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찬님의 글입니다.
34화와 35화 사이에 글번호가 갑자기 건너뛰는데
책과 비교해 보니 내용상으로는 차이가 없더군요.
걱정말고,재밌게 보세요.^^
<109> FAQ
각 자대로 수송하는 버스가 여러대 나타나서 애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국방부로 향하는 버스는 좀 늦게 왔다. 드디어 국방부행 버스 도착...
휑.....하니 넓은 버스에 우리 10명만 달랑 탔다. 남아있는 애들과 작별인사
할 겨를도 없이 이윽고 버스 출발........논산을 떠날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
도 약간은 정이 든 헌병학교를 떠나려니 맘이 조금 아프다. 회자정리(會者定
離)라고 했던가?
인생은 항상 이런것인가 보다. 끊임없이 만나고 정들만 하면 헤어지고. 졸면
서 가다 보니 버스가 한강을 건너 강변을 따라 계속 달리고 있었다. 드디어
버스는 용산의 이태원쪽으로 들어섰고 이윽고 삼각지를 돌아 국방부에 도달했다.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정문 바로 오른쪽에 있는 서문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에
는 헌병과 의장대가 같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차량확인이 끝나고 차가 출발할
려니 창밖에 서 있는 의장대 상병이 우리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쯔쯔...불쌍한 놈들.....'
뭐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연병장에 정차하고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둘
러 보았다. 국방부라서 그런지 빽빽하게 서있는 건물들 땜에 군대 같은 기분이 안들었다
우리 10명은 한 사병을 따라서 헌병대 본부중대로 갔다. 짐을 모두 풀고 나오
니 벌써 날씨가 저물려고 한다. 한 일병을 따라 우리들은 사병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안으로 들어서자 각 식탁마다 병과명이 적혀 있늘걸 볼수 있었다.
' 헌병 ' ' 의장 ' ' 수송 ' ' 지원 ' ' 화학 ' '간부용' 등등등......
우리들은 헌병식탁에 가서 식사를 배식받아서 먹었다.
놀랍게도............. 자유배식이었다. ^^;
모두들 속으로 엄청 기뻐하면서 마음껏 퍼서 자리에 앉았다. 근데 먹을려는
순간...척척척~ 하는 쇳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헌병들이 우르르 들어오는게 보였다.
복장들을 보니 근무교대를 하고 오는거 같았는데 그동안 우리는 멋있다고 생각
했었던 우리의 전투복이 얼마나 촌스럽고 거지같은 옷이었는지를 깨달을수가 있었다
고참들의 옷을 보니 다리미로 얼마나 다렸는지 줄이 칼같이 잡혀있고,번들번들
빛이 난다. 전투화도 유리처럼 반짝였고 모든 옷들이 각이 잡혀 있다.
옷도 종류가 다양했다. 보통 개구리전투복에 헌병금색탄띠를 차고 있는 사람,
파란색행사복(공군), 청록색행사복(육군), 까만색행사복(해군,해병)을 입고 있
는 사람, 윗옷은 야상을 입고 밑엔 통넓은 파란색 근무복 바지복장도 있었다.
모두 배식을 받으면서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며 같이 온 본부중대 일병에게 질문
을 던졌다.
어떤 병장 : 어이.....거기 개네들이 새로온 애들이야?
본부 일병 : 예. 그렇습니다.
어떤 병장 : 우리 50중대에는 몇 명 오냐?
본부 일병 :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병장 : 으음.그래? 맺집 좋은 녀석 뽑아서 보내라...
우 리 들 : -_-;;;;;;;;
국방부 헌병대라고 해서 자대배치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헌병대 안에도 3개
의 중대가 있는데 50중대, 60중대, 본부중대였던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50
대가 군기가 가장 세다고 한다. ' 그럼 난 50대군...' 그 얘기를 듣자마
자 웬지 난 50대로 갈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난 언제나 꼬이니깐.....!
병장 : 어이 신병들.......
고참의 부름에 우리 10명이 동시에.......
우리 : 예..이병 * * *
식당이 떠나가라 관등성명을 댔다.
병장 : 조용히 해 임마......집이 전라도인 녀석 손들어봐.....
우리 : (손을 든다) 차차작....
병장 : 오..그래?....
밥먹을동안도 잠시도 안쉬고 질문공세를 퍼붓는거다.
