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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 전산병 이야기는 별로 없는거징?
아무튼 사단급 전산실(정보통신대대 예하)썰 몇가지를 풀어봄.
1. VVIP
역시 사단장님. 이 할아버지가 부대가서 "저 건물이 좀 낡아보이네" 하면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듯이 "컴퓨터가 조금 느리네" 하는 순간 전산실은 뒤집어 지는거임. 이 할아버지가 사용하는 모든 전산장비는 항상 A급 관리 대상이자 24시간 모니터링 대상임. 혹시나 해킹이라도 당할까봐...
다른 부대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 부대는 아침마다 전산장비 일제 점검을 매일매일 했는데... 그 덕에 점호도 자주 빠지고.. 아무튼 그 점검 중 1,2위를 다투는게 사단 전체망을 담당하고 있는 네트워크 장비실 점검과 사단장실 점검임.
사단장은 업무용 인터넷PC(라고쓰고 고스톱용)과 인트라넷PC를 사용하는데 할아버지들이 뭐 앎? 그냥 고스톱 치러 들어갔다가 액티브X 뜨면 그냥 다 설치하는거임. 그러다보니 속도도 느려지고 이상한거 뜨고... 매일 아침마다 전쟁님.
업무 시간 내내 사단장님하가 바이러스 깔아두면 우리들은 아침마다 가서 지우고.. 또 깔고 지우고 깔고 지우고.. 크악
백신을 2중으로 깔아드려도 액티브X 사랑은 줄어들지가 않고.... 아무튼 아침마다 전쟁이었음. 그렇다고 사단장한테 고스톱 치지 말라 할 수도 없고 -_-
한번은 업무용 PC가 느리다고 이야기가 나와서 포맷하기로 결정함.
대개 업무용PC 포맷은, 모든 데이터는 사용자가 알아서 백업해두고 전산실은 포맷 후 기본적인 보안프로그램과 IP 설정만하고 내보냄.
다른 설정은 알아서 하는거지..
근데 VVIP는?????
내참. 바탕화면 스크린샷 찍어놓고 포맷하긴 또 그때가 첨이네. -_-
작전 개요라면서 한마디로 설명하더라. "포맷을 하되, 사단장은 포맷을 했었다는 사실을 모르게 해야한다!"
뭔소린고하니, 포맷 후 모든 프로그램과 바탕화면 아이콘, 문서위치, 파일명, 시작프로그램 등등을 모두 똑같이 셋팅하라는거.
시간은? 사단장이 퇴근 ~ 출근전...
ㄴ;ㅣㅏ런ㅁ;ㅣㅏ런미;ㅏㄹ언ㅁㅇ;ㅣ라ㅓㄴㅁㄹ;ㅣ아먼ㅇ;리ㅏㅓㄹㅇ;ㅣ나럼ㄴ;ㅣ라ㅓㅁㄹ;이ㅓ
대대장 승인하에 저녁을 사무실에서 컵라면 끓여먹고-_- 밤새 빵과 우유를 쳐묵쳐묵하며 포맷하고 아침에 직접 설치, 테스트까지 하고
낮에 서버실가서 근무취침했음. -_-
2. 인터넷
이건 좀 군사보안과 네트워크 관련 지식이 들어가야해서 대강대강 설명하자면...
인터넷 선이 군대로 들어오긴 들어옴.
요놈이 어디어디를 거쳐서 어디어디를 통해 두개로 쪼개지는데, 하나는 싸지방으로가고 하나는 업무용 인터넷 PC들로 나감.
즉, 본체는 같은데 중간에 갈라주는 애(장비)가 있어서 싸지방과 업무용으로 함께 사용된다는 거임.
혹시 알랑가 모르겠는데, 군대에서 사용하는 모든 인터넷 기록은 전산실에 남음-_-
그래서 우리 부사단장님은 피망 고스톱을 좋아하고 사단장님하는 넷마블 고스톱을 한다는걸 알았지;;;;
그 뿐 아니라 싸지방에서 누가 몇시몇분에 어느싸이트에서 어느글을 싸질렀는지까지 다 뜸.
뭐 비밀전송이니 뭐니? 필요 없음. 그냥 다 뜸. 기무가 참 일하기 편함. 헌병이랑...
