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르바이트 동료 중에는 어두운 분위기의 여자 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조금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으면서도 과묵한 느낌의 아이입니다.
그다지 정이 가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나는 그 아이와 둘이서만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일이 좀 한가로울 때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나눠도 신이 나지 않았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서로 이야기를 나눌 화제가 없었습니다.
취미가 전혀 겹치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스포츠를 하는 것도 좋아하고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녀는 스포츠에 전혀 흥미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나는 비디오 게임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음악의 취향도 완전히 틀렸습니다.
책을 좋아한다는 점은 같았지만, 좋아하는 책의 종류가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나는 이과이기 때문에 도킨스나 로렌츠의 책을 좋아하지만, 그녀는 니체나 사르트르랄까...
나에게는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의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독서는 우리들의 유일한 공통점이었기 때문에 끈질기게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그러자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는 좋아해.]
[아! 나도 좋아하는데!]
[쿄유카는?]
[아, 좋아해, 좋아해.]
이렇게 슬슬 분위기가 풀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운 이야기는 좋아하니?]
[응, 그럭저럭.]
[나도 좋아하지만 아직 내가 무서운 일을 겪어 본 적은 없어.]
[나는 한 번, 굉장히 무서운 일을 겪은 적 있어.]
[어, 그래? 들려줘, 들려줘.]
[응, 괜찮지만... 귀신 같은 거하곤 상관 없고, 조금 기분 나쁠지도 몰라.]
심술궂은 미소를 띄우며 그녀는 그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예상대로라고 말하면 실례겠지만, 중학교 때 그녀는 지독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의 방과 후였습니다.
그녀는 끈질기게 괴롭힘을 가해오는 아이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구교사의 지하실,
즉 구교사의 음악실에 뛰어들었습니다.
상당히 기분 나쁜 곳이었다는 말에 잘도 그런 곳에 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런 애매한 두려움보다는 현실적인 공포가 더 컸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거기에서 또 다른 방으로 통하는듯한 문을 발견했습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 같아서 [진짜로 그런 문 있었던 거야?] 라고 장난스럽게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그 때 그녀의 소근소근 이야기하는 모습이 묘하게 무서워서 결코 끼어들 수가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녀는 흥미가 당겨 그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열쇠는 잠겨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문 너머 저 편에는 지하로 더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그 계단으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문이 쾅 닫혔습니다.
그녀는 깜짝 놀라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뻔 했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중간 정도까지 내려갔던 계단을
급히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문을 아무리 당겨봐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험 삼아 밀어봤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쫓아온 아이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문을 마구 두드리며 소리쳤다고 합니다.
[그만둬! 나가게 해줘! 왜 이런 짓을 하는거야! 열어줘!]
평소라면 문 건너편에서 욕설이나 상스러운 말이 날아왔을텐데,
어째서인지 그 때는 문 저 편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문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두터운 문이었기 때문에 맞은 편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몸은 정반대로 와들와들 떨려오고 식은 땀이 옆구리를 주르륵 흘러갑니다.
아이들의 괴롭힘이라면 어쨌거나 나중에는 나오게 해준다.
그렇지만 이게 만약 무엇인가에 의해 멋대로 닫힌 것이라면?
그리고 만약,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못한다면?
문 건너편은 지하실이라고는 해도 반지하였기 때문에 창문이 있었습니다.
그저 어둑어둑한 정도였지만, 이 방에는 전혀 빛이 들어오지 않아 컴컴한 어둠만이 가득했습니다.
그 어둠이 또 그녀의 불안을 증폭시켰습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문을 치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렇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그녀는 잠시동안 쓸데 없는 노력을 하다가 계단을 내려가 지하실의 밑바닥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 안정되어 어떻게든 여기서 탈출할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문득 생각해냈습니다.
문은 안쪽에서 잠구는 것이다.
안쪽에서 열 수 없을리는 없다.
밖에서 열지 못한다면 약간 곤란한 수준에서 그치겠지만, 지금처럼 안에서 열 수 없다면 그것은 생사와 관련된 일이다.
학교에서 그렇게 위험한 방을 만들어 뒀을리 없다.
스스로도 의외라고 생각될 정도로 냉정하게 판단한 그녀는 다시 계단을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문을 손으로 만지며 열쇠를 찾았습니다.
어째서인지 문에는 여기저기 튀어나온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열쇠 같은 것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녀의 발에 무엇인가가 [콩] 하고 맞았습니다.
설마...
한 순간 무서운 상상을 해버린 그녀였지만, 과감히 발 밑을 살피자 그것은 손전등이었습니다.
마음이 놓였습니다.
만약 이 손전등이 켜진다면 제법 도움이 될텐데.
그녀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도 손으로 더듬어 스위치를 켰습니다.
그러자 밝은 빛이 켜졌습니다.
좋았어!
그녀는 문을 손전등으로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그 금속으로 된 문에는, 피투성이인 인간의 벗겨진 손톱이 여기저기 박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살려줘...] 라는 글자가 피로 문 가득 써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그녀는 드디어 나를 보며 웃었습니다.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겨우 나는 한껏 잠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 그래서?]
[그래서라니?]
[아니,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부분을 듣지 못했습니다.
[아, 그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췄더니 백골 사체라도 찾았다고 말할 줄 알았어? 그랬으면 이 이야기도 훨씬 무서워졌겠지만 그런 건 못 봤어. 직접 겪은 이야기는 무섭다고 해봐야 이 정도야. 자... 그럼 슬슬 다시 일하자.]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뻔한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도대체 그녀는 그 안에서 어떻게 빠져나온 것일까요?
그러나 그 날은, 아니 그 날뿐만 아니라 그 후도, 지금까지도 그녀와 다시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그 날을 마지막으로 아무 인사도 하지 않고 그 아르바이트를 그만 둬 버린 것입니다.
아직도 그녀가 해 준 이야기는 내 머릿 속에 남아 가끔씩 의문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합니다.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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