그럼 여기서 자대가면 고참들이 가장 빈번히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서 알아보자.
(0) 너 집 어디야?
고참 : 너 집 어디야?
쫄병 : 예.. 서울입니다.
고참 : 야임마..서울이 다 네집이냐?
쫄병 : 시..신월동..--;
[요령] 자세하게 대답을 해야한다. 꼬투리 잡을려면 한이 없다.
(1) 너 언제 제대하니?
고참 : 너 언제 제대하니?
쫄병 : 예.. 전 95년 3월 17일에 제대합니다.
고참 : 으음..이 쌔끼 봐라...시퍼런 쫄따구가 벌써 제대를 생각하고 있단 말여?
쫄병 : -_-;
[요령] 만약 이런 질문을 하면 군기든 목소리로 잘 모르겠다고 하는게 상책이다.
멋모르고 그동안 계산했던 날짜를 자랑스럽게 대답했다간 겨울에 식음땀을
철~철 흘리게 될것이다.
(2) 너 여동생이나 누나있어?
고참 : 너 여동생이나 누나있어?
쫄병 : 있습니다.
고참 : 오~~~그래? 너 닮았냐?
쫄병 : 예 그렇습니다.
고참 :(TV를 틀며) 에고....오늘 뭐 잼 있는거 안하나?
쫄병 : -_-;
[요령] 가장 많이 하는 질문중 하나다. 요령은? .......있다고 하는 것이 좋다.
없다고 사실대로 말한다고 해서 갈굼을 당하지는 않지만 고참들의 관심
밖에 밀려나기 때문에 빨리 성장하기(?)가 힘이 든다. 어쨌든 쫄병시절엔
고참의 사랑을 듬뿍 받는게 중요하다. 있다고 하면 언제 소개시켜 줄꺼냐,
면회 좀 오라고 해라, 전화번호 말해봐라...등등으로 많은 관심을 나타
내지만 다 그냥 해보는 소리다. 있지도 않는 이쁜 여동생을 빌미 삼아서
군생활이 풀리는수가 허다하다.
(3) 너 애인있어?
고참 : 너 애인있어?
쫄병 : 없습니다.
고참 : 그래..요즘 여자들 눈이 얼마나 높은데..
쫄병 : -_-;
[요령] 이것두 있다고 하는게 좋다. 물론 없다고 한다고 해서 별일은 없지만...
아마 있다고 하면 짖굿은 고참중엔 막말로 애인을 나에게 줄수 있냐고
할것이다. 이런말 한다고 해서 자신의 애인에 대한 심한 모욕으로 인해
화가나 인상을 팍팍~썼다가는 군 생활내내 인상을 팍팍~쓰는 고참의 얼
굴을 볼수 있을것이다. 그냥 심한농담도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4) 너 총각이야?
고참 : 너 총각이야?
쫄병 : 예 그렇습니다.
고참 :(음흉하게 웃으며) 그럼 오늘밤 뒷물하고 기다려....^_~
쫄병 : -o-;
[요령] 총각이 아니라고 하는게 좋다. 물론 그 반대라 해도 아무런 상관은 없다
하지만 점점점 고참들이 흥미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그냥 사실대로 말해도
상관은 없을테니 중요하게 생각친 말라. 애인있다고 하면 애인과의 관계를
물을 것이다. 이때는 그저 가상으로 이야기를 꾸며서 재미있고 야한얘기를
실제 이야기처럼 해주면 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좋아한다.
내가 상병말년때 한 신병의 108 이야기는 정말 웃겼다. 108명의 여자랑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신병이 있었는데 그 하나하나 이야기가 얼마나
웃겼든지 고참들사이에서 단번에 그 녀석은 인기가 높아졌다.
(5) 사회서 뭐하다 왔냐?
[요령] 이거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일류대 나왔다고 하면 고깝게 볼지
도 모르지만..... 난 직업의 종류가 엄청 다양하단걸 이때 첨 알았다.
(6) 누가 먼저 제대할 것 같냐? 나 제대 몇 달 남을 것 같냐?
고참 : 야..나하고 이녀석 중에 누가 먼저 제대할꺼 같냐?
신병 : (그 고참 옆에서 가소롭다는듯이 씨익웃는 병장을 한번 살펴보고...)
옆에 병장님이 더 빨리 제대할거 같습니다.
고참 : (그 병장 대가리를 한대 까면서..) 이래두?
