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자객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고는 있지만 오늘도 귤은 힘세고 강하게 학교를 갑니다.
취약과목인 체육도 열심열심
큐브와 수다도 수다수다
학교 계단에서 또 다시 아야와 마추쳤습니다.
언니가 보고 싶음 달릴거야~ 두 손 꼭 쥐고~
달려라 아야가 위험해보이니 몸을 날려 받아주도록 합니다.
또다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아야는 괜찮은가봅니다.
이제 넌 목숨을 빚진 거야, 잘 알았지?
이제 소보루빵 한 두 개 쯤은 공짜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휴일 밤, 지난 번 폐가에 갔을 때 얻은 정보를 따라 아동 공원에 가보기로 합니다.
이 늦은 밤 놀이터에 누군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갑자기 장소가 동네 놀이터에서 센트럴 파크로 바뀐 것 같은 건 기분탓입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한 남녀인데 반응이 평범하군요.
하긴 말하는 개보다 더 수상한 건 없겠지요. 귤도 남녀의 비주얼에 홀딱 빠져버렸습니다.
이름은 예쁜 남자인데 얼굴은 유희왕처럼 생겼습니다.
페가수스가 날 보고 웃었어...!
카드덱이 없으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제주 감귤의 날이 찾아왔습니다. 중학생이 된 딸도 생일이 지나 13살이 되었습니다.
전재산 10만원의 없는 살림이지만 딸 생일만큼은 챙겨주기로 합니다.
큐브가 또 선물 리스트를 공수해왔군요. 큐브만 믿겠습니다.
저번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리스트라 또 화장수를 선물하기로 합니다.
아직 큐브는 쿠팡 로켓배송을 모르나봅니다.
생일을 맞은 귤에게 선물을 줍시다.
그런데 그닥 좋아하지 않는군요. 하긴 매년 화장수만 받는데 싫을 만도 하지요.
큐브 말만 믿었다가 망했습니다.
대신 올해는 친구들이 생일 축하를 해주러 왔다고 합니다.
역시 절친 에미리가 잊지 않고 와주었습니다. 기브 앤 테이크를 아는 친구입니다.
딱 봐도 화장수보다 비싸보이는 파데를 선물로 주는군요. 엄마 것을 훔쳐온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귤이 매우 기뻐합니다. 역시 값비싼 것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썸남 히토시가 찾아왔군요.
삐돌이의 선물은 타코야끼(8구) 입니다.
제과점 아들인데 왜 굳이 타코야끼인지 의문이지만 고맙게 받기로 합니다.
쑥쓰러운지 건네주고 바로 도망가버렸습니다.
큐브가 괜찮은 부업거리를 물어온 모양입니다.
새해에 하는 무녀 아르바이트인가보군요.
전재산 10만원이니 종교를 가릴 때가 아닙니다.
니시온지 선생님께 또 전화가 왔군요.
연수생 정기 공연이 있다고 합니다. 드디어 홍천녀를 연기할 수 있는 걸까요?
귤은 아직 무대에 세워주지 않는군요.
얼마나 잘 하는지 구경이라도 가보기로 합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쩐지 귤의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보입니다.
큐브 이 바보!!
88년 등장 이래 약 30년에 걸친 집사 경력을 자랑하는 큐브마저도 당황합니다.
아빠가 화장수를 골랐어도 알아서 파데를 사왔어야지!
얼떨결에 사과하는 큐브입니다.
되묻는 말마저 차갑기 그지없군요.
그저 아침을 먹으라고 전하는 평범한 집사의 일과를 보내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제대로 문전박대 당하네요. 없는 살림에 집사가 있는 집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귤에게도 13세 생일과 동시에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온 모양입니다.
큐브도 30년만에 처음 겪는 대우에 황당할 겁니다.
양육수첩에도 어려운 나이대라는 문구가 추가되었습니다.
어느새 취미가 돈에 관한 것, 성격이 신경질적이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호칭은 작은 장사아치군요.
겨울이 되었으니 지난 세일 때 에미리 의류점에서 사온 옷을 입혀주기로 합니다.
분홍색 솜방울과 보라색 폴라티에서 어쩐지 할머니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사춘기를 맞은 딸에게 가볍게 대화를 시도해봅니다.
대답은 해주지만 마지막에 사족을 덧붙이네요. 결코 살갑지만은 않습니다.
한 번 더 도전해봅니다.
3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가난한 유튜버 아버지의 마음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날 에미리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차피 한가할거란 말에 반박할 수가 없어 슬픕니다.
에미리 말대로 어차피 한가하니 함께 놀도록 합니다.
에미리의 숨겨왔던 수줍은 마음이 이루어졌군요.
어느덧 기말고사 기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시험도 말아드셨군요.
1위는 여전히 미호가 차지하고 있고, 켄이치가 뒤를 쫓고 있습니다.
귤이 세 번째이긴 하지만 전에 비해 점수는 조금 떨어진 것 같군요.
연극부 성적이 월등하게 올랐습니다. 홍천녀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당일, 청승맞은 소녀 둘이 모였습니다.
사방이 커플 천지인데 용감무쌍한 여중생들입니다.
에미리가 행복감을 억누르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합니다.
귤은 아직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모르나 봅니다.
말로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면서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군요.
청승맞은 크리스마스 이브 밤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생일이 지난지 얼마나 됐다고 또 크리스마스군요.
전재산 2만원... 겨울은 여러모로 빈곤한 계절입니다.
지난 생일선물 때의 경험 때문에 이제 큐브 셀렉션은 더이상 믿지 않습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중학생의 감수성에 안성맞춤인 달콤한 연애 소설을 골라보았습니다.
귤이 어디선가아마도 에미리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사실을 듣고 온 모양입니다.
당황하는 큐브가 몹시 귀엽군요.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준비한 선물은 줘야겠지요.
선물은 내가 준비했는데 생색은 큐브가 냅니다.
어... 너네 산타가 좀 마른 편이란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선물이나 개봉하기로 합시다.
아버지의 사랑과 정성어린 고민 끝에 엄선된 초고급 양장판 밀리언 스테디 베스트셀러 연애 소설(6천원) 이란다!
택도 없습니다.
큐브가 의미없는 발버둥을 쳐봅니다.
하지만 이미 들킨 지 오래같습니다.
싸구려 소설 한 권 때문에 너무나 빨리도 동심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여느때와 다름없는 또 다른 휴일 아침입니다.
빨래하기 좋은 날이라 기분이 좋은 마족의 귀공자입니다.
내 수면양말도 부탁해★
무좀은 없으니까 안심하려무나.
엄청난 표정으로 거부감을 드러냅니다.
전재산 2만원이니 수도세도 철저하게 아껴야 합니다.
자기가 빨래할 것도 아니면서 완강하게 거부하는군요.
이유나 한 번 들어봅시다.
답이 보이질 않으니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큐브 잘한다!
헉.............................................................................................
앞으로는 큐브를 아들로 키우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게임인데 너무 리얼하게 짜증을 내니 진짜로 속상해지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
당분간 수도세를 벌려면 유튜브 운영을 더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조심스레 대화를 시도해봅니다.
이젠 상대조차 해주지 않습니다. 자식 키워봐야 아무 쓸모 없다더니...
여러모로 초등학생 때의 딸이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