실제로 우리 대대에서 언넘이 싸이에 2MB 까는 글 올렸다가 걸려서 잡혀감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새벽에 몰컴하는 것도 다 로그가 남는데 귀찮아서 방조하는거임-_-
그럼 전산병들은?
그 로그와 감시를 하는게 전산실임.
ㅋ
시크릿가든 재밌게 봤지.................
3. 예산
몇몇 글에 댓글로 남겨놨었는데... 전산실이 일년에 굴리는 예산규모가 장난이 아님.
고작 사단따위가!? 쓰기엔 어마어마한 예산임.
문제는 그걸 관리하는 간부가 정식으로 따지자면 소위~중위에 해당하는 장교임 ㅋㅋㅋㅋㅋ
근데 이 장교가 대부분 ROTC ㅋㅋㅋㅋㅋ
정신나간 ROTC가 오면 그 사단 전산비품은 박터지는 거임.
참고로 일년에서 한개 사단급에서 사용하는 프린터 토너는 약 1천개 내외임.
글쓴이가 비품담당이었는데, 지난 5년~6년간 보급된 프린터 종류마다 토너가 다름. 더 골치 아픈건 토너명과 프린터명이 다름. 동기들이 중대 선임 군번 외울때 본인은 이거 모델명 외움 ^^ 사수가 전역까지 한달도 안남았어서... 아주 박터지게 외움^^
분기별로 한번씩 토너를 구입하는데 특정 종류.. 특히 갯수가 얼마 안되는 토너는 몇개를 구입할지 그 양 맞추기가 매우 애매함.
혹은 큰 훈련등이 있어서 랜선이 대량으로 필요할 경우엔 랜선도 구입을 해야하고, 그 외에 자잘한 전산 소모품 재고도 잘 체크해야지 안그러면 쪽팔리게 연대에 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름 ^^
자존심은 또 하늘을 찔러서 절대 연대에 도움을 주면 줬지 받는건 미친짓이라 여김...
다행히 본인이 있던 부대 전산장교는 특A급이라 단 한번도 이런쪽으로 문제가 생긴적은 없었음.
근데 그 사람 손에서 일년에 억단위 이상의 예산이 집행된다는게 참 후덜덜 했음. 나중으로 갈 수록 사람이 쿨해짐 ㅋㅋㅋㅋㅋㅋㅋ
토너 예상 사용량을 담당인 본인이 대충 예상해서 보고했는데 대략 30%정도 예비로 챙겨서 올린거였음.. 근데....
"아 그거 지난번에 100개 삿어? 몰라 이번에 예산 많이 남으니까 200개 사. 곱하면 몇천만원이냐?"
ㅋㅋㅋㅋㅋ 돈쓰기가 귀찮아서 갯수 선정을 막해버림;;;
4. 신경전
타 직할대와 종종 신경전을 할때가 있는데, 감히 통신대대를 건드리는 경우는 별로 없음.
각 부대별로 특징이 있어서 서로가 필요할땐 도움을 주고 받고 하는건데 이상하게 신경전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음.
모 직할대랑 시비가 붙은적이 있었는데, 대대장이 매우 깊은 빡침을 느꼈기에 전 부대원이 일치단결하여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음.
근데 ... 방법이 없엌ㅋㅋㅋㅋ 그때 나서는게 전산실임.
1) 전산 보안 점검
보안 점검이 1000점 만점이면 이중 700점이 전산보안임 ㅋㅋㅋㅋ
물론 직접 점수 멕이는건 사단본부 정보처에서 하지만 거긴 "인원부족"을 이유들어 전산실에서 인원을 "협조"해감.
그러다보니 인원이 부족하여 전체 PC의 절반도 못 둘러보고 감사를 마치는게 대부분임.
또 그렇게 되도록 그 부대도 노력을 함 ㅋㅋㅋㅋㅋ PX가자 잠깐쉬자 등등... (물론 딴소리 나올까봐 일체 응대 받지 않음)
하지만 신경전 벌이는 그 직할대 감사할땐... 자진하여 전산실 모든 인원이 출동^^
본인이 있을때 병사 10명에 간부 4명이라는 아주 빵빵한 인원을 보유중이었는데, 평소 병사 2명~3명만 내보내다가..
