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청난 길치다.
한 동네에서 20년 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동네 외곽으로 벗어나서 집에 혼자 걸어갈때면
다른 길로 잘못들어서 한시간쯤 걷다가
"왜 집이 안나오지?" 라고 인식할때쯤
타 지역에 와있다는걸 깨닫고 지하철역을 찾아헤매다가 못찾아서
결국 택시를 잡아탔는데, 반대방향에서 타라고 내리라고해서
하필 또 그제야 찾은 지하철입구를 발견하고는
지하철로 들어가서 반대편 출구로 나온다는걸 똑같은 방향 뒷방향 출구로 나가서는
또 건너서 타라는 얘기를 듣고 이번엔 횡단보도를 찾아서 건너야겠다 생각하고
하염없이 횡단보도를 찾아올라가다보면, 더 멀리 와있는 나를 발견하곤
버스라도 타야지 하고 버스정류장 찾아서 버스타면
노선도 꼭 30분이상 돌아가는 버스만 골라타서
결국 우리동네 언저리에서 놀다가 집까지 걸어서 20분이면 가는거리를 2시간넘게 걸려서 도착한다.
또 그런 일이 생길때마다 길을모르기때문에 택시를 타는 편인데,
택시를 탔다가도 아저씨가 이쪽에서 어디로 가냐고 물으면
우회전이라고 말하면 되는데, 밥먹는 손이 오른손이라는 말때문에
밥먹을때 양손 다 쓰는 나로써는, 좌우 감각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한참을 고민하다, 오른손 손목을 꺾으면서 왼손으로 타탁치며
"이쪽회전이요.."라고 병구같이 말하면
아저씨는 이 등신이...라는 표정으로 우회전이요? 물어보면
"네? 아니요 오른쪽이요." 라고 띨구같이 대답한다.
그럼 아저씨는 더이상 내게 대꾸해주지않고
내가 말한목적지까지 아무말없이 가다가 앞에서 거칠게 드리프트로 차를 세워주시고는
6100원이 나왔어도 측은한 표정으로 6000원만 받겠다고 말씀하시고 사라지시는 쾌걸춘향..아니 쾌걸조로같은 택시아저씨.
지난번에는 친구가 택시타고 오는 길이라며
당산역에서 기다리고있으면 중간에 태워서 약속장소에 같이 가겠다고해서
당산역 몇번출구에서 어디로 꺾어서 길가에 서있으라고 한걸갖다가
또 오른쪽왼쪽 헷갈려서 무슨대교 다리근처에 혼자 차 쌩쌩달리는
삭막하고 적막한 그 도로변에서 미친여자처럼 치마를 휘날리며 서있다가
마침 한참전에 나랑 통화하며 울화통터진 친구가 탄 택시기사님이 날 발견하고는
미치듯이 달려와서 내앞에 바람을 일며 차를 세우시고는
죽고싶었냐는 표정으로 차마 그렇게 말씀은 못하시고
"왜 여기...."라고 말끝을 흐리시고는 내가 상처받을까봐
라디오볼륨을 높여주셨는데 그때나온 노래가 김수철의
"아 여보게 정신차려 이친구야~ 떠떠~"라고 흘러나오는데
내눈에서도 아저씨눈에서도 뒷자석에 앉아있던 친구코에서도 하염없이눈물이 흘러나왔다.
오늘도 강남구청역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우리집은 2호선이기때문에 건대에서 2호선을 갈아타야하는데
반대방향으로 타서 어린이대공원까지 갔다가
어린애들 풍선들고 뿌뿌거리는거 옆에서 풍선보다 더 입나와서는
이번엔 제대로가야지 하고 탔는데, 자리있는걸 발견하고 이대호 도루하듯 뛰어서 앉았는데
순간 한번 갈아탔다고 생각해서인지 2호선이라고 착각하고
몇정거장 후에 갈아타야한다는걸 잊은채로 하염없이 가다가 논현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서 반대방향으로 타고 건대까지 가는데 원래 15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만에
2호선으로 갈아타고 집에 두시간만에 도착했다.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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