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에는 댓글만 달아봤지 직접 글을 올리는 건 처음이네요.
화창한 봄날에 점심 먹다가 우울해져서 글을 적게 됬네요.
제가 힘들 때 위로 받는 사이트가 오유라서 배설글을 써봅니다.
저는 92년생, 20살 대학생이에요. 짧지만 제 인생을 써볼까해요.
초등학생 때가 저의 전성기(?)였던 것 같아요.
전교생 수가 100명도 채 안되는 작은 학교여서 그랬는지 제가 인기가 좀 많았어요.
이쁘다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얼굴에 남자아이들 장난을 잘 받아줘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중학교에 가니까 여드름이 하나둘 돋아나고, 아버지를 닮아 턱뼈가 발달하더라구요..
그리고 중학생 때 부터 소위 날라리라는 일진들이 있더군요.
그 전에는 제가 못생겼다고는 생각 안했었는데 점점 못생겨지고, 여자애들은 꾸미기(얼굴)를 점점
시작했죠.. 고데기도 이 때 처음 알고, 학생도 화장한다는거 이때 알고..
특히 일진들이 주축이 되는 게 중학교라는걸 이때 깨달았거든요..
제 얼굴에 컴플렉스를 가지게 되어 화장실에 가도 거울도 못보고,,
정말 셀카, 친구들과 같이 찍는 사진 절대 안찍고
수학여행 단체사진 이런 것만 찍어보고, 심지어 거울도 못봤습니다. 너무 컴플렉스가 심해서
다른 애들 화장실에서 손씻으면서 거울 잘만 보는데 저는 세면대 물줄기만 내내 쳐다보면서
손 씻고 후다닥 나오고..니가 안꾸민거네 이런식으로 보실 수도 있지만, 제가 어떻게 해보려
검색도 해보고 피부과도 가보고 했는데,,피부과는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또
얼굴이 이렇다보니 그냥 자신감만 한없이 작아지고 그런 거였어요....
암튼 중 2때 같은 반 남자애랑 사소한 계기로 싸웠는데(제잘못도 있어요...ㅠㅠ)
그 남자아이가 목소리 큰 애(비유적으로)라서 같은 반 남자애들한테 거의 다 무시당하고
아무튼 그랬네요..이 때부터 학교를 다녀도 '죽고 싶다. 자살하면 쟤네들이 미안해할까?
아니다 내가 잘되서 성공해서 복수해야지 자살해봤자 그 때 뿐인걸..'
이런 안좋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어요.
제 머릿속엔 그저 복수하자라는 생각 밖에 없었던 나날이었던 것 같아요.
한날은 제 친한 친구와 같이 하교하는데 저는 그날도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제 친구가 '학교 다니는 거 너무 즐겁다~'래서 엄청 충격이었어요.
제 친구가 애들과 벽없이 잘 지내고 이런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조용 조용한 성격의 애였는데
저는 친구를 보고 저렇게 조용하게 지내는 애도 학교가 즐겁다니..충격이었죠.
저는 목소리 크고 일진들처럼 예쁘고 잘생긴 아이들만이 학교가 즐겁다고 생각할줄 알았꺼든요..
암튼 당시의 저는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니까 고등학교는 몇개월 다니다가 마음에 안들면 자퇴해야지
라고 계획했습니다. 이렇게저렇게 학교를 다니다 드디어 졸업식..
졸업장 받자마자 교실 뒷편의 엄마를 데리고 후다닥 얼른 집으로 갔습니다.
애들 사진 찍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가서 엄마가 사주신 짜장면을 먹는데
눈물이 나려는 걸 억지로 참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졸업식 때 사진이 하나도 없네요.
아무튼 중학교를 졸업하고 근처의 여고로 입학했습니다.
여고에서는 인문계이고 또 나이도 먹은만큼 중학교 때보다는 일진이라는 개념이 줄었지만
그래도 목소리 큰 아이들은 여전히 존재하더라구요.
중학교 때보다는 나았던 시절이었고, 제가 활달하진 않지만 또 소심한 성격은 아니라서
친구들도 몇명 생겼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주변 친구들처럼 순수하게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진 못했어요.