간부 2명에 병사 8명을 내보냄 ^^. 죽여보자....
근데 생각보다 준비를 너무 철저히 해놨음. 냄새가 나도 너무 구린내가 날 정도로 PC들이 깨끗한거임.
진짜 미친듯이 털고 털었는데도 기껏 나온게 관심간부, 관신병사 신상명세라던가... 연습으로 작성해본 비문목록표(내용은 다 허구) 정도?
인가 받지 않은 USB 연결 흔적도 없고... 너무 깨끗한거임.
심지어 마우스가 USB인데도 PC에 단 한번도 USB가 연결된적이 없다고 나옴 ㅋㅋㅋㅋㅋㅋ 말이 되낰ㅋㅋㅋㅋ
뭐지뭐지라며 멘붕이오고 있었는데 무언가를 발견.
보안감사대비.bat
!?
(bat 파일은 일련된 작업명령을 입력해놨다가 한꺼번에 실행해주는 역할을 하는 파일임)
모 행보관PC에서 이걸 찾음. 옆에서 행보관이 그걸 보더니 마우스를 뺏으려고함. 몸싸움을 하며 버팅기면서 간부를 부름.
참고로 보안감사하고 있는데 저런식으로 방해하면 아예 실격임.
우리 간부가오니까 행보관 포기 ㅋㅋㅋㅋㅋ. 우리 간부랑 그 파일을 열어보니.. 얼씨구 ㅋㅋㅋ
나름 프로그램 공부좀 했다는 간부 하나가 꼼수를 쓴거임. USB가 PC에 연결되면 레지스터랑 여기저기 몇곳에 흔적이 남기마련인데 그 흔적들을 자동으로 지워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부대 간분들한테 뿌린거임 ㅋㅋㅋㅋㅋㅋ
쓰고 지우라는 당부까지 하면서...
그 파일 발견하고 군단에 문의해서 삭제한 메일까지 복구하여 증거 확보함. (메일 서버는 군단에 있음)
우린 조용히 그 내용을 명백한 감사 방해행위라는 의견을 강력히 첨부하여 보안감사 담당 사단 간부에게 넘겼고^^
담당 간부는 온갖 쌰우팅을 날리며 분노하더니 그 자리에서 평가를 남기고 철수하였음
"XX 부대 보안 감사 평가 : 한달 후 재감사" (이게 어느정도냐면, 전장비 사열을 한번 받았는데 빠구당해서 한달후에 다시 한다는 거임^^)
대대장은 우릴 참 많이 이뻐했었지...
2) 소모품 미지급
위에도 토너 얘기를 했었지만, 토너는 크게 4개 분기로 나누어 구입함. 즉 사용량에 따라 구입하는게 아니라 때가 되면 그냥 사는거임.
그러다보니 창고에 토너가 쌓여만가고 내가 처음 인수인계 받았을때 비축된 토너만 천개가 넘었었음-_-;;;; 사수가 귀찮아서 처리를 안한거임
아무튼 이렇게 차고 넘치는게 토너인데, 원칙적으로는 분기별로 1개씩만 보급하기로 되어 있음.
하지만 별로 중요한것도 아니기에 유두리를 부려서 필요하면 땡겨주기도 하고 뭐 좀 자유로움.
...근데 미운털 박힌곳이니까 ^^
그때가 아마 분기 초반이었음. 그 부대 간부 하나가 토너만 딸랑딸랑 들고오더니 휙 던지면서 새 토너 내놓으라는 거임.
우리 부대랑 신경전 벌인답시고 적진에 들어왔으니 일부러 틱틱 거리면서 왔던거임.
하필 그 당시에 전산실엔 간부가 다 나가 있었고 선임병이 나였음.
침착하게 토너를 받고 장부를 넘겨보니. 어이쿠 저번 분기에 이번 분기꺼까지 땡겨간거임.
