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한 여름방학이 지나가고, 새가을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개학하자마자 누군가의 낯설지 않은 눈길이 느껴집니다.
매우 불만에 찬 표정의 화장실 소녀였군요.
좀 더 귤의 집중적인 관심을 원하는 모양입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변명할 틈도 주지 않고 사라져버렸습니다. 11세의 인생란 것도 참 여러모로 피곤합니다.
학년이 끝나가니 위기감을 느꼈는지 새삼 미요시 선생님이 분량 확보를 시도하십니다.
1년에 세네번 나올까 말까 한 그녀의 대사를 에미리가 가로챕니다.
귀신의 집에 대한 소문이 있나보군요.
일러스트 자리도 귤에게 빼앗겼습니다. 안 들으면 큰일날 것 같으니 들어봅시다.
귀신이 무서운 건지 에미리가 무서운 건지... 히로코가 무서운 건지
응응, 그래서 그래서...
미요시 선생님의 인터셉트!
굴하지 않는 에미리 선수입니다.
뭐?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교실?
그런 교실이 어디 있는데?
싫어~ 선생님 말씀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하지만 결국 권위와 권력을 가진 자의 승리입니다.
선생님도 소문에 관해 알고 계셨군요.
폭풍 잔소리가 이어집니다. 저 대화창이 가득찬 건 처음 봅니다.
패배를 인정하겠죠, 에미리?
하지만 그 정도의 옳은 말로 포기한다면 가왕 에미리가 아닙니다.
자기 입으로 의태어를 내는 것도 이 동네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후식귤도 내심 궁금해하네요. 휴일에 시간이 나면 가보도록 합시다.
하교길에 상처투성이 히토시를 발견합니다.
얼굴만 보고 싸움한 거라고 단정짓는 무례한 귤입니다.
아... 진짜로 싸웠군요. 심지어 당당합니다.
누구랑 몇 대 일로 싸운 건지 궁금하니 물어봅시다.
이 형님은 네가 이유없이 싸우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답을 듣기도 전에 갑자기 한 소년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네요.
알고보니 소년의 반려견을 괴롭히는 녀석들과 싸움을 했던 것이었군요.
착한 일에는 칭칭칭 칭찬을 합시다.
천하의 히토시도 쑥쓰러워하는군요.
어쩐지 히토시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휴일에 마실을 나와보니 오래된 양옥으로 가는 길이 열려있습니다.
귀신이 나올 것처럼 음산하군요.
이벤트가 일어날 줄 알았지만 아직은 별다른 일이 없네요.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에선 둘리 호빵같이 생긴 경단을 먹습니다.
딸의 반응이 작년에 비해 굉장히 차분하고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없나 말을 걸어보니, 달리기가 빠르다는 칭찬을 받았다는군요.
체력적 성장이 조금은 두렵지만 그래도 딸이니 칭찬을 해줍시다.
일진으로의 각성까지는 시간문제같습니다.
오늘은 가을 축제 날입니다.
지난 민속 축제 때 입고 곱게 모셔둔 꼬까옷을 다시 입고 참석해봅시다.
신사에 사람들이 벌써 많이 몰려있네요.
오우... 히토시도 축제를 즐기러 왔군요.
그런데 히토시가 어쩐지 후식귤을 빤히 쳐다봅니다.
전보다 체력이 붙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일까요?
히토시도 비싼 옷에 반응하는군요.
모야 모야~
둘이 모야 나 촉 되게 좋아~
다음달이 되었습니다. 조금은 무섭지만 아직은 친구인 히로코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다섯 달만에 드디어 교환일기를 교환하는군요.
다음에는 몇 달만에 일기를 교환받게 될지 궁금합니다.
하교길에는 켄이치가 귤을 불러세웁니다.
지난 시험에서 진 것 때문에 라이벌로 의식하는 걸까요? 함께 참고서를 사러 가자는군요.
기를 꺾어놓으려는 심산인지 보란듯이 잔뜩 구매한 모양입니다.
다른 데에도 들렀다 가자는군요. 경계를 늦추지 말고 따라가봅니다.
켄이치는 게임 덕후였군요. 신작이 발매된 모양입니다.
이런 타이밍에 신작 게임이 나와주다니 다음 시험도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켄이치와도 조금 더 친해진 것 같습니다.
가을 운동회 날이 왔습니다. 달리기가 빠르다고 칭찬도 받은 참이니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달리기와 콩주머니는 다르지요. 역시 아직도 격투 외엔 재능이 없는 귤입니다.
올해는 제대로 면박을 당했습니다.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의기소침한 딸을 위로하기 위해 값비싼 오페라를 보러 갑시다.
6만원... 6일간 아르바이트를 해야 벌 수 있는 큰 돈입니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문화를 즐길 줄 아는 딸의 모습을 보니 뿌듯하네요.
스트레스 떨어지는 걸 보니 6만원어치 값은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남았으니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들러보기로 합니다.
음? 오후 4시에 켄이치가 이런 외진 곳에 혼자 있군요.
켄이치가 당황한 듯 지나치게 밝은 인사를 건넵니다.
이 황폐한 절 어딘가에 취향을 존중받고 싶은 게임 콜렉션이라도 숨겨둔 모양입니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고구마도 캐먹읍시다.
먹는 얘기 앞에서야 비로소 딸도 기운을 내네요.
유난히 남사친들과의 사이가 깊어졌던 가을이었지만, 역시 먹는 게 남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