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의 신음 "정보가 줄줄 새고 있다"
<뷰스칼럼> 권력 암투와 <조중동>의 변신, 그리고 레임덕
2011-02-22 10:15:31
노무현 정부 출범 준비가 한창이던 2003년초 국정원 기조실장에 내정된 고 서동만 교수가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대선 과정에 국정원 기밀정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캠프로 흘러들어가 선거에 악용된 대목을 질타한 것.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지금, MB정권 수뇌부에서 똑같은 신음소리가 들리고 있다. "어떻게 이런 정보가 언론에 줄줄 새 나가는 거냐"는 비명이 연일 청와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연초에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일보> 보도를 본 뒤 격분한 바 있다. 연말연초 몇몇 참모와 나눈 얘기가 리얼하게 보도됐기 때문. 특히 '임기 4년차' 레임덕을 우려하는 참모들 고언에 자신이 발끈한 대목이 지상중계되자 격분했고, 이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청와대 전 직원을 상대로 발설자 조사까지 벌여야 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그후 기밀정보 유출은 더욱 가속이 붙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최근 들어 남북정상회담을 극비리에 추진해오다가 이 사실이 미국에 포착돼 미국이 강력 반발하자 원세훈 국정원장이 미국을 방문한 사실과, 한국 초청으로 방한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를 잠입한 괴한들이 다름 아닌 국정원 요원들이라는 사실을 '정부 고위관계자' 입을 빌어 보도해 MB정권 수뇌부를 완전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조선일보>뿐이 아니다. <동아일보>도 최근 검찰이 'MB 아바타'인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이 또다른 MB정권 실세인 서종욱 대우건설사장으로부터 거액의 상품권을 받은 사실을 단독 보도하는가 하면, 유정복 농림부장관의 "MB는 백신접종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폭탄 인터뷰를 보도해 MB정권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참여정부때의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얼마 전에 "조중동을 믿지 말라"고 경고했던 말이 예상보다 빠르게 눈앞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 실제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며칠 전 조중동 인사들과 만나서 '왜 이렇게 강하게 나오느냐'고 하소연을 했다"며, 청와대가 지금 느끼고 있는 당혹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권 후반부 들어 정보가 줄줄 새는 원인은 간단명료하다. 레임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MB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권력 내부 암투가 극심했던 정권인 만큼 어찌 보면 정권 말기의 무더기 정보 유출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최재성 민주당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는 21일 원세훈 국정원장의 극비 미국방문, 국정원 요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등 극비사항들이 줄줄이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된 것과 관련, "국정원 뿐 아니라 정부 내에서 무언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며 권력내 암투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최근 기밀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는 국정원만 해도 지난해 9월 국정원 2인자인 기조실장이 '이상득 라인'에서 다른 라인으로 교체되는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예상보다 빠른 '조중동의 변신'도 어찌 보면 MB정권이 자초한 것이다.
최근 정가와 언론계에 이런 일화가 나돈다. 얼마 전에 한 여권인사와 보수신문 오너가 만난 자리에서 오갔다는 얘기다. 여권인사는 MB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개헌에 대한 보수신문의 협조를 당부했으나 돌아온 답은 매몰찬 '노(NO)'였다. 실현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여권인사는 발끈하며 "종편도 줬는데 너무 한 게 아니냐"고 말했고, 신문 오너는 "이게 준 거나. 4개나 허용해 다 죽으라고 해놓고는"이라고 맞받으면서 회동은 험악한 분위기로 끝났다는 것. 그후 해당신문은 더욱 강도높은 대정부 비판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는 게 나도는 이야기의 요지다.
더 심한 얘기도 있다. 종편 선정 직후 만난 한 보수신문의 편집간부는 "종편 발표 1시간 반 전까지도 정권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 종편은 2개만 선정한다고 했다. 1시간 반 뒤에 들통 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했다"며 "이렇게까지 배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고 분개했다. 그는 더 나아가 "MB정권의 레임덕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빠를 것"이라며 "종편은 오는 8~10월쯤 방송이 시작될 거다. 내년 4월 총선을 딱 반년 앞둔 시점이다. 종편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길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선 MB비판은 필수적"이라고 단언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도 "내 사전에 레임덕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한다. 하지만 레임덕은 이미 권력 내부에서 시작됐다. 동반세력으로 여겼던 보수신문들도 매몰차게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레임덕의 진앙은 다름 아닌 민심이다. 민심이 흔들리지 않는 한, 권력 내부의 선상반란은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선상반란이 먹히고 있다는 것은 민심이라는 거대한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청와대가 정말 걱정해야 할 대목은 내부세력의 선상반란이 아닌 대규모 민심 이반인 것이다. 지금 연일 중동국가들이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듯 말이다.
=====================================================
이해관계가 바뀌어서 이제 팀이 아닌가 봅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