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5 02:34
이숙정 시의원 행패 사건에 대한 몇 가지 가벼운 분석 잡설
설 연휴란, 예전부터 친족들이 둘러앉아 잘근잘근 씹을 가십거리를 필요로 한다. 정치나 방송연예쪽이 대표적인 소스 제공 분야인데...
올해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민노당의 이숙정 시의원이 아닐까 싶다.
설날에는