신병 : -_-;
[요령] 할일없는 말년병장들의 장난 질문이다. 물어보는 그 사람이 먼저 제대
할 확률이 높다. 머리카락길이와 눈동자가 풀려있는 것을 잘 보면 알 수 있다.
대답을 잘못하면 한 고참은 마구 웃고, 다른 고참은 열받는 경우도 있다.
(7) 저기 문에서 이 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냐?
고참 : 야... 저기 문에서 이 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냐?
쫄병 : 예.. 한 5초정도 걸릴거 같습니다.
고참 : 그래? 거참 이상하다. 나는 2년이나 걸렸어.......
대체 어떻게 된거지? 넌 5초만에 이까지 올수 있다 이거지?
쫄병 : -_-;;;;
[요령] 이것도 말년병장들이 하는 소리다. 주로 말년병장은 내무반 문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방 안쪽에 자기 자리가 있다. 이럴때는 군기든 모습과 눈
치가 요령이다. 어설픈 요령 따윈 안통한다. 말빨도 중요하다.
뭐......대충 이런것들이 신병들에게 하는 질문이다. 아마 보는 고참마다 지겹
도록 이런 질문들을 할테니 나름대로 재밌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는것도 하나
의 대책이라면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110> 웃음참기.
식사가 끝이 나자 다시 우리들은 본부중대로 돌아왔다.
본부중대의 고참들은 우리들을 귀챦게 하지도 않았고 군기도 강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직 어느 중대로 갈지도 모르는 대기병 신세이기 때문이었다.
보일러실에 가서 좁은 욕탕에 10명이 샤워와 세면을 했다.
그제서야 우리들은 우리끼리 말을 할 수가 있었다.
리앨 : 호제야...... 어떻냐?
호제 : 에고......알딸딸해서 암것도 모르겠다.
황호제란 녀석은 키와 덩치가 크고 얼굴도 까무잡잡한게 웬지 무서운 인상을
가진 우리 동기다. 물론 착하고 순진하지만...
리앨 : 나도 정신없을지경이야...
우리들은 모두 재빨리 비눗칠을 하면서 온몸을 씻고 나와서 주홍색 체육복 을
입고 내무반에 앉았다. 양반다리를 하고 허리를 굳게 펴고 팔을 쫙 펴서 무릎
에 대고 두눈은 정면.. 정말 TV에서나 볼수있었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 이렇게 앉아있으니 마치 도 닦는 사람같군....제길...'
고참이 TV를 틀자 코미디 프로가 나왔다. 한 고참이 우릴 돌아본다.
고참 : 아참......니들 사과 먹을래?
우리 :(동시에) 아닙니다.
고참 : 아니 그게 아니라....사과가 썩어서 버릴지경이란 말야...좀 먹을래?
우리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또다시 외쳤다.
우리 : 괜찮습니다.
고참은 그냥 순수한 마음에서 줄려고 하는데 우린 군기테스트 하는줄 알고 누
구 하나도 먹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정자세로 앉아 TV를 보는데 어
떤 마른남자 개그맨이 양복을 입고 학원 선생을 연기하고 있고, 나머지는 학생
역활을 하고 있는데 가만 보고 있자니 한샘 학원의 서한샘씨를 흉내내고 있는
게 아닌가?
" .....렇기에 3연의 2째줄 ' 빛깔과 향기 ' 란 참모습과 본질을 말하는것이다.
이거 중요해.... 밑줄 쫙.....그 옆에 별표 뗑야 ......하나가지고 모자러.....
한개 더 뗑야....... 시험에 절대 안 나옵니다.........."
이러면 열심히 필기하던 학생들이 책상을 부여잡고 황당하다는 듯이 휘청거리는
것이었다.
우리 : ....으....으음...-_-;;;
우리들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고 정말 미치는줄 알았다.
웃음이란게, 웃으면 안되는 장소에선 더 참기 힘든가 보다. 조용한 내무반에
군기가 바짝 들어 있어야 할 신병들이 킥킥 대면서 웃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일이다.
계속해서 나오는 텔레비젼 소리에 우리들은 각자 다른 상상을 할려고 용을 썼
고 괜히 엉뚱한곳으로 고개를 돌려 미칠듯한 인상을 짓기도 했다. 정말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변 핑계로 화장실로 내빼는 놈도 있었다.
