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간의 묻지마 살인을 보며 큰 두려움과 분노를 늘상 느끼고 살아온 나였지만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은 공개된 cctv를 보며 큰 허탈함 을 느꼈고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피해자의 애인을 보며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정신과 병력이 있던 한 남자에게 그렇게 하무하고 무참하게 세상을 떠나게 될줄 피해자는 알았을까
그리고 채 열걸음도 떨어져있지 않던 그녀의 남자친구는 둘만의 행복한 데이트가 이렇게 처참히 파괴될줄 알았을까.....
나또한 오랜 연애를 함으로서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다
그래서인지 너무...너무 두렵고 화가 났다
그리고 새삼, 내 연인을 만나며 직간접적으로 들었던
평범한 여자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도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운동을 좋아한다 키는 좀 작은 편이지만
오랜기간 단련한 탓에 군생활 때도 그랬고 지금까지 사실상 크고 작은 시비에 엮이어 본적은 없는것 같다
나는 이게 당연한건줄 알았다
한국은 치안도 좋고 안전하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딱히 운동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당연한건줄 알았다
하지만 연애를 하고 친한 여자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며
어찌보면 내가 생각한 안전한 우리동네는 건장한 남자에게만 통용되는것이 아닐까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심지어 내 연인은 본인 집앞에서 바바리맨한테 몇번 놀란적이 있다고 태연히 말했다
나는 듣자마자 화가나고 황당했는데ㅡ그녀는 태연했다
1년에 한두번은 그런일을 (굳이 바바리맨이ㅡ아니더라도 변태같은) 겪는다는게 이유였다
사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연인이나 친한 누나들 여자아이들에게 듣기전엔
난 그런 폭력남도 아니며 소위 나쁜남자도 아니기에 상관없다는 생각이었지만
내가 조심한다고 교통사고 안나는것이 아니듯
세상의 약자에 대한 폭력은 내가 약자라면 당장 내일 아니
지금이라도 겪을수 있는 일인것이다
내가 만약 지금 이 시점에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사회적 약자만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최근의 몇몇 살인사건을 보며 큰 두려움과 무기력함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허망함과 슬픔 그리고 분노가 주는 쇼크에 주저 앉아버린 한 남성을 바라보며
나도 같은 남성으로서 그리고 연인이 있는 입장으로서 참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은..제발 엄중히
다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의 수많은 약자대상의 촉력을 바라보며
나는 솔직히 여자로 태어날 자신도 용기도 없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