자퇴할까 말까 자퇴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1학년이 벌써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2학년 되서 정말 정말 친한 친구가 생겼고, 이 애한테는 중학교 때 시절이라든지
제가 힘들 때마다 토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얘랑은 평생 친구가 되어야겠다 했죠...
또 2학년은 힘들었지만 이제는 보다 성적, 입시가 가까워져 그런 생각을 덜하게 되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고3이 되고 좋은 친구들을 정말 많이 사겼습니다. 게다가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제일 친한 친구도 같은 반이 되었구요..
반 친구들 거의 다 저를 좋아해줬기에 입시로 스트레스나 고민이 있어도 잘 지냈었죠..
그런데 9월 즈음인가? 원서철에 반 아이들이 많이 풀어져서 왁자지껄해 졌습니다.
저는 반 실장이었기 때문에 지금 분위기를 계속 유지한다면 수능을 잘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교탁 앞에 나가서 비꼬는 말투로 '너희가 그런식으로 공부를 안하면 어쩌구저쩌구~'나불댔습니다.
일부러 충격을 좀 줘서 '아 그래. 얼른 수능공부해야겠다...'이런 생각을 친구들이 했으면 하고
말했는데 이게 이렇게 파장이 클 줄 몰랐네요.
다음날 학교에 왔는데 애들이 좀 기분이 나빠하는 눈치길래,
'헐..내가 넘 심하게 말했나?' 했죠. 제가 제일 좋아했던 친구조차도 제가 말 걸어도 대답을 않더라구요.
며칠 뒤에 모의고사를 쳤습니다.
모의고사 치고 저와 가장 가까운 친구(절친)가 저한테 다가와서 우리 뭐 마시러 갈래? 이래서
제가 묘한 느낌을 받았지만 드디어 절친이 다시 내게 말걸어줬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커피집에 앉아서 커피를 주문하고 얘기를 꺼내는데 저는 정말 제 평생 그런 기분은 첨 느껴봤어요.
절친이 말하길 며칠전 제가 공부하라고 지금 이야기나 할 때냐 너희 점수가 몇점인데 이런 식으로 말했을 때 너무 기분이 나빠서 차마 제 눈을 보고 대화도 못하겠더라고, 반 애들도 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지금 입시로 다들 스트레스 받아하는데 니가 그러면 안되지. 그런 소리는 안하면 좋겠다 내가 니랑 친하니까 내가 애들 대표해서 말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 이런말 하는거야 라는 내용을 이야기 하더라구요..
드라마 볼 때 남자가 여자에게 '미안 나 다른 여자 생겼어'라고 자리를 떠나고 나면
여자는 멍하니 굳어 있죠?
제가 이때 그랬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도 안나고 손에 힘이 쫙~다 빠지면서 그냥 내 몸 속에 돌아가던 기계가 일시에 정지하는 듯 했습니다. 몸이 굳어진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온몸이 뻣뻣한게 힘이 없어서 움직일 수 조차 없더군요.
친구는 제가 그런 줄 별로 눈치 못채고 제가 잘 받아들인 줄 알고 나갔고요.
저는 그날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밥도 생각이 안나고 눈물만 계속 나더라구요.
제가 잘못한것도 알겠지만 제 평생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애와 이제 끝이 났다는 생각에,
정말 친했던 반 친구들과 다 멀어졌다는 생각이 계속 저를 괴롭혔어요..
하룻밤새 차압딱지가 다 붙여져있고 수십억의 빚을 지거나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거나 가정이 파탄나는 분들도 다들 힘드셨겠지만, 아무튼 학생으로써 저는 모든 친구가 내게 등을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너무 슬퍼서 종일 울기만 했어요. 그렇게 학교를 하루 쉬고 눈물 쏙 빼고 다시 등교하자
애들은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깔깔대며 종알종알대고 있었어요.
저는 그걸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고, 그냥 허탈한감정으로 하루하루 학교를 다녔습니다.
