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의 시작은 검사Kei의 아주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그러니까 90년대 들어설 즈음의 일이다.
아마도 초등학교에 갓 들어갔던 때였을 거다.
지금 키의 반절 가량 되던 때일테니...
나는 초등학교 시절 아주 활발한 아이였다.
지금은 물론 집에서 뒹굴뒹굴대거나-_-;;
혼자 여행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당시에는 친구 집에 놀러가서 밤이 되어서야 돌아와
어머니께 죽어라 맞았던 기억도 난다.-_-;
지금도 작은 말꼬리 모양 빗자루를 보면 그 때의 아픔이 생각나고...ㅠ.ㅠ
당시의 우리 어머니는 집에 화초를 키우는 걸 좋아하셨다.
지금도 물론 좋아하지만 그 때 집에 있던 화초의 수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던 것 같다.
각종 난에서부터 조그만 꽃나무에 이르기까지...
알로에도 키우고 있었으니,뭐.
그러고보니 가끔 가족들과 옹기종기 모여 알로에를 먹었던 기억도 난다.
그 물컹물컹한 기억...
으흐흐흐!
하지만 그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던 것은 조그만 선인장이었다.
모양도 다른 식물과 특이하게 생긴 것이
가시가 삐죽삐죽 나와있어서 신기했었으리라.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이 여기서도 자랄 수 있을까?
물을 안 먹어도 자라던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한창 궁금증 많은 나이에 이상한 식물을 보았으니
당시의 나는 집에만 오면 선인장 관찰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어린 나에게는 아침마다 항상 봐오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텔레토비'냐고?
에이~에이~
그 때 '텔레토비'가 있을 턱이 없지~
그것은 바로...
'뽀뽀뽀'였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 때 또 만나요 뽀뽀뽀~"
오호...
지금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는 '뽀뽀뽀' 노래.
어디 더 해볼까?-_-
"우리는 귀염둥이 뽀뽀뽀 친구~
뽀뽀뽀~
뽀뽀뽀~
뽀뽀뽀 친구~
(빠바바빰빰빰!)"
놀랍다!
당시에 얼마나 '뽀뽀뽀'의 광팬이었는지 지금도 생생한 이 노래.-_-;;
아무튼 검사Kei의 어린 시절에는 '뽀뽀뽀'가 최고의 어린이 프로그램이었다.
'뽀뽀뽀'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쉽게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변장을 하고,인형들과 연극처럼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했더랬다.
아마 지금도 이렇게 할 것이다.
이 부분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의 '뽀뽀뽀'에서는 나의 관심을 무척이나 끄는 장면이 있었다.
뽀미언니('뽀뽀뽀'의 진행자.뽀미누나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_-;;)가
사막에서 헤매는 장면이 나오고,
커다란 선인장을 발견하는 장면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어라!울집에도 저런 거 조그만 거 있는데!0_0'
그렇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커다란 선인장이 나오고 있었고,
그것은 당시 집에 있던 선인장의 어미(?)쯤 되어 보이는 크기였다.-_-;;
그 날 '뽀뽀뽀'에서는 사막에서 물을 구하기가 힘들 때
선인장을 잘라 거기에서 물을 구한다는 장면이 나왔다.
선인장이 두꺼운 표피 속에 수분을 가득 저장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알 것이다.
그것을 그 날의 '뽀뽀뽀'에서는 당일의 지식으로 아이들에게 전해주려 했던 것이다.
방송이 끝나고,
언제나처럼 학교를 갔다가 일찍 돌아온 어린 검사Kei.
집에 오자마자 선인장에 시선이 가게 되었고,
순간 아침에 본 선인장 속 물이 생각났다.
그리고 어린 나는 엄청난 고민에 싸이게 된다.
'이 속에 과연 물이 있을까?-_-?'
당시 집에 있던 선인장의 크기는 어린 시절 나의 주먹만한 크기였다.
그것은 작디작은 관상용 선인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린 아이가 무엇을 알리요.
