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뎃 엄청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기말 보는중이거든요..
이번주로 끝나니 그후부턴 템포좀 올려보겠심다. 뭐.. 기대는 하지 마시구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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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아아!"
아무리 혹독한 훈련과 전투교육을 받은 해병이라 할지라도 확실하게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되면 두려움을 느낀다. 하물며 그 모든 세뇌교육을 스킵한 나는 오죽할까.
우리가 탄 의료선 에이프릴은 위태로운 각도를 그리며 급하강하기 시작했다. 하강이라기보단 추락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속도였다. 덕분에 나를 포함한 탑승자들은 조종석쪽으로 미끄러져내려가는 몸을 간신히 유지하면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제인! 뭐하는겁니까 이게!"
*삑* <급하강하지 않으면 저그한테 바로 당해요! 꽉 잡으라고 했잖아!>
제인도 마음이 급한지 막말을 하기 시작했다. 순간, 뭔가가 앞의 경로를 가로막고 있었는지 에이프릴이 파도를 타듯 머리를 급히 올렸다가 재하강했고, 나는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끼며 다시 제인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아무리 이래도 이건.."
투캉
"카아악! 으하가각!"
내가 입을 열기가 무섭게, 금속을 찢는 거친 소리가 들려온 동시에 내 옆의 옆에 있던 마린이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하강중인 기내에서 몸을 추스리기 위한 유일한 지지대였던 양 팔을 가슴쪽으로 모으더니 급기야 조종석 쪽으로 굴러내려갔다. 그가 내 앞을 굴러지나간 순간 내 눈에 보인 건 그의 가슴에 박힌 톱니 모양의 이상한 물체였다.
"뭐.. 뭐여 저게?"
*삑* <뮤탈리스크에게 기체 피격! 왼쪽 후미에 관통데미지! 누구 안 다쳤어요?>
"지금 해병 한 명이 뭐에 맞았어!"
*삑* <빌어먹을!.. 아앗 또 온다! 모두 꽉 잡아요!>
"우아아아아!"
제인이 내 보고를 듣기 무섭게 뮤탈리스크가 또 따라붙었는지, 에이프릴은 더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한채 그저 기체 내부의 지지대용 철봉에 매달려있을 수 밖에 없었다.
투카캉 투캉
한참 기체가 흔들리고 있는데 천장쪽에서 뭔가가 강하게 부딫히고 튕겨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흡사 전투복에 총알이 튕겨나가는 것 같은 소리였다.
*삑* <뮤탈리스크에게 피격중! 근방의 전투기, 누구나 좋으니 지원 부탁해요!>
"젠장! 총 한번 못 쏴보고 죽긴 싫단 말이다아!"
에이프릴의 다급한 무전을 들었는지 내 옆의 해병이 울부짖기 시작했고, 나 역시 엄습해오는 두려움을 억누르기엔 조금 역부족이었다. 뭣 좀 해보나 했더니 이렇게 시시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일렀다. 나는 다음 순간 뒤쪽의 창문으로 뭔가 쇳덩이로 만들어진 물체가 우리 쪽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망령 전투기인지 바이킹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끈적끈적해 보이는 살덩어리처럼 보이지 않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큰 안도감을 얻을 수 있었다.
*삑* <감마중대 망령 전투기 7호 럭키, 지원사격 개시. 조금만 참으라고 아가씨.>
망령 전투기인 모양이었다. 그가 긴급신호 주파로 에이프릴에게 보낸 무전은 우리 역시 들을 수 있었고, 이어서 나는 경쾌한 폭발음을 에이프릴의 장갑 너머로 들으며 창문 밖에서 뮤탈리스크가 피와 연기를 흩뿌리며 추락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잠깐이나마 열을 식힌 에이프릴은 롤러코스터같은 비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윽고 우리를 구해준 망령 전투기가 에이프릴 옆으로 따라붙으며 무전을 보내왔다.