" 밑줄쫙.....어허......아까 그거보다 더 중요해.....별표 뗑야 뗑야.....시험에 아직까지 나온적이 한 번도 없어. "
우리 : 으헉.............큭큭...음.......음흐흐..-_-;;;;;
서한샘씨의 강의가 저렇게 웃길줄이야... 정자세로 앉아서 웃음을 참느라 오만
상을 다 쓰고 있는 우리들.... 언제 한 번 마음껏 웃어 보려나........
이젠 별의별것들이 다 소원이 되고 있다. 10시가 되자 점호를 하고 소등을 했다.
국방부의 첫날은 이렇게 흘러갔다. 훈련소보다 시간이 더 안간다. 국방부 시
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간다더니...쩝..
(111) 더 무서운 사람.
본부중대에서 대기하면서 밥이나 먹으며 이럭저럭 보내고 나니 또 하루가 그
냥 흘러가 버린다. 어디든 대기하는 시절은 정말 힘겹고 지루하고 미쳐버린다.
가만 앉아서 오만 상상도 다 하고 괜히 돌아다니면서 바람도 쐬고....그렇게 해
도 겨우 몇십분이 지나간다. 피곤하다고 발라당 눕기는커녕 발 조차 뻗을수 없
으니 이거야 원....저녁식사가 끝이 나고 특경대 소대장이 우리 신병 10명을 모
두 불렀다.
본부중대에 속한 또 하나의 소대가 특경소대이다. 이들은 아래위로 쌔까만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쓰고 경적만 차고 다닌다. 공수훈련을 뛰고오면 이 소
대에 속하게 된다. 우리 10명은 신발을 챙겨신고 특경소대장실로 갔다. 특경
소대장은 키는 작아도 웬지 날카롭고 빈틈이 없어 보이는, 마치 똑순이 아버지
로 나왔던 영화배우 추상미의 아버지인 그 텔런트를 닮았던 중위였다. 한 사병
에게 커피를 빼오도록 한 뒤 소대장은 우리에게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 또는 질
문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한다. 질문은 거의 다 호제 녀석의 몫이었다.
호제 : 우리들은 어떤 중대로 갑니까?
중위 : 그건 몰라임마...두고봐야 알지..
호제 : 신병특박은 언제 있습니까? 기간은요?
중위 : 글쎄....다음달 정도에 있을꺼야..기간은 4박 5일이지.
우리들은 모두 환한 미소를 지었다.
호제 : 이제 우리 신병들이 할 일이 뭡니까?
중위 : 궁금한걸 계속 질문 해..
호제 : 그게 아니구 말입니다, 나중에 중대배치 받게 되면 말입니다.
중위 : 근무 서겠지...근데 넌 뭐가 그리 질문이 많냐? 나도 질문하나 하자..
니가 보기에 내가 어떻게 생겼니?
호제 : ...................
중위 : 왜 대답이 없어? 내가 무섭게 생겼니?
호제 : ........예....무섭게 생겼습니다.
소대장은 호제를 가르키며 어이없이 마구 웃는다.
중위 : 푸하하하.. 야 임마......니가 더 무섭게 생겼다. 니가
우리 : 움화화화화홧...........
공감하는 우리들도 마구 웃어 제꼈다.
중위 : 그래.........그럼 이만하자. 오늘은 본부중대가 비좁으니 50대 취침실에 얘들을 재워라.......
한 사병이 우리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50중대로 올라가면서 우리에게 충고를 한다.
" 이 중대는 군기가 좀 세..그러니 니들중에 누가 50대로 가게될지 모르니 미리
군기든 모습을 보여 줘라..... "
맨 꼭대기 언덕에 있는 50중대의 건물이 사병의 충고 때문인지 드라큐라의 성처
럼 싸리..하게 느껴졌다 50중대 건물의 동쪽 아래에 보니 미군 부대가 있었다.
바로 용산 이태원의 미 8군부대다. 카투사로 입대했으면 저기 있었을텐데...
그런 생각들을 하며 10마리의 토끼들은 호랑이 소굴로 향하고 있었다.
<139> 잠 못자는 신병들.
50중대 건물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취침실로 우리를 모두 집어 넣는다.