어린 나는 고민 끝에(실은 고민의 시간은 엄청나게 짧았던 듯 하다.-_-;;)
부엌으로 가 작은 과도를 가져왔다.
그리고 선인장의 윗부분을 과감히 가로로 잘라내었다!
잘려진 윗부분을 조심스레 치우는 어린 나.
그리고 잘라진 부분을 보았다.
'......?'
물이...
없다?-_-?
당황스러웠다.
선인장 내부에는 물기는 조금 있었으나 물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당연히 작은 선인장 속에 물이 있어봤자 얼만큼 있겠는가.
마냥 물이 많이 나올 줄 알았던 어린 나는 굉장한(!) 실망감에 빠졌다.
'왜 물이 안 나올까?히잉~'
어린 시절에는 참으로 귀여운 사고뭉치였던 검사Kei.
선인장 절단 후에 물이 안 나오는 것으로 고민을 하다가
문득 현실의 고민이 떠올랐다.-_-!
'엄마가 아끼는 화초에 손을 대면 죽.는.다.'
-_-^^^^^^^^^^^^^^
어린 나는 뒤늦은 후회로 머리를 감싸안고 좌절감에 빠졌지만
이미 선인장 절단사건은 되돌리기엔 너무도 늦은 후였다.
으...이걸 어쩌지...어쩌지...ㅠ.ㅠ
'선인장을 살리고 싶어서~♬
아무리 머릴 써도~
선인장은 계속 잘려져 있고~♪
너를 너무 살리고 싶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애를 써도 넌 잘려져 있어~♬'
도무지 잘린 선인장을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잘린 선인장을 버리면 잘린 부분이 보여 혼이 날 것 같고.
그렇다고 선인장을 도로 붙일 수는 없는 노...릇?
다시...
붙여?-_-?
그거다!
어린 나는 잘려진 선인장 해결 방법을 찾아내었고,
그것은 잘린 선인장을 도로 붙여놓는 것이었다.-_-v
그리고 바로 선인장의 잘려진 부분을 감쪽같이 위에 붙여놓았다.
또한 미묘한 위치도 조작하면서 멀리서 보면 모를 정도로 잘 올려 놓았다.
잔머리 대왕 검사Kei...-_-;;
그의 무수한 잔머리는 어린 시절에서부터 내려온 천부적인 것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어머니가 집에 오신 후에 나는 가슴 졸이고 눈치를 보며 생활을 했고,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그 일을 잊고 지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를 가지 않는 날,
어머니께서 대청소를 하면서 화초에 물을 주는 것이 아닌가.
(지금도 우리 어머닌 일요일만 되면 화초에 물을 주곤 하신다.)
그런데 어린 나는 안타깝게도 선인장 절단사건을 깜빡 잊고 있었다.
이윽고 어머니가 선인장에 물을 주기 위해 화분을 들어올리셨고,
그 때 옆에서 뒤늦게 잘려진 선인장의 윗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본 뒤에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상황이었다.-_-;;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잘려진 부분이 미끄러지며 떨어지는 선인장과
그 때 화분 뒤로 줌인(Zoom-in)되던 어머니의 당황스러웠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니,이게 왜 잘려져 있지?-_-+"
'뜨끔...'
결국 화초에 물 주다가 허무하게 걸린 선인장 절단사건.
잔뜩 겁에 질린 나에게 왜 일찍 말하지 않았나며
어머니께선 날 혼내시기 보다는 잘려진 부분을 올려놓아서
선인장이 썩고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그 사건으로 인해 어린 난 선인장은 잘린 후에
다시 닫지 못한다(-_-;;;)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호기심 많던 나의 어린 시절 선인장 절단사건은
가여운 선인장의 값진 희생으로 끝맺음되게 되었다.-_-
아이를 가진 젊은 부모들이여...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비싼 선인장은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둘지어다.^^;
↓정 자르고 싶다면 이런 걸 자르도록 하자!-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