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문 산업은 매우 기형적인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신문은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매체였습니다. 왜 과거형이냐하면 요즘에는 슬슬 방송이나 인터넷이 신문의 영향력을 제치고 올라가고 있으며, 신문사 자체에서도 이런 흐름을 인정하고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매체였던 시절에서부터 신문산업은 왜곡되기 시작했고, 그 왜곡과 모순은 아직도 남아서 언론시장을 왜곡하고 있기도 합니다.
80년대 이전에는 국내에서 동아일보가 최고의 정론지로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박정희 시절에 유명했던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건이라는 게 있습니다. 1974년도에 박정희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지면에 담았던 동아일보에 대해 박정희 정권이 압력을 행사해서 거의 모든 광고가 끊어지게 되었고, 그러자 동아일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조그마한 광고들을 실어주기 시작했던 사건입니다. 이런 정도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던 신문이 동아일보였고 그 결과 최고의 구독률과 최대의 영향력을 자랑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75년도에는 동아일보 기자들이 정권의 압력으로 대규모로 해직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때 해직당했던 기자들을 중심으로 동아투위라는 것이 만들어졌고, 그 중에 정연주 KBS사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당시 함께했던 기자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난 지금에도 지속적으로 법적인 투쟁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80년대 들어서면서 전두환 정권이 언론인들을 대규모로 해직시켜 버리고 언론 통폐합을 감행해 버립니다. 이 때 이후로 전두환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가져오던 조선일보가 동아일보를 제치고 최다점유율을 가진 신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신문시장의 성격까지 변하게됩니다. 그 때 확립된 보급소 체제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이 구조가 참 특이합니다.
현재 신문 한부를 한달간 구독하게 되면 만오천원 정도 합니다. 이 중에서 보급소가 본사에 올려보내는 금액은 평균잡아 오천원에 불과합니다. 이 오천원은 사실상 신문사의 수입중에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본사는 이 구독료(보급소에서는 지대 즉 종이값이라고 부르죠)에는 별 관심이 없고, 신문 지면에 실리는 광고료 수익으로 회사를 운영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광고료가 사람들이 그 신문을 얼마나 보고 있는가 하는 구독률에 의해 결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신문이 광고료를 비싸게 받을 수가 있겠죠.
문제는 그 구독자 숫자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신문사들은 발행부수, 즉 신문을 몇부나 인쇄를 하는가를 더 자랑스레 얘기합니다. 그 결과 발행부수를 기형적으로 늘려서 상당수의 신문이 보급소로 가지도 않고 바로 트럭에 실려서 폐지공장으로 가는 우스운 현실이 발생합니다. 또한 조선일보의 발행부수가 뉴욕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지 같은 세계적인 신문의 발행부수의 몇배가 되는 신기한 일도 벌어집니다.
그렇다면 실제 구독자수는 알 수가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나오게 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축이 된 신문고시(김대중 정부 시절 처음 만들어졌습니다.)에 따르면 그 부수를 공개하게 되어 있는데,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바로 무가지의 존재때문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신문 처음 구독하면 이런저런 경품도 주고 일년간 공짜로 보여준다는 그 무가지입니다. 이러면 사람들은 그냥 선물 받고 일년간 공짜로 봅니다. 그리고 일년 지나면 또 다른 신문으로 바꿉니다. 역시 선물 받고 일년간 공짜로 봅니다. 이런 무가지의 비율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그렇다면 경품 제일 많이 주고 무가지 제일 많이 뿌릴 수 있는 대형신문사의 구독률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일반 가정에서야 번거로우니 그런 일을 잘 안하겠다 싶지만, 식당, 점포, 사무실 등에서는 다수의 신문을 비치하기 위해 이런 무가지를 적극 활용하게 됩니다.
일단 그렇게 제대로된 구독자수가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에서 일차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그 다음으로는 영세한 보급소의 문제가 따라나오게 됩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구독자 수가 정확하지 않으니 광고주 입장에서는 신문의 영향력을 제대로 알 수가 없고, 결국 광고 효과에 의한 광고보다는 신문사와의 관계를 고려한 광고가 일상화됩니다. 즉, 기자가 찾아가서 광고좀 달라고 그랬을 때, 광고효과는 중요하지 않고 저 광고를 실어주지 않으면 저 신문사가 우리 회사에 대해 안좋은 기사를 쓸까봐 두려워서 광고를 실어주는 단계로 가게 됩니다. 이래서 조폭언론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정부는 신문고시를 통해 이 폐해를 막아보고자 했지만,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하는 구독률 숫자를 전화 몇통으로 조작해 버리는 수준에 가 있습니다.
