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군인으로 복무 중인 남자사람입니다.
제목 그대로 전 총을 못쏩니다.
단순히 조준을 못해서 못 쏘면 맘이라도 편하겠지요..
총알이 장전되는 순간부터 왠지는 모르겠지만 심장도 빨라지고, 호흡도 가빠지고.. 한쪽 눈을 감아야 조준이 될텐데 머릿속이 그냥 하얘져서 눈도 안감기고, 나중엔 숨 쉬기도 좀 힘들어지네요.
처음엔 그냥 좀 긴장해서 그러나보다 했는데.. 잘 생각해보니 정확하진 않지만, 입대 전 약 1년간 했던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군대를 자살하고 싶어서 들어갔습니다.
아,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요. 적어도 들어갈 때 만큼은 저 생각을 깊게 품고 갔었지요.
입대 1년 전인 작년 초 즈음부터 저는 자살을 생각했습니다. 2년 전인 2010년 3월 정도부터 제 주변의 모든 일은 너무 꼬여버렸었죠. 좋아하던 사람도 볼 수 없었고, 친구들도 모두 없어지고.. 그렇게 한 8달 정도를 가족과의 일상적인 스치는 말들을 제외하면 일절의 대화조차 없이 지냈었죠.
그렇게 지내면서도 혹여나 부모님이 걱정 하실까 없는 친구를 만들어서 친구랑 놀러간다고 만원 한 장 받아들고 피시방에 죽치고 있다가 맥주 한 캔 마시고 친구랑 한 잔 했던 것 마냥 연기하는게 그 때의 저에게 있어서의 유일한 사적인 외출이었습니다.
누구랑 말을 하면서 풀어야 하는데.. 계속 속에서만 삭아가니 마음은 점점 더 지치고.. 그러다보니 항상 우울감이 따라오더라구요. 이게 너무 싫어서 게임에 손을 댄게 화근으로 퍼져서 나중에 학기를 마친 후 휴학 했을 땐 하루 10~14시간 가량을 게임만 하고 잠자리에 드는 일상을 반복하게 되더라구요.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고 하긴 했지만.. 우울감 때문에 도중에 때려치기가 다반사였던지라 게임같이 쉽게 몰두하는 일 외엔 할 수 있는게 없더라구요. 나중에 알아보니 약물치료 딱 직전까지의 우울증이었다고 하더라구요. 게임은 그냥 있으면 우울감을 견디기 힘드니까 장시간 쉽게 집중할 일을 찾다보니 그렇게까지 하게 된거였다고 하고..
여튼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 살 가치가 있을까..? 라는 생각과.. 그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진 키워드는 자살이었습니다. 처음엔 어떻게 죽을까? 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기도 했죠. 연탄가스, 손목 긋기, 투신..
근데 사람이 죽는다고 맘 먹기가 참 쉽지가 않더라구요.. 연탄을 구해서 앞에 앉아있을 때도, 욕조에 물 받아놓고 칼을 댈 때도, 아파트 옥상에서 밑을 바라볼 때도.. 진짜 반걸음만 더 나가면 끝나는건데 그 반걸음이 너무 무거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날이 새는 경우가 허다했죠.
그러다가 1월이 되고, 2월이 되고.. 막연히 군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계속 게임만 하는 나날이 반복되면서 드는 생각이
총이면 진짜 깔끔하게 끝나지 않을까...?
였습니다.
연탄이나 자해처럼 일을 벌여놓고도 되돌릴 시간도 적고, 투신처럼 끔찍한 경험을 길게 하지도 않는.. 말 그대로 눈 깜빡할 새면 끝나는 일이겠거니 싶어서 훈련소에서 사격 할 때 하자! 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품고, 그 전에 하고픈건 다 하고 죽자라는 생각으로 몇 달간의 텀을 두고 입영 신청을 하게 되었었습니다.
우울감이 들 때 마다 '좀만 더 참으면 죽을 수 있어' 라는 이상한 생각을 품으면서 지내기가 거진 10달 가까이 되었을 때. 마침내 입영을 하게 되었고, 힘든 훈련들을 지나서 드디어 총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렇게도 총으로 자살하리라 다짐해놓고 막상 잡으니 죽는다는 것도 너무 무섭고, 집에 가서 부모님도 다시 보고 싶고 하니까 죽을 맘이 안생기더라구요. 그렇게 허무하게 제 자살은 없던게 되버렸지만, 거진 1년동안 하루에 한번은 총구를 입에 넣고 당기는 걸 상상하며 지냈더니 실탄=제 죽음 이라는 생각이 박혀버린 듯 합니다.
ㅎ ㅏ.. 저도 총 잘쏘고 싶은데 예전의 못된 생각을 이제와서 벌 받는 듯 하네요.
솔직히 아직도 감정 기복은 좀 심합니다. 특히 우울한 날에 선임한테 한소리까지 들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손바닥이나 손등엔 베인 상처가 드문드문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만큼은 아니니까 그걸 위안삼으며 지내는 수 밖에 없겠지요.
그보다 내일 복귀네요. 집에 있을 때의 편안함이 또 다시 그리위질듯 합니다 ㅠㅠ.. 휴일 없는 업무인 덕에 주말에도 맘 편히 못 쉬는 날이 반복되다 보니 집에 대한 간절함이 더 심해지는 거 같기도 하네요. 여튼 남은 군생활 부디 잘 넘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와서 보니 왜 이런 글을 썼는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그냥 답답하고, 말할 사람은 없고 하다보니 쓴거 같기도 하네요. 여튼 전 아쉬운 대로 마지막 휴일을 늘어지게 게으름이나 피우다가 들어가야겠습니다 ㅁㄴㅇ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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