나님 조용히 설명함. 평소 같음 대충 땡겨서 주고 마는데 신경전 벌이고 있으니까^^
"분기별로 한개씩 보급인데 저번분기에도 이렇게 땡겨가서 이번달엔 재고가 부족하여 드릴 수가 없습니다" (는 개뿔 재고가 백개가 넘는뎈ㅋㅋㅋ)
갑자기 그 간부가 쌍욕하기 시작함. 조용히 듣고 있었음^^. 어차피 내가 열내고 싸워봐야 하극상이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안됩니다^^ 곤란합니다^^ 그렇겐 안됩니다^^ 안됩니다^^
길길이 날뛰길래 "그럼 저희 간부님과 통화해보시겠습니까?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대개 이럴경우 그 간부랑 비슷한 계급이거나 비품 담당 부사관 바꿔주는데.... 전산실장 바꿔줌^^(짬 좀 되는 대위)
우리 전산실장 성격파^^ 대대장 심복중의 심복^^ 간략한 내 설명만 듣고 모든 상황 파악을 한 뒤 그 간부한테 한마디함^^
"꺼져 이새끼야"
나중에 사무실로 돌아온 간부에게 후임들이 알아서 가서 일러바침
그 간부가 와서 이런저런 쌍욕들을 나한테 했다. 블라블라블라...
그 부대 다음분기까지 토너 불출 안해줌 ^^
나중에 대대장실 토너까지 다 쓰니깐 ㅈㅈ 쳤음.
아, 물론 그 쌍욕 간부는 나한테 와서 따로 사과 했음 ㅋㅋㅋㅋㅋ 그땐 자기가 흥분했다고 ㅋㅋㅋㅋ 에이 별말씀을 ㅋㅋㅋㅋ
5. 육본 전산실과의 싸움
사단-연대의 관계와 비슷함. 사단은 연대로 명령만 내리고, 연대는 모르는건 몽땅 사단으로 불꽃토스함 ㅋㅋㅋㅋ
군단-사단도 마찬가지인데.... 더 높은곳. 육본에 있는 전산실이랑 싸움 ㅋㅋㅋㅋ
어느부대나 상급부대일수록 하급부대를 우습게보고 깔보는 경향이 있는거 같음 ㅋㅋㅋ 근데 사단과 육본이라니 ㅋㅋㅋㅋ
네트워크망은 라우터라는 장비를 주축으로 구성되는데, 이놈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체 네트워크 성능이 크게 좌지우지되고, 간단한 설정만으로도 네트워크를 단절시킬 수도 있는 뭐 그런 장비가 있음.
생각보다 네트워크는 설정 한두줄에 따라 단절되고 개통됨.
비슷한 예로 이전에 선관위가 디도스공격 당해서 망이 단절됐다고 했는데 온갖 음모론과 가설들이 나온게 다 이런 이유에서임.
네트워크 설정을 내부인이 하면 10초? 아니 대기하고 있었으면 1초만에 살렸다 죽였다 할 수 있음.
아무튼, 비 많이 내리고 번개 많이 치는 날은 통신부대와 공병대는 비상이 항상 걸림.
전봇대 쓰러지고, 전기 떨어지고, 통신망 끊어지고 아무튼 비만 한번 오면 난리가 남.
당연히 단절되면 안되는 것들이고 단절되는 순간 출동임-_-
그것도 주말인데!!!!!!!!
그 주말에 모 직할대 라우터가 죽었음. 통신이 안됌. 원격에서 접속 할 수 있게끔 설정되어 있는데 접속이 안됨. 장비가 죽은거임.
이게 장비가 아예 고장났을수도 있고 재부팅만해서 복구가 될수도 있음.
자다가 새벽에 출동함 -_-
막상가서보니... 장비가 우리 사단 장비가 아니라 육본에서 직접 설치-관리하던 장비임. 즉, 사단쪽에서는 그 장비에 접속하는 비밀번호나 설정 내용을 전혀 모름. 답이 없음. 조치 불가능.
일단 부대로 복귀했다가 아침에 다시 가서 장비를 샅샅히 뒤지니 담당부서 육본 전화번호가 나오길래 처음으로 교환대 타고타고 육본으로 전화를 걸었음.
본인 : 이러저러해서 여기 이런 장비가 있는데 장비가 죽었다. 재부팅 시키긴했는데 설정이 날라간거 같다. 내가 재설정할테니 접속 비번과 셋팅 값들을 알려달라
육본전산실병사 : 안된다. 우리가 하겠다. 원격으로 접속하겠다. 비밀번호는 보안 관계상 알려줄 수 없다.
