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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334601
    작성자 : 돌고래돌고돌
    추천 : 30
    조회수 : 2346
    IP : 112.144.***.78
    댓글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2/24 01:26:56
    원글작성시간 : 2011/02/23 20:01:46
    http://todayhumor.com/?humorbest_334601 모바일
    하숙집앞 길고양이12
    오랜만의 녀석이다. 바로 바로 나비의 남편, 꼬맹이 아빠(로 추정되는) 녀석이 왔다.

    뭐 확실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고양이 녀석들이 왔을 때의 반응과는 확연히 다르게

    안정적이고 경계도 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확실하다. 

    혹시 이 녀석도 나비녀석들이랑 같이 살려나? 하는 기대감이 몰려왔다. 그래서 사진도 찍으면서 슬며시 조

    심스럽게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전과는 다르게 사진기를 들고 문을 열어도 멀리 도망가지 않았다. 좀더 가

    까워지려는 생각에 나비녀석들이 먹던 사료그릇을 가득 채워 남편녀석이 있는 난간에 슬그머니 올려놓고 

    가려고 가까이 가자 잽싸게 피해버린다. 아 난 역시 동물들이나 꼬매이들이 좋아하는 몽타주가 아닌가보

    다. (뭐 어른 여자나 남자라고 다를테냐만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녀석이 어디까지 갔나 하고 난간위에 올라가서 고개만 빼꼼 내밀어 봤는데

    아직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앉아 이쪽을 보고 있다. 사료그릇을 놓고 얼른 뒤로 빠져 창문으로 보고 있었

    는데 오지 않았다. 다시 확인해 보니 가버리고 없었다.

    쩝 많이 아쉬웠다. 녀석도 내 밑에서 따뜻한데서 자고 배부르게 먹고 더러운물 안마셨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녀석이 가고 나서 여태껏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어디 다른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나 보다.

    이 즈음 해서 꼬맹이 녀석들과의 장난도 훨씬 쉬워졌다. 전에는 창문에서 끈만 가지고 흔드는 거였다면

    이제는 난 난간에 앉아 운동화 끈을 흔들고 꼬맹이 녀석들은 그 끈을 따라가는 형태가 되었다. 몸도 더 

    편하게 놀아주게 되었지만 요녀석들이 내 다리밑에 숨어서 왔다갔다 돌아다닌다는게 너무 기뻤다. 예전보

    다 훨씬 친해진듯 하다. 

    물론 여기에는 금전적인 노력이 있었다. 녀석들 때문에 별로 먹지도 않던 치킨을 거의 주마다 두마리는 먹

    었으니까 말이다. 밤에는 녀석들이 자리에 없기도 하고 주로 축구를 보면서 시켜 먹기 때문에 축구가 끝나

    면 나도 자야 해서 일부러 살 많은 부분을 네조각 정도 남겨 놨다가 아침에 주곤 했다. 그때마다 녀석들은

    정말 환장을 하고 달려들었다. 특히 먹을거 좋아하는 별이 녀석은(정면에서 봤을때 오른쪽 얼굴이 검다.) 

    긴장이고 경계고 뭐고 얼른 달려들어서 냥냥거리며 치킨에 매달렸다. 이 때쯤 새끼 두 녀석은 내 손에 든

    먹이를 먹는데 경계가 없어졌다. (물론 완전히 없어졌다는 말이 아니라 손으로 줘도 먹는다는 말이다.)

    가끔 별이녀석이 닭뼈를 낚아채 가려고 용을 쓰는지라 그거 막는다고 혼이 났었다. 하지만 이때도 나비녀

    석은 뒤에 웅크리고 귀를 마징가귀를 해가지고선 우웅거린다. 손으로 줬을때 받아먹는 녀석만 주면 나비가

    굶게 되기 때문에 나비녀석에게는 큰 고깃덩어리를 툭 던져주는데 그럴때면 정말 나비처럼 날았다. 사료나

    물을 줄 때 양보하던 나비 녀석이 고기를 줄때는 양보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다. 별이나 달이 녀석

    이 고기를 보고 달려들때 새끼들에게 으르렁거리는 것을 처음 보았다. 물론 새끼녀석들은 으르렁 거리든 

    말든 고기에 달려드는데 나비는 그 큰 고기를 한입에 삼켜버린다.

    아무튼 이렇게 녀석들은 새로생긴 집과 내 손에 익숙해져 갔다. 대부분의 시간에 녀석들은 집 주변에 있

    었고 밤에도 집에서 잤다. 특히 녀석들은 다른 사람이 가까이 오기만 하면 얼른 사람이 갈수 없는 난간 옆

    으로 숨어버렸었는데 밤에는 집속에 숨어 꼼짝을 않았다. 그 정도로 녀석들이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에 난

    더할나위 없이 기뻤다.

    그러다 설이 다가왔다. 한번 내려가면 거의 열흘 정도를 집에 있어야 해서 내려가기 전에 걱정이 많았다.

    서울에서의 일도 있긴 했지만 내려갔을 때 친척분들과 부모님의 잔소리....  취직, 결혼 뭐 여러가지.....

    괜히 내려갔다가 욕만 먹고 쉬지도 못하고 올 가능성이 높았다. 명절이란게 즐거워야 하는건데....

    사실 고향에 핑게를 대고 내려가지 않으려 했다. 위와 같은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비 꼬맹이 녀석들

    밥 걱정도 되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아버지께 슬쩍 내려가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고 반응

    을 살피다가 어떻게든 내려오라는 부름에 어쩔수 없이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일단 이 녀석들의 밥을 부탁할 사람도 없었고 그렇다고 할머니께 말씀 드릴수도 없었다. (할머니께서는 키

    워도 상관없다는 것이지 나도 도와주겠다 정도는 아니다.) 어쩔수 없이 녀석들의 집 옆에 사료포대를 눕혀

    놓았다. 입구가 넓어서 새끼녀석들은 몸통까지 왔다갔다 할 정도는 되니까 못먹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물인데 우선은 밥그릇 여러개에 물만 가득 채워 놓았다. 아껴 먹으면 며칠은 충분히 먹을 양이다. 

    밥과 물을 챙겨놓고 가방을 싸들고 계단을 내려가면서 뒤돌아 본다. 잘있으라고 말하는데 녀석들은 집에서

    머리만 내놓고 갸웃거리고 있다. 며칠만 참아.... 뒤돌아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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