보급소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아까 얘기한대로 신문 한부가 정상적으로 구독되면 만오천원 받아서 오천원만 본사에 올려보내면 됩니다. 그렇다면 배달비용에 관리비용 이거저거 다 해봤자 사천원 정도, 그러면 한부당 한달에 육천원 정도의 수익이 남습니다. 그러면 천부만 배달하면 육백만원의 수익이 남게 되죠. 장사할만 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구독부수를 늘이기 위한 판촉비용이 등장합니다. 자전거 주고 뻐꾸기 시계주고 요즘에는 상품권을 넘어 현찰을 직접 주기까지 합니다. 이 비용은 전적으로 보급소의 부담입니다. 신문사에 따라서는 이 비용을 30% 정도 부담해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신규부수가 일정숫자를 넘었을 때 상금조로 주는거지 처음부터 주지 않습니다. 더우기 경품 자체가 신문고시 위반으로 처벌대상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보급소 책임으로 돌려 버리고 본사는 모른척 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판촉비용이 비정기적인 이벤트 성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경품주고 무가지 일년 넣어 주면 일년뒤에 그 손님은 다른 신문으로 가기 때문이죠. 그러니 판촉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기존 구독자는 꾸준히 떨어져나가고, 신규 구독자를 판촉으로 모아 놓지 않으면 당장 본사에서는 신문 보급권을 다른 곳으로 돌리겠다고 협박을 합니다. 결국 보급소는 한달 수익금을 가뿐히 넘어서는 금액을 판촉에 쏟아 붓게 됩니다. 그러면 적자가 날텐데 보급소를 어떻게 운영을 하는 것일까요?
보급소에는 부수익이 또 있습니다. 지역 상권에서 소위 말하는 찌라시를 넣어달라는 요청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 찌라시를 넣는 것도 상당한 수입이 됩니다. 찌라시를 넣어달라는 광고주들은 대게 조선일보를 선호합니다. 왜냐면 그게 현재 배달 부수가 제일 많기 때문이죠. 이 찌라시 수익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없는 보급소장들은 조선일보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겨레나 경향 따위는 신경을 쓸 여지가 없게 되는거죠. 가정에서 신문을 보시는 분들을 아시겠지만, 조선일보를 펼치면 찌라시가 수북하게 쏟아지지만, 한겨레나 경향은 찌라시가 거의 한장도 안 들어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조선일보를 찌라시 신문이라고 부르나요? ㅎㅎㅎ
결국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보급소에 내려주는 신문 부수당 오천원 정도를 챙기고 나머지 귀찮은 일들은 모두 보급소에 맡겨버리게 됩니다. 보급소는 조선일보 부수를 확장하기 위해 온갖 판촉비용을 다 들이고 수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신문고시 위반에 대한 처벌도 받고, 온갖 지저분한 일을 다 겪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조선일보 보급권을 빼앗길까봐 조선일보 본사에 대고는 한마디 항의도 못하게 됩니다. 판촉에 대한 압박, 부수 확장에 대한 압박은 상상을 초월하게 내려옵니다. 심지어 이런 압박 속에서 인근 보급소장들끼리 구역 침범을 이유로 싸움이 벌어지고 사람이 죽는 일까지 발생합니다.
그 와중에 한겨레 경향들은 신문 보급소를 구하는 것 조차 어렵습니다. 결국 보급소들은 조선일보 체제에 익숙해져있으니 그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되는데 기본 구독부수가 적고, 판촉활동 지원금도 제때 못주니 부수 확장은 꿈도 못 꿉니다. 심지어 한겨레나 경향을 보겠다는 독자가 본사로 직접 연락을 해 와도, 그 지역에 제때 배달이 가능한 보급소가 없는 경우가 속출합니다.
그래서 한때 한겨레나 경향이 주도해서 통합 보급소를 운영하자는 대안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경품이 난무하고 일년무가지가 난무하는 신문시장에서 구독률이 낮으니 찌라시 수입도 거의 없고, 보급소들은 그런 신문가지고는 경영이 곤란하다는 판단이 내려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왜곡된 신문시장을 바로잡으려고 김대중 정부에서 신문고시를 만들었더니 언론탄압이라고 온갖 저항을 해대는 바람에 유명무실해졌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끝내 고치지 못했습니다. 무가지나 경품 경쟁을 없애고 정확한 구독률만 공개가 되면 신문시장은 바로잡힐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실제 구독률이 사실상 얼마 안된다는 점이 알려지게 되면 조선일보는 괴멸적인 타격을 받게 되겠죠. 그렇기에 더욱 그들은 이런 개혁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시절은 흘러가서 이제는 신문시장 자체가 대폭 축소될 상황까지 왔습니다. 종이신문의 시대는 가고, 인터넷 언론이 득세를 하며, 나아가 방송만이 살아남을 상황까지 예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조선중앙은 그렇게 신규 종편방송에 목을 매고 있는 것입니다. 최시중이 이끄는 방송위원회는 이 종편방송을 미끼로 조선과 중앙에게 줄듯 말듯 하면서 조중의 논조를 정부 입맛대로 이끌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이제 3등 들러리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죠.
조선과 중앙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방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아있는 영향력을 총동원해서 정부를 밀어주고, 자신들에게 종편방송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또한 이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임기내 계속 조중이 자신들을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 완급을 조절하면서 이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시중이 작년에는 작년말까지 종편방송 선정을 하겠다고 하다가, 올해 초로 미루었다가 올해 중반으로 다시 미룬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우리나라 신문 보급의 실상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문제를 몇십년간 해결해 내지 못했고, 이제 그 문제는 IPTV를 포함한 새로운 방송 시스템으로 옮겨가려고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이 방송으로 그대로 옮겨진다면 방송계 또한 똑같은 수준으로 왜곡되고 오염될 것입니다.
이런 왜곡을 바로잡는 첫번째 걸음은 바로 우리 모두 이러한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해하기 위해 관심을 쏟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얘기입니다. 일단 문제를 알아야 고치겠죠.
그리고 문제를 이해했다면 그 문제를 고치기 위한 대안을 찾고, 문제점이 있다고 한마디씩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해야 된다는 얘깁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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