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님을 만나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여친님이 살고있는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여친님도 그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저는 직장은 이곳이었지만 집은 타 지역이었기에 

일주일에 두세번은 이곳의 친척집에 나머지는 타 지역의 집에가서 지내곤 했습니다

함박눈이 펑펑내리는 날이었습니다

9시쯤되어 일을 마치고 나오자 여친님은 저를 기다리고있었습니다

평소 여성복을 즐겨입는 그녀였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청바지에 어그부츠 비니를 쓰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보였습니다 

"우리 뭐할까??"

"......나 집에 갈래"

저는 무뚝뚝하게 대답했습니다

마음속은 백번이고 천번이고 같이 있고 싶었지만

저는 지갑을 집에 놓고 나왔습니다 

오랜기간 연애한 사이라면 모르지만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 

지갑을 놓고 왔다는 말이 선뜻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주머니에 있는건 단돈 만원

그것도 직장 동료에게 차비를 한다고 겨우겨우 빌려 나온거였습니다

그렇게 우린 아무말 없이 고속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실망한 눈치가 보였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버스가 오고 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버스가 도시를 빠져나가 한적한 국도를 달릴때였습니다

띠리리리리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여친님이었습니다

받자마자 큰소리로 묻습니다

" 너 오늘 나랑 같이 놀기로 했어 안했어!! 근데 왜 갑자기 간다는거야!!"

"내가 그냥 넘기려고 해도 도저히 궁금해서 안되겠어 이유가 뭐냐고!!"

한참동안 묵비권을 행사하던 저는 여친의 성화에 못이겨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나 지갑을 놓고 왔단 말이야..그런데 어떻게 그걸 넌테 말해ㅜ"

창피했지만 말하고 나니 속은 후련했습니다

"내려!!"

"응??"

"버스에서 내리라고!!"

"무슨 소리야 달리는 버스에서 어떻게 내려"

"기사님한테 급한일 있다고 당장 내려달라고 해"

"응?? 알았어 말은 해볼게"

기사님에게 가서 버스를 세워달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절당했습니다

이게 시내버스냐며 잔소리만 들었습니다 

여친에게 전화를 걸어 말을 했습니다

"안된데 이게 시내버스냐고 하시는데 ㅜ"

기사님을 바꾸랍니다 황당했지만 여친님의 성격을 아는 터라

바꿔줬습니다

기사님은 전화기를 붙잡고 한참을 뭐라뭐라 통화를 하더니

"나참" 하며 차를 갓길에 세웠습니다 

저는 서둘러 내렸지요

막상 내리고 나니 막막했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어두운 시골 국도 ㅎ

어찌할바를 몰라 허둥대고 있는데 

저 멀리 비상등을 켠 차가 한대 다가옵니다 

그렇습니다 여친님이었습니다

출발직후부터 버스를 따라오고 있었던겁니다 ㅋ

여친의 차를 타고는 물었습니다 

"기사님한테 뭐라고 했는데 날 내려준거야"

"너 안내려주면 나 자살한다고 했다 왜!!!"

ㅎㅎ 정말 대단한 여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