 걸어 나오는 제 모습이 의아했는지 주방에 있던 아내가 말을 겁니다.
    "애들 방에서 뭐했어?"
    "응....몇 년 만에 영어 독해 한번 했다 ㅎㅎ"
    아내가 눈치를 챘는지 웃으며
    "송이 영어 일기 봤구나~ 걔 벌써 몇 권째야~ 많이 늘었지?"
    딸아이의 영어 실력이 늘어가는 건 분명히 기뻐해야 할 일인데 왠지 저는 서글퍼집니다. ㅎ
    아내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너는 송이 일기 가끔 보나본데....이해가 되냐?"
    아내가 격하게 손사래를 칩니다.
    "난 국민학교까지만 섬에서 학교 다니고 중학교 때부터 육지로 나와서 다녔잖아~~근데 그때
    고모네 집에 있으면서 그 동네에 미국 여자가 살았어..근데 그 여자 냄새가 얼마나 나던지.."
    아내는 다시 한번 손사래를 칩니다.
    그게 영어와 무슨 상관이냐는 저의 표정에 아내는
    "그냥 그 냄새가 싫어서...그 다음부터 영어가 싫더라구.."

     

    저희 부부 참 천생연분입니다~~~~~
    아내에게 영어라면 손사래를 치게 만든 그 미국 여자 이름이..... 제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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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18 16:02:41  121.1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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