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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33915
    작성자 : 요우~
    추천 : 36
    조회수 : 1063
    IP : 61.76.***.163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03/10/17 19:15:22
    http://todayhumor.com/?humordata_33915 모바일
    [펌] 여러분이 이 꼬마의 우체부가 되어 주십시오.




    어제 밤.
    공원에서 내 발 앞으로 바람에 날려 낙엽과 함께 굴러온 A4용지 하나.
    문득 굉장히 삐뚤빼뚤한 글씨가 쓰여있어서 어떤 초딩의 낙서인가 하는 마음에 집어들었다.

    그 종이를 앞뒤로 읽은 후 나는 도저히 그걸 버릴 수가 없어서
    흙을 대충 털고, 그 종이를 가지고 집에 왔다.

    내용은 보는바와 같다.

    받는 사람 정철룩 아빠.
    우체국 꼭 가따주새요.
    주는 사람 아들, 재호.

    옆에 우표를 그려넣은걸 보고 피식 웃었다.
    아버지 성함이 정철룩이신가보군. 아들 이름은 정재호겠지.
    이 꼬마는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주 어린 애인가보다.
    우표를 그려넣음으로써 자신의 편지가 아버지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듯.
    어린이의 세계는 순진하고도 좁아서
    자신이 편지를 쓴 후 창밖으로 던져버리면
    어떤 아빠를 아는 사람. 또는 산타클로스쯤 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그 편지를 아빠에게 전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거였겠지.
    귀엽다는 생각에 피식 웃은 후 뒷장을 읽었을때

    난 더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유치원생 또는 1학년쯤 될까.
    "아빠", "보고싶어", "잉잉" 이라는 말풍선을 넣은 엉터리 자화상.

    "나 재호야 아빠 나 안이젔지(안잊었지) 재발 도라와 한국으로 응
    아빠 보고싶어 그리고 사랑해 "


    꼬마의 아버지의 이름은 정철룩도, 정처룩도 아닌
    '정철욱'인 듯 하다. 소리나는대로, ㄹ과 ㅇ이 연달아 나오는 단어는
    처음으로 글을 배울 시기인 어린이들이 쉽게 받아쓰기 어려운 한글이니까.
    아마도 꼬마의 아버지는 외국에 있는 듯 하다. 편지상으로는.
    물론 그 외에도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을거 같다.
    엄마와 이혼을 해서 외국에 가 있다든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해외출장등이라든지.(차라리 이거였으면 한다.)
    또는....영화에나 나오는 것 처럼
    돌아가셨거나, 감옥에 있기라도 해서 가족들이 어린 꼬마에게
    "아빠는 외국에 계시단다."라고 거짓말을 했든지.

    어쨌건 나 역시도 나이 스물여덟.
    세상을 어느정도는 살아왔지만,
    저런 제한된, 속물적인 추리정도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소 부끄럽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에 부산에 살았었고
    아버지는 서울에서 가족과 떨어져 일하고 계셨다.
    아버지가 보고 싶을때 나도 편지를 쓰곤 했었다.

    "아빠 보고싶어요. 빨리 집에 오세요. 아들 영진 올림."

    주소도 모르지만, 우표도 붙이지 않았지만 나역시도....
    그래. 나도 저만큼 애절하진 않았지만 저런 기억이 있었어.
    20년도 전의 기억이 꼬마의 편지와 오버랩 되면서
    종이를 버리지 않고 집으로 들고온 후 이 글을 쓰게 됐다.

    "다른 사람에게 이편지 우채국에가서 보내주새요."

    ....."다른 사람에게: 이 편지를 우체국에 가서 아빠에게 보내주세요."...겠지?

    꼬마의 바램은 자신의 편지가 아버지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것.
    나는 우체부도, 산타클로스도 아닌 평범한 놈일 뿐이지만
    인터넷이란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지 않는가.
    정말로 정철욱씨가 외국에 나가계신다면.
    그리고 저정도의 아들을 둘 나이. 30대정도라면 컴퓨터에도 능할 터.
    국내 인터넷 싸이트를 이용하지 않을리가 없고,
    사람이 많은 곳에 저 편지의 스캔본과 이 글이 올라간다면 언젠가 보게 될 수도 있으리라.

    나는 이 글을 이곳저곳에 긁어서 올릴 생각이다.
    헛수고가 될지 어떨지, 또는 저 편지가 어떤 꼬마나 다른 사람의 장난이라 해도
    의심하고 싶지도, 무시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걱정되는게 딱 하나 있다면 얼마전 '비번의 유래'라는 뻥을 심하게 친 이후
    혹시나 사람들이 내가 그 뻥쟁이와 동일인인걸 알고
    '이것도 뻥 아니야?' 라고 의심할까 겁나는 것 뿐.
    .....하늘에 맹세코 아닙니다. 변명하는거 같아서 좀 추해지는군요 제 스스로가.

    서울시 개봉동에 재호라는 아들이 있는(개봉동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정철욱씨.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십니까?
    재호가 아버지를 많이 사랑하고 찾는 모양입니다.
    행복한 부자지간이 오래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혹시나 정말로 이 글을 보셨고 아들과 연락을 하게 되신다면
    [email protected]으로 메일이나 한통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축하하고 싶으니까요.

    행복한 가정 이루시기 바라며,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도 축복 있으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사진이 너무 크군요. 리사이즈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웃대 puhihihi 님의 글입니다. 그대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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