*삑* <뮤탈따위 X밥이지. 모두 무사합니까?>
*삑* <정말 고마워요, 에..>
*삑* <럭키. 감마중대 7호. 우리 친구들 잘 실어날아주시길. 난 이만 연료 채우러 돌아가야 하니까 기지에서 봅시다.>
물론 진짜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망령 전투기 조종사는 쿨하게 인사를 날린 뒤 고도를 바꾸어 우리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탑승 해병 전원이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놓으려고 하기가 무섭게 갑자기 제인이 무전을 보냈다.
*삑* <뭐 하는 거예요! 다들! 피격당한 해병은?!>
"아 맞다!"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 우리 모두가 잊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해병 몇은 제인의 무전을 듣는 즉시 조종석 뒤 수술대까지 날아간 해병에게 달려갔다. 그는 벽 쪽에 엎드려 쓰러진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이 정신차려! 누워있기만 하면.."
나보다 한 발 앞서나간 해병이 그를 뒤집어 눕히며 그에게 말을 건넸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기엔 이미 틀렸다는 것을 알아채기까지는 우리 모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삑* <착륙까지 ETA 1분. 거기 상황은 어때요?>
"죽었어. 뮤탈리스크가 쏜 쐐기벌레가 전투복을 뚫고 들어가서 흉부를 녹여벼렸군."
*삑* <제기랄!>
처참한 광경이었다. 에이프릴의 장갑을 뚫고 들어오면서 많이 파손된 쐐기벌레였지만, 전투복을 뚫고 들어간 이상 인간의 살 정도야 불타 녹아버리는 것 정도야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시체를 코앞에서 보고 제인에게 해설을 해 준 해병은 혀를 쯧 하고 차며 고통스레 일그러져 있는 죽은 해병의 안면보호대를 내려주고 구석에 고이 앉혀준 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를 포함한 다른 해병들 역시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가 착석했다. 재배치 이후도 아니고 수송중에 죽다니, 정말 불운의 극치가 아닐 수 없었다.
*삑* <피격되고 바로 의료장치에 앉히기만 했어도..>
제인이 씁쓸한 목소리로 무전을 보내왔다. 무전이라기보단 혼잣말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녀가 말한 것을 우리들 중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다시금 죽어있는 해병을 쳐다본 뒤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돌렸다.
좋은데 가슈.. 운도 더럽게 없구만.
*삑* <수직하강합니다. 다 왔어요.>
제인이 무전을 보낸 직후 나는 엘리베이터에서나 느낄 법한 미묘한 중력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투지대에 있었는데 벌써 배럭인가? 다른말로 하면 전선과 병영이 그만큼 가깝다는 거겠지. 한마디로 좆된거다.
철컹
이윽고 에이프릴은 천천히 착륙했고, 뒤쪽의 탑승구가 열리면서 제인에게서 무전이 들려왔다.
*삑* <내 임무는 여기까지. 좀 쉬어야겠어요. 전사자는 걱정하지 마시고.>
"고마워요, 제인."
*삑* <지옥 한가운데로 데려다주고 감사를 받으려니까 웃기네요. 모두 죽지 말아요.>
제인의 무전을 듣는둥 마는둥, 탑승중이던 해병들은 뒤쪽부터 차례대로 탑승구를 통해 내려가며 가우스라이플을 집어들었다. 나는 죽은 해병을 다시 한 번 바라본 뒤 탑승구로 향했다.
지금은 눈꼽만큼 마음이 놓이지만.. 조금 뒤에 전선에 투입되면, 나는 아까의 상황과 비교해서 어느 게 더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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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끔 짧네요;; 과제가 있어서리. 새벽 두시기도 하고..
우와, 그러고보니 베스트 갔더군요. 엄청 감사합니다! 그리고 XiPhIaS 님, 만화로 그려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만화 그리는거 즐기지만 영 시간이 안 나고 힘들어서리..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힘 닿는데까지 써보겠습니다. 추천 리플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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