본인 : 육본이 원격 접속하려면 망이 연결되어 있어야하는데 이 장비가 죽음으로해서 망이 두절되었다니깐?
육본전산실병사 : 그래도 안된다. 무조건 우리가 해야 한다. 그쪽 사단 라우터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우리가 여기서 원격으로 모든 설정을 하겠다.
본인 : 이런 개뿔. 우리도 보안 관계상 알려줄 수가 없다.
육본전산실병사 : 그래도 방법이 없다. 알려달라 우리가 원격으로 해주겠다.
본인 : 싫다. 나도 보안관계상 안된다. 내가 지금 당장할테니 비번을 알려달라.
육본전산실병사 : 싫음 말고~
통화 끝.
-_-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라우터 비밀번호는 군사 2급 비밀에 속하긴 함. 군사 비밀에 속하는 내용은 유선 통화상으로 이야기 하는 거 자체가 보안규정 위반이긴 함.
이런 쒯더뻑 그럼 어쩌라고 이 장비 계속 죽여두라고? 여기 망 두절시켜놔? 니넨 보안규정있고 우린 없냐?!
전산병 중에서 라우터 설정 할 줄 아는 전산병은 사실 거의 없음. 이거 자체가 전공과목이고 전문대 기준으로 1~2년 정도 공부해야 초보수준의 셋팅이 가능함. 아마 육본 병사는 이런 자신감에-_- 뻐팅긴거 같음.
'그깟 사단급에서 라우터 설정이나 제대로 하겠어? 괜히 우리 장비 건드려서 고장내지말고 내가 해줄께 임마짜샤'
그 병사랑 전화로 1시간은 싸운거 같은데 아무튼 결론은 못내고 끊음. 간부에게 보고함. 더불어 "제가 알아서 해봐도 되겠습니까?"
우리 실장 쿨함^^ 육본 쌩까고 알아서 해보라고 함. 고장나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그때 본인이 아무래도 더위를 먹었던거 같음^^ 뭔 자신감으로.... 저장 메모리 꺼내서 아예 깨끗이 초기화를 시켜버림.
즉, 기존에 설정된 비밀번호+셋팅값 자체를 날려버림. 공장출고랑 같은 상태...
다행히(?) 전공이 네트워크임-_- 이 장비 셋팅하는게 전공이었음.
아득히 먼 과거에 교수님이 머라머라 떠들었던거 같은 명령어들과;; 인터넷 찬스를 몇번 빌려서, 셋팅값은 대충 예상으로 때려맞춰 넣음 ㅋㅋㅋㅋㅋㅋ
문제를 푸는데 대충대충 보고 풀어버리거나 다 찍어버린 거임;;
기적같이 개통에 성공함. !!
육본에 전화해서 "초기화 후 설정 다 했으니 개통 여부 점검해보길 바란다. 새로운 라우터 비밀번호는 보안 관계상 이야기 할 수 없으니 필요하면 부대까지 와서 듣길 바람." 하고 끊음. ^^
패기 넘치는 사단이었음
(보고있나. B1에 있었던 김승* 상병!)
6. 좀도둑
왜 가끔 행정병 중에 보급계들이 몇몇 부품들 훔쳐서 전역한다고 나오지 않음?
소심하게 면도날 훔친 애들부터 모포, 전식... 심지어 총기 부품까지--;;;;;
전산실은 전산실 나름의 비품들이 그 자리를 대신함 ㅋㅋㅋㅋㅋ
단지 본인은 소심하기도 했거니와 비품 담당이다보니 부사수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찢어져서;;;;
고작 들고 나온게 케이블타이 ㅠㅠ, 마우스ㅠㅠ 정도임...
근데 내 사수한테 인수인계 받으면서 알게된 내용은, 내 사수의 사수는 전역할때 24인치 모니터 두개를 들고 나갔다고 함 ^^
전산실은 잡다한 작업들이 많은데, (뭐 어디서 회의한다고 하면 PC 설치해주기도 함) 이런 작업을 하러 나간다며 모니터 두짝을 들고 나가서
그 길로 사단내에 있는 우체국으로 간 다음 거기서 집으로 택배를 보내버린 거임 ^^
쿨하게 ^^
어쩐지 인수인계 받을때 재고에서 모니터 두개가 비더라 ^^
그리고 사수가 그랬지 "이거 내 대에서 가라장부를 못했어;;; 니가 알아서해라;;;;;"
^^ 나쁜넘. 그래 내가 업체랑 쇼부보고 가라장부처리 다 했다!