취침실안에는 고급 2층침대, 오리털 이불과, 지압베개, 수면을 도와주는 부드러운
음악, 그리고 은은히 풍기는 과일향기와 오렌지색 형광등이....물론 없었다.--;
더러운 침상위에는 화투칠때 까는 모포와 6.25때 쓰다 남은거 같은 베개뿐이다.
10명이 나란히 누워서 불을 끄고 자고 있는데 새벽 1시가 좀 넘어갈무렵...
잠결에 어디선가에서 규칙적으로 '쿵! 쿵!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
' 어라? 뭔소리지? '
이상해서 눈을 뜨는순간 천장에서 내 얼굴위로 뭔가가 떨어지더니 이마에 '쿵!'
하고 부딪혔다.
" 윽...."
놀래서 벌떡 일어나 보니 한 병장녀석이 자신의 철모를 벗어서 누워있는 우리들
10명의 머리를 차례대로 치고 있었다. ' 쿵 쿵 쿵..'
내 오른쪽에서 자고 있던 나머지 애들도 모두 머리를 맞고 깨어났다.
별명이 공룡인 그 병장이 말했다.
공룡 : 음.....모두 깨어났군. 자...집이 강원도인 녀석......손들어봐
리앨 : ' 제길.....또 시작이군 '
공룡 : 그래? 너 집 어디야?
우리 신병들에게 궁금한점 들이 모두 풀리자 그 병장녀석은 나가버렸다.
정말 공룡처럼 멸종되야 할 놈이었다.
억지로 다시 잠을 청하는데 또 불이 '탁' 하고 켜진다.
깡패 : 어이....기상..
우리 : (후다닥.........)
깡패처럼 생긴 인상 더러운 한 병장이 야상을 걸쳐 입고 서 있었다.
우리 : ??????
깡패 : 집이 경상도인 녀석..
우리 : ' 우우.........제기랄~~~~~~~~~~\./ '
야간근무를 서고 돌아오는 고참들이 밤새도록 우리들을 깨우는 바람에
우리들은 한숨도 잘수 없었다. 아~ 이럴줄 알았으면 군대 빨리 갔다와버리는건데..
왜 진작 군대를 갔다오지 않았을까? 앞날이 까마득하다.
<140> 개병대와 해병대.
다음날 아침에 또 기상하여 국방부를 크게 한바퀴 돌면서 구보를 했다.
국방부는 생각보다 엄청 넓었다. 하기야 모든 육·해·공,해병까지 있고
모든 병과가 거의 다 존재하는 부대니 뭐....
바로 그때 저쪽에서 한 무더기의 군인들이 줄지어 구보를 하며 오고 있었다.
근데 그 군인들은 웬지......웬지......뭔가가 어색했다.
' 어라?...... 허걱...........@.@ '
그렇다..... 모두 여군 하사후보생들이었다.
고참들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구보하는 여군들 몸에서 뭔가가 덜렁덜렁 대는걸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 햐..........이렇게 많은 여군이........'
" 멋있는.....하후보.....많고 많지만.......바로 내가....."
여군들이 마구 군가를 부르면서 우리들을 지나쳤다.
하후보는 하사관 후보생을 말한다. 여군들이 우리를 지나쳐 가고 앞에 나타난
건물이 바로 국방교회 옆의 여군학교!
저 어디엔가에 내 동기..안하사도 있겠지.....후후..
우리들은 다시 중대에 도착했다.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본부중대로 왔다.
내무반에서 애들과 앉아 있는데 한 해병병장이 들어온다.
칼같이 다린 전투복에 챙이 넓고 긴 팔각모.....붉은 명찰에 세무전투화를 신은
해병고참을 보니 조선시대에 외국인보듯 희안했다.. 물론 멋있긴 멋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해병은 쓰잘데기없이 멋을 부리거나 사제에서 난동만 피우지
않으면 무척 멋있는 군인이라고 생각한다. 군인은 고생한 만큼 멋이 있는법이다.
퇴소식 같은데서 군인이 아주 멋있는 시범을 보이면 ' 아 정말 멋있구나....'
하고 감탄만 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할것이다..
' 아.......무쟈게 두들겨 맞은 모양이구나....-_-; '
? 해병대의 원래 이름은 '해군의 정예 육전대'다
해군출신 장병 380명이 진해에서 창설한게 바로 해병대다.
그러다가 1973년 10월달에 개편계획에 따라 전투부대는 해군 상륙 부대로
예속되어 버리고, 나머지 사령부나 교육 지원 부대등은 모조리 해체 되었다.