중학교 때는 죽고 싶다 저주, 복수 이런 감정이었는데 사람이 안좋은 일을 자꾸 겪다보니
또 이런것도 무덤덤해지더라구요. 그냥 허탈하고 생각이 없어지고 기운이 쭉 빠지고 그렇더라구요.
수능날까지 그렇게 교탁앞에가서 한말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오늘도 나 빼고 친구들은
재밌게 지내는구나 나만 여기서 따로 노네 이런 생각만 되풀이하며 지냈습니다.
아무튼 수능을 치고 여전히 저는 친구 없이 졸업했습니다.
대구의 경북대학교의 모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새로 시작하면 된다는 기대를 하며 들어왔지만 여지없이 꺾이더군요.
이 과에서 내가 있을만한 자리는 없구나.....
반수해서 다시 다른 대학 아니면 다른 학과 갈까 싶다가도 그래봤자 돈만 많이 쓰게되고
다시 대학 들어가도 잘 지낼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1학기 하고 자퇴하고 그냥 저는 일을 하려 했습니다.
어차피 대학 졸업장도 포기 한거 미리 돈이나 벌자 싶어
알바사이트를 뒤져가며 이 알바 저알바 연락했는데 잘안되다가 드디어 하나가 연락오더군요.
북문의 한 술집이었는데, 매니저를 만나고 제가 휴학생이나 다름없는 상태라
거의 된 줄 알았습니다. (저 알바경험이 있어서 휴학생 우대한다는거 알거든요..)
출근까지 하라고 문자가 왔거든요.
다음날 출근하는데 전날 없었던 사장님이 저를 딱 보더니 가져온 이력서도 보지 않고
%$@ 핑계를 대면서 나중에 다시오라더군요..혹시 그 사이에 알바 구하면 안와도 되고..
밤에 기숙사(기숙사에 삽니다.)에 오는데 대학로 근처라 다른 커플, 대학생들은 하하호호 웃으며
맛집을 가고 술을 마시러가고 하는데 저는 왜이리 서글프던지
어두운 골목을 지나가면서 한참을 울었네요.
알바는 잘린 경험이 많이 있어서 무뎠었는데 사장님이 저런 방식으로 자르니까
예전에는 제가 휴학생도 아니고 6개월 이상 못하니 채용안된거라 해도
이번에는 그저 '아 내가 못생겨서 짤렸구나' 싶었거든요.
그리고 오늘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주변에 남학생들이 사탕 상자로 보이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에
보니 화이트 데이더라구요..
밥을 먹는데 남친은 커녕 연락할 친구도 하나 없다는 사실에 기분이 참...
저희집은 3남매고 아버지는 버스회사에를 다니시며 200만원 남짓 받으시는 월급으로 생계를 꾸립니다.
어머니는 살림을 하시구요.
아버지 나이가 50이 넘으니까 드디어 sm5 차를 4년할부로 샀습니다.
너무 기쁘지만 제가 이제 어른이 되다보니 할부금 걱정이 되더라구요.
아직 집 살떄 진 빚도 몇천만원 있거든요.
동생들도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저도 앞으로 뭐해야 될지 모르겠고..
어머니나 아버지는 저의 상황을 전혀 모르시거든요.
또 제 고모의 사촌동생이 둘이 있는데 둘다 언어장애(말은 하는데 유치원수준)라서
제가 나중에 돌봐줘야 할 여건이에요.
외할머니도 당뇨시고,,외가쪽도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상태고..
친가쪽은 두말할 것도 없구요.
부모님은 돈 이야기는 제게 전혀 안하시지만 제가 몇몇 엿들은 게 있어서 아는 정도구요,,
제가 자퇴할거라는 거, 기숙사에만 틀어박혀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세요...언젠가는 말해야하지만
암튼 너무 힘드네요.
제가 아직 젊고 무슨 안좋은 일을 당한 것도 불치병도 아니고
무수한 빚을 진 것도 아니고 해서 나이만큼 속도 어리네..별 고생도 안해봤구만ㅉㅉ하실 수도 있겠지만....
적고나니 조금 후련해지네요.
언젠가는 저에게도 진짜 화창한 날이 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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