도대체 이걸 간부들이 왜 묵인해줬을까?
인수인계 받는데 프린터도 몇개 비는 거임^^
금액으로 보니깐 한 400만원 쯤 되었음 ^^
누가 그랬을까 ^^
(지금이라도 신고 안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전역했음)
7. 훈련
보병부대는 실기동 훈련나가면 진짜 참호 팜??
그럼 사단장님하는 뭐할거 같음?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지통실에서 커피한잔 마시며 "땅개들 어디어디 고지로 돌격시켜!" 이럴꺼 같음?
더워서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는 임시 지통실로, 얼굴 위장까지 완벽히 한 후, 부관이 해주는 피아식별띠까지 한 다음(절대 직접 안하더이다-_-). 훈련 기간 내내 자리를 지킴. 2박3일 훈련이면 2박 3일 내내 자리에 있음. 잠 안잠. 딱 한번. 한 10분정도 조는거 봤음. -_-
사단장 아무나 하는거 아님;;;; 체력 끝짱남;;;;;
이 임시 지휘소는 모두 차량으로 구성되어 있고, 차량내에 거의 주둔지 지통실에 준하는 수준의 장비들이 설치가 가능함.
물론 이걸 설치하는게 우리 전산병들과 통신병들이 하는거임 ^^
그 사이 본부대에서 주변에 위장막치고, 철책치고, 경계서고...
위장막 치면 통신망 깔기가 힘들어서 위장막 치기 전에 작업하려고 뛰댕기고, 우리가 설치하는 동안 위장막치면 귀찮으니까 위장막도 빨리 하려고 뛰댕기고. 이것도 하나의 싸움임 ㅋㅋㅋㅋㅋ
우리 보병님하들이 화면상에서는 깃발 하나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산과 강, 밭등을 가로지르며 열심히 훈련하는 것 처럼 우리들은 지휘 차량 아래를 박박 기어다니면서 선을 깜-_-
그것도 이-_-쁘게. 보기 좋게 깔라고해서... 아놔-_- 총알이 왔다갔다하는데, 급해죽겠는데 왜 선을 이쁜 모양으로 깔아야하냐고!;;;;
아무튼 그렇게 모든 장비의 설치가 끝나면 운영되는 동안은 잉여임.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모니터링만 하고 있음. 종종 문제가 생기는데 그닥 큰일이 아니라 제깍제깍 해결되고 쉼;;;
그러다가 피곤한 상황극을 내려줌 ^^
어머~ 임시 지휘소에 화학탄이 낙하했다네^^
이런샹섬니ㅏㅓㅇ신ㅇ서미냐어시안머삼넒냐허ㅣ마넒냐러ㅣㅁㄴ다러니ㅑㅁㅇ러
전 병력 방독면 착용하시랍니다^^
어머 독가스가 퍼지고 있는 곳에 지휘소가 있을 수는 없지... 저 옆에 다시 임시 지휘소를 구축합니다. ^^
얼마나 빨리 이전-재구축하는지 시간 체크해서 사단별로 평가하겠습니다^^
^^^^^^^^^^^^^^^^^^^^^^^^^^^^^^^
방독면쓰고 사격해봤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방독면쓰고 차량 아래에 가매설해둔 전선 감아봤냐고 하고 싶음^^^^^^
맨몸으로 들어가도 답답하고 움직이기 힘들고 숨막히는데 방독면까지 헤헤^^
사단이 평가받는다는건, 사단장 진급에 기여한다는 것이고, 그 사단장은 지금 우릴 지켜보고 있지 ^^
^^
8. 꿀빠는 훈련
물론 저런 빡쎈 훈련말고 꿀빠는 훈련도 있음.
지휘소 설치만 해주면 널널하고 그다지 안빡쎈, 실기동하는 보병들한테만 빡쎈 훈련인데...
그러다보니 지휘소는 많이 한가함. 사단장님하도 놀러댕김.
아마 연대가 평가받는 훈련이었던듯.
