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약을 먹거든요.
지난 러블리즈 광주 팬사인회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으니까 한 달 정도 됐겠네요.
이제 겨우 감기가 떨어지려나 했는데, 주말부터 갑자기 두통이 찾아왔습니다.
자주 그런 건 아닌데, 어릴 때부터 한 번씩 그러면 답이 없을 정도로 아팠어요.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새고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을 받아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원래 하는 일은 연구원이지만, 일이 없을 때는 연구소 부설 태권도장 일도 도와요.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태권도장 일이 90% 이상...
아무튼 지난주까지 하던 도장 일이 끝나서, 이번주에는 뭘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냥 쉬엄쉬엄 주변 정리하고 고장난 거 고치고 했어요.
오후에 일하다가 팬미팅 티켓 수령하고, 저녁 먹고 약을 먹고 나니 잠이 몰려왔습니다.
밤샘+약기운이 합쳐지니까 잠이 오는 기색도 없이 그냥 이미 눈이 감겨 있었습니다.
꾸벅꾸벅 하고 있는데, 관장님께서 "운동할 거면 옷 갈아입고, 아니면 집에 가." 하길래 도저히 운동은 못하겠다 싶어서 주섬주섬 짐 싸서 가려는데, 잠깐 와보라고 다시 부르시더라고요.
너 내가 아까 무슨 말한 건지 모르겠냐고, 졸지 말고 운동하라는 거지, 그렇게 말했다고 집에 가냐고...
저는 일찍 나오기도 했고, 아프다고 말도 했고, 약도 먹어서 피곤하니까 일찍 가서 쉬라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더라고요.
네, 제가 눈치가 좀 많이 없습니다.
그리고 승단 심사 얘기도 하셨어요.
원래 12월에 승단 심사를 보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날이 러블리즈 첫 팬미팅날이랑 겹쳐서 이번에는 그냥 심사 포기하려고 했어요.
티켓팅하던 날 밤에 관장님 만나서 "표를 못 구했는데, 구해지면 심사 안 보고 팬미팅 가겠다." 하고 얘기도 했었고, 그 뒤에 표 구해서 관장님이 입금도 대신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관장님께는 얘기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고, 주변 사람들이 심사 준비 잘되냐고 할 때마다 장난 반, 진담 반 섞어서 "내가 바빠서 이번에는 못 보겠네? 내년에 보면 되지."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관장님은 "당연히 나한테 먼저 이야기가 되어야 할 부분인데, 왜 내가 다른 사람 통해서 이런 걸 들어야 되냐?" 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그것도 제가 실수한 부분이죠.
확실히 한 번 더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제 잘못이예요.
그러시면서 "요즘 내가 너 어떻게 하나 보려고 말 안 하고 있으니까, 진짜... 너 요즘에 와서 한 게 뭐야?" 하시는데, 순간 멍했어요.
도장 잡다한 일 하느라 연구소 일 쳐다도 못 본 거 뻔히 아시면서...
도장 전단지 만들고, 홍보 프로그램 구상하고, 벽에 붙일 판넬 주문하고 만들고... 말이 좋아 연구원이지, 도장 잡부인데...
그 동안 가족들부터 친척들, 심지어 관장님이랑 같이 알고 지내던 후배들까지도 "그게 어딜 봐서 연구원이야.. 그냥 시다 아냐, 시다. 얼른 관두고 다른 데 알아봐." 할 때도 괜찮다고, 도장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면 이제 연구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그때까지만 좀 도우면 된다고 대답했어요.
사실 저 스스로한테 하는 말이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침에 일어나고, 새벽에 잘 때마다 '내가 지금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때마다 괜찮다, 괜찮다, 금방 좋아질 거다 하면서 최면 걸다시피 했는데, 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 최면이 다 깨져버린 기분이 들었어요.
기분 별로 안 좋다고 얼른 가라고 하시길래, 그대로 조용히 나와서 집까지 걸어가는데 '내일 출근은 어떻게 하나.' 싶었네요.
엄마한테 머리는 괜찮냐고 카톡왔길래 괜찮다고 답장하고, 폰 배경화면에 있는 케이 사진이랑 눈을 마주치니까 눈물이 났어요.
제가 잘못해서 혼난 건 맞아요.
그걸 부정하려는 건 아니예요.
단지 아픈 날, 혼나니까 더 서러워서 그래요.
그냥 그래요.
글이 길어졌는데, 요약하면...
지연이 보고 싶네요.
지연이가 괜찮다고 머리 토닥토닥해주면 정말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럴 리 없잖아요?
가서 자야겠어요.
꿈에서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 잘 자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