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RPG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엔딩을 본 게임이라곤 코만도스 시리즈, 오드월드 시리즈, 천사의 제국, 디아블로, 바이오해저드 5, 포탈... 최근에는 투더문, Braid, x-com:EU 요정도 기억나네요. 참 어디 명함도 내밀기 힘든 이력입니다. 이런 짧은 게임인생인데도 이른바 게임불감증이 찾아오더란 말이죠. 내가 이상한건가? 게임이 이상한건가? 고민을 하던중 작년쯤 한 블로그를 찾게 됩니다.
http://deadly-dungeon.blogspot.com '껍질인간' 님의 블로그.
'3대 RPG는 죽었는가?' 라는 주제의 포스팅은 꽤나 유명했던 것 같습니다. TRPG를 PC에서 구현하려 했던 노력. CRPG의 토대를 만든 3대 RPG(던전, 퀘스트, 룰). 그 후 발전과정과 죽어간 과정, 죽인 범인들. 현재 RPG의 상태(식견이 좁아 제멋대로 요약..) 등 맛깔나게 써놓은 글이라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블로그 전반의 글들을 보면 게임, 그리고 RPG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경우에 따라 읽는 사람이 기분이 나빠질 여지도 있습니다. 반면, 해본 게임이 적은 저는 매우 인상깊었고 여기서 나름 추천한 게임들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스트 중 스팀 세일기간에 어쩌다 구매한 폴아웃 1을 요즘 너무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게임처럼 화려한 그래픽을 가진 것도 아니고, 편한 UI를 가진 것도 아닙니다. TRPG처럼 사람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에 비할바도 아닙니다. 하지만, PC게임이라는 한계 내에서 자유롭지만 고통스럽게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듯한 몰입이 있습니다. 메뉴얼을 읽고 캐릭터 컨셉을 잡고 Start버튼을 누를 때의 기대와 몰입감. 자신의 선택이 게임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 대화 및 관찰을 직접 적은 저널을 통해, 단서를 짜맞추어 고민해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느낌(해결 방법은 처음 잡은 캐릭터 컨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퀘스트는 강요되지 않고, 아직 엔딩은 보지 못했지만 내 멋대로 진행해도, 어떻게 해서든 끝을 볼 수 있겠다는 느낌. 등이 그러합니다.
무엇이 더 재미있는가에 대해 사실 확신이 안서기도 합니다. 많은 게임을 해보면 생각이 좀 더 정리되겠지요. TRPG, ORPG를 해보고 싶으나 참여하기 힘들다면, 그것을 구현해보려 했던(가버린 길은 달랐지만) RPG를 해보는 것도 나름 새로운 경험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