다시 해병대 사령부가 창설된 것이 1987년 11월 1일이다.
해병들을 살펴보면 특이한게 참 많다. 일부러 튈려고 그러는지 몰라도...
일단 위에서부터 보면 챙이 아주 넓고 긴 팔각모가 눈에 띈다.
둥그런 우리모자와 비교해볼 때 상당히 멋있다.
그리고 모자를 벗으면 헤어스타일이 눈에 또 띈다.
그야말로 말대로 주변머리가 하나도 없고 천장만 존재하는 일명 '돌격형 머리'
이것도 상대방에게 상당히 위혐감을 준다.
해병은 훈련도 악으로, 군가도 악으로 부른다.
'악악악악' 하면서 군가를 부르는거다.
뭐든지 튀려는거 같이 보이지만 멋은 있다.
그리고 빨간명찰.......빨간 바탕에 노란글씨로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빨간바탕은 피와 정열을 상징하고 노랑글씨는 땀과 인내, 평화를 상징한다.
빨간색 이름표만해도 상당한 위협감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쎄무워카.......... 육군워카와는 달리 해군해병은 쎄무로 되있다.
모래에서도 뛸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암튼 개인적으로 나는 쓰잘데기없는 곤조를 부리지 않는 그야말로 멋있는
군인이 될 자신이 있는분은 해병대를 가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그렇다고 육해공군들이 멋이 없거나 편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해병대를 높이 사는 것은 그들의 멋이나 훈련강도등이 아니다.
바로 그들의 '자부심'이다.
특수부대를 제외한 보통부대중 해병대만큼 자부심이 강한 사병부대가 또 있을까?
'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
라는 표어를 스스로 만들어서 자부심을 가지는 해병대..........
베트남전쟁과 6.25에서 수많은 공적을 올리면서 싸웠기에 이에 놀란 외신기자
들이 마치 수식어처럼 써서 유행된 ' 귀신잡는 해병대 ' .....
그리고 제대해서도 서로의 친목을 다지고 사회봉사에 힘쓰는.....
'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 이라는 해병대.......
진짜 멋이란 사제에 나가서 쌀쌀한 날씨에도 모자 안쓰고 꽉끼는 해병 나시T만
입고 몇 명씩 몰려 다니는게 아니라 바로 이러한 것들이 진정한 해병의 멋일꺼다
정말 멋있는 해병들이 자꾸 사라져 가는거 같다.
이승만 대통령은 군대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가는곳마다 먼저 투입되어
전승(戰勝)하는 해병대가 마치 개선군대(凱旋軍隊)같이 인식이 되었는지
해병대를 개병대(凱兵隊)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뜻의 말이 몇몇 해병들의 좋지 못한 이미지로 인하여 타 병과
들이 개(dog)병대로 부르고 있는게 현실이다.
6.25때 제일 먼저 서울을 수복하여 중앙청에 태극기를 매달던 그 멋있는 해병이
그립다.?
<141> 중대발표.
오늘은 중대발표가 있는 날이다. 중대(重大)발표가 아니라 중대(中隊)발표다.
어쨌든 우리에겐 둘다 속하지만.....
일병 : 이성찬 이병은 50대!
리앨 : '내 그럴줄 알았지..'
역시 난 50중대였다. 나와 수열이는 50대로 배정을 받고 나머지 애들은
본부중대와 60대로 나뉘게 되었다. 모두 더플백을 싸서 또 다시 작별인사를 하고
자신의 중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키크고 멋있게 생긴 최치원 상병이 우리를
50대내의 본부소대로 인도했다. 50중대도 1소대, 2소대, 3소대(방위병소대),
그리고 본부소대(행정병소대)가 있었다. 또 다시 대기병 신세다.
수열이와 나는 아무 할 일없이 그냥 로버트처럼 앉아있기만 했다. 서로 말도
못하고 하루종일 앉아만 있는 대기병신세. 정말 이런게 군기일까?
저녁때 텔레비젼을 보면서 보니 행정병들은 정말 장땡이다. 본부소대라고
해봐야 50중대 중대장 운전병 1명과 중대장 따가리 하는 사병 1명, 그리고
작전반에 행정병등......서너명밖에 없다. 소대에 숫자가 그 정도니 최상병은
그 짬밥에도 내무반에서 드러 누워도 상관 없을정도다. 대장 운전병인 홍 일병도
본부소대 맨 쫄병인 일병 짬밥인데두 내무반에서 공부까지 할 정도로 자유로웠다.
