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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34003
    작성자 : 유정천
    추천 : 4
    조회수 : 249
    IP : 119.67.***.15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3/02/22 13:58:33
    http://todayhumor.com/?pony_34003 모바일
    마력을 마시는 말 - 00. 구출대

    ……체인즐링이 수면 가까이로 내려오자 거센 바람이 케이보우의 얼굴을 때렸다. 강물은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며 옆으로 번져갔고 그 때문에 케이보우와 룰나는 위아래로 거칠게 출렁거렸다. 파도와 물방울이 튀어오르자 겁을 먹은 체인즐링 나늬는 송곳니를 움직여 더 내려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말했다. 핑형은 나늬의 등을 쓸어만지며 달래었다. 핑형의 격려에 나늬는 다시 아래로 조금씩 내려갔다. 케이보우는 위아래로 출렁거리면서도 내려오는 체인즐링의 발을 주의깊게 바라보았다.

    모두 극도로 집중하고 있었기에 다가오는 위험을 깨달은 것은 강 건너편에서 보고 있던 길다한이었다. 길다한은 가슴을 거대하게 부풀린 다음 벽력처럼 외쳤다.

     

    "--! ---!"

     

    가까운 곳에 서있으면 그 소리에 밀려 쓰러진다는 그리핀의 계명성(鷄鳴聲)이 터지자 숲에서 새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날아올랐다. 그 거대한 소리는 체인즐링의 광포한 날개 소리를 뚫고 핑형의 귀에 전달되었다. 핑형은 깜짝 놀라 강 건너편을 바라보았고, 그 때 길다한이 다시 계명성을 질렀다.

     

    "----!"

     

    핑형은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위로 날아올랐다. 케이보우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체인즐링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시야를 가리던 체인즐링이 사라지자 케이보우 또한 다가오는 위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케이보우는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추행자라니!"

     

    한 발굽으론 스파이크의 목 비늘을, 다른 발굽으론 바나나를 움켜쥔 채 셀레페이가 폭풍 같은 기세로 날아들고 있었다.

    황급히 피하긴 했지만, 핑형은 길다한이 가르쳐준 위험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늬의 복안은 등 뒤에서 날아드는 위험을볼 수 있었다. 나늬는 빠른 속도로 상승했고 핑형은 하마터면 강물에 떨어질 뻔했다. 순식간에 백여 미터나 솟구친 나늬는 허공에서 몸을 뒤집었고 핑형은 그제야 저 아래에서 날개치는 스파이크를 볼 수 있었다.

    스파이크는 나늬가 있던 지점을 빠르게 통과했다. 케이보우는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가는 스파이크의 모습에 눈을 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케이보우의 머리 위를 지나친 스파이크는 그대로 반대쪽 강변으로 날아갔다.

    길다한은 벼슬을 곤두세우며 철창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스파이크는 숲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고도를 높였다. 스파이크는 강변의 숲머리를 스칠 듯이 날아 선회했고, 날개 바람에 휘말린 나뭇잎들이 폭발하듯 튀어올랐다. 마치 에버프리가 스파이크의 발을 붙잡으려 수천 개의 발굽을 뻗어 올리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하지만 스파이크는 영광에 찬 날개짓으로 에버프리의 발길을 뿌리치며 휘돌아올랐다.

    다시 강물 위로 날아들며 셀레는 거대한 외침을 토했다.

     

    "강변으로 돌아가라! 그렇잖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

     

    케이보우는 분노에 찬 눈으로 셀레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스파이크는 체인즐링과 달리 보석을 잡아채는 탐욕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케이보우가 거부한다면 셀레는 쉽게 그녀를 낚아올릴 것이다. 암담한 상황 속에서 케이보우는 동행자의 자격 요건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고? 도대체 대적자여야 할 그리핀이 강 저편에 고립되어 있다니.

    하지만 길다한은, 그리고 그리핀을 동행시킨 래러티 부띠끄의 자매들은 케이보우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저리 꺼져라, 이 덩치 큰 도마뱀아!"

     

    우레 같은 고함 소리와 함께 샤이가 날아들었다.

    그것은 진짜 '샤이'였다. 뒷발과 몸통, 발굽, 그리고 애완동물들까지 갖춘 버젓하고 보편타당한 샤이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샤이는 하늘을 날아다니지 않는다. 스파이크를 다급히 날아오르게 하면서도 셀레는 자신이 있던 자리를 통과하는 n년생 옛날샤이를 공포에 질린 채 내려다보았다.

    가공할 속도로 날아온 샤이는 수면과 충돌한 후 다시 날아올랐다. 물이 모닥불처럼 치솟는 가운데 샤이는 강변의 숲에 틀어박혔다. 사모는 스파이크의 등 비늘을 잡아뽑을 듯이 움켜쥔 채 반대쪽 강변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그리핀이 또 다른 샤이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셀레는 그러나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신민을 사랑하는 몰레스티아였다.

     

    "그 짓 당장 멈춰라! 샤이를 내버려둬!"

     

    길다한은 부리방귀를 뀌며 샤이를 놓았다. 셀레는 안도했으나 곧 커다란 실망과 분노, 그리고 황당함을 느꼈다. 길다한은 양손으로 샤이 한 마리씩을 붙잡았다. 새 샤이와 플러터비치를 한 마리씩 움켜쥔 길다한은 허리를 낮췄다가 일시에 펴며 두 팔을 좌우로 밀었다. 각자 1미터가 넘는 샤이들이 부르르 떨리는 모습을 보며 셀레는 비명을 질렀다.

     

    "당장 멈춰!"

     

    길다한은 들은체만체하며 다시 허리를 낮췄다가 일시에 폈다. 그녀의 몸이 세 배로 부풀어오르며 두 마리의 샤이는 좌우로 벌어져 발굽이 드러났다. 길다한은 두 마리의 샤이를 투창처럼 차례로 집어던졌다. 셀레는 스파이크를 더 높이 날아오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영웅적이라는 말로도부족할, 실로 초계적인 위업을 펼쳐보였으면서도 길다한은 도통 성취감을 느낄 수 없었다.

     

    "젠장! 안 맞는군!“

     

    강물 속에서 출렁거리며, 케이보우는 구출대의 일원으로 그리핀을 배정한 부띠끄의 자매들도 그리핀이 이런 종류의 활약을 펼쳐주리라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길다한이 수 톤짜리 톰을 집어던졌다 하더라도 이토록 놀랍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정천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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