그러다가 사단장이 통시대대장에게 이런 지시?부탁?을 해옴.
"나 인터넷 강의 들어야하는데^^ 사단장차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훈련지에는 사단장이 먹고자고 하는 별도 차량이 따로 있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는 땅바닥에서 인터넷을 하게 해달라니^^
그나마 인트라넷은 우리 부대에서 이런저런방법들로(군사비밀^^) 끌어올 수 있는데 인터넷을 어떻게!!!
우리 대대장은 사단장앞에서 안되는게 어딨음. 무조건 된다고 하면서 우리 전산실장을 쳐다봄(=불꽃토스, 니가 알아서해라)
전산실장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리란걸 직감하고 날 쳐다봄(=불꽁토스, 넌 할 수 있지!?)
개뿔. 땅파서 장사하나. 뭐가 있어야 하지!
근데 슈발 누구 말씀인데 안되는게 어딨어.
당시 임시지휘소가 다른 부대 연병장이었는데... 당연히 협조 받은건 땅떵어리뿐이지 그쪽 장비를 협조받은건 아님;
그럼 어떻게 했냐?
야밤에-_- 걔네부대 창문을 타고 넘어가서-_- 전산실로 침투하여-_-
생전 처음보는 장비들을 가지고 몰래 삽질하다가 인터넷 담당 장비를 찾음-_-
오쒰 왜 또 우리 부대랑 다른거야-_-
당시 알고 있던 상식과 전공지식등을 총 동원하여 수학적 계산을 거쳐 걔네 부대가 사용하는 인터넷 IP 대역을 알아냈음-_-
(전공자들에게 설명하자면, 넷툴기를 이용하여 사용 가능한 고정IP 하나를 따내서, 그 IP의 서브넷팅 값과 서브넷 마스크 값을 역으로 계산하여 대역대를 알아냄)
IP 대역 중 사용중인 IP는 또 사용 할 수 없으니, 사용하지 않는 IP를 일일히 삽질끝에 찾아내어....
기적적으로 사단장 차량에 인터넷을 보급함-_-
안들킬려고 걔네 전산실에 쌩쑈 해둔걸 생각하면 진짜;;;;;;사단장이고 나발이고;;;;;;;
신기한건 훈련 기간내내 안걸림;;;;;;;
그리고 이 방법론은 전산실 내부에 입에서 입으로 공식화-메뉴얼화 되어 이후 실기동 훈련때마다 인터넷을 따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 얻은 것.
본인이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군대가서 썩는다" 임.
사람에 따라, 기회에 따라 얼마든지 본인에게 플러스 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음.
그래서 본인은 주변 동생들에게 항상 군대갈땐 본인에게 이야기 하라고 함. 뭐라도 너한테 도움되는 보직으로 골라가라고.
본인은 약 1년 10개월 전산병으로 근무하는 동안 아주 값진 실무 경험을 얻었음.
어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어떤 어처구니 없는 고장이 나는지,
또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어떤 증상인지,
그 외에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등등.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론들을 실제 몸으로 구르며 느꼈고 해보았음.
이를 바탕으로 복학하니... 이건 뭐 학교가 시시함-_-
재미도 없을 뿐더러, 이 길은 비젼이 없다는 거 까지 느껴버림.
실제로 학교에서 회사로 실습을 내보내줘서 나가더라도...
회사 입장에선 쥐뿔도 모르는 생초짜들에게 일 맡기자니 불안하고,
생초짜들은 아무일도 안시키거나 쉬운일만 시키니 이딴 허접한 회사라고 우습게 봄.
솔직히 학교 수준에 따른 것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본인은 군생활이 학교 전공과 정확히 일치하면서 동창들에겐 없는 엄청난 실무 경험을 축적했고 이건 실제로 공부할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많은 이해와 사전공부가 가능했음.
왜 이런게 필요할까? 라고 의구심을 갖는 동창들 사이에서 유레카를 외치며 이런 신세계가 있었다면 내가 그런 삽질을 안해도 됐을텐데 하며 안타까워함.
군대는 가기 나름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데, 피할 수 없다면 이용해 먹길 바람.
10. QnA
전산병 질문 올리면 다 답해드립니당. 단, 전산실은 특성상 시기와 부대규모, 분위기등에 따라 아주 많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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