군인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 같다. 역시 능력있는자가 쟁취하는건가보다.
일석 점호를 받고 잤다. 내일은 또 다시 1소대냐, 2소대냐가 결정나는날이다.
거기가면 또 근무 뛸때까지 하루종일 대기하겠지..
제길.. 이제 대기는 증말 지겹다. 탈영이나 해버릴까?
아냐.....지금까지 개긴 4개월이 아까워...차비도 없고.....에라..그냥 자자..
<142> 궁금한 질문
고참들이 한 번씩 우리본부소대에 들어와서 로버트처럼 꼼짝않고 앉아있는
수열이와 나에게 말을 걸곤 했다.
고참 : 야....신병들.
우리 : 이병 이성찬 . 이병 배수열
고참 : 소대결정났냐? 누가 1소대야?
우리 : 아직 안났쑵니다.....
고참 : 그래? 음.......뻔하네 뭐..... 니가 1소대고 네가 2소대야.....
1소대는 얼굴이 좀 뺀질거리게 생긴 호리호리한 보통체격을 뽑고, 2소대는
좀 강인하게 생기고 덩치가 두툼한 사람을 뽑는다고 하면서 그 고참은 나를
지목하며 내가 1소대로 갈꺼라고했다.
초저녁이 되자 내무반 행정병들은 모두들 어디론가 가 버렸다.
자대에서의 신병은 돌봐줘야 할 아기 취급을 받는다. 식당도, 화장실도 맘대로
못가고 갈때는 반드시 고참에게 허락을 받고, 심지어는 안내까지 받아가면서
가야할 정도다. 혼자 다니다 무슨일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
근데 고참들이 우리들을 두고 모두 다 가버렸으니 우린 그냥 로버트처럼 앉아
있을수 밖에 없었다. 쫄딱 굶으면서 저녁시간을 다 보내고 나니 행정병들이 다시
모두 소대로 들어온다. 그리곤 우리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채 텔레비젼을 틀고
모두 드러 누워서 시청한다. 화면엔 최수종의 '도시인'이 나온다.
배종옥이 최수종에게 뭔가 말을 할때....최 상병이 우리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최상병 : 야 신병들.......지루하지?
우리 : 아닙니다~~~~
최상병 : 소대생활하면서 뭐 궁금한거 없어? 얼마든지 질문해봐.
다 대답해 줄테니......
기회다 싶어서 내가 얼른 손을 번쩍 들었다.
리앨 : 이병 이 성 찬 질문 있쑵니다
최상병 : 그래? 뭔데?....아무거나 질문해봐 ...다 대답해줄께..
리앨 : 밥은 언제 먹씁니까? -_-;;
텔레비젼을 보던 행정병들이 갑자기 내무반에서 뒤집어 졌다.. 우당당탕.....
행정병중에 제일 대빵인 박무흥 병장이 우릴 노려본다.
박병장 : 뭐? 바....밥..? 니들 밥 안먹었어?
최상병 : 그....그럴리가....-_-;
우리 :( 다 죽어가는 소리로 ) 예..그렇습니다.
최상병 : 아니..이론...왜 말안했어....?
우리 : ' 지금 말하고 있잖아..쨔샤..'
최상병 : 대장님 아시면 큰일나겠네.....잠깐 기다려......
──(()─────
그러더니 어디선가 컵라면 2개를 끓여서 가지고 왔다. ──))(─────
(()
" 쩝쩝 쩝....후루룩...후루룩....쩝쩝..." ─────────
\ 라면 /
컵라면 안에다가 꿀물을 탔는지 너무너무 맛있었다. \─────/
줄어드는 라면의 양이 야속할 지경이다. 휴가때 먹을게 또 한 개 추가되었다.
' 캔맥주, 딸기잼, 콜라, 건빵, 그리고 컵라면..........-_-; '
단 한끼를 굶었는데두 이렇게 배가 고프다니...
배고파서 사람을 죽였다는 강도들에게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_-;
허겁지겁 라면을 먹어대는 우리를 최상병이 쓴웃음을 지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자기 신병시절이 생각 나나보다.
뒤늦은 식사를 끝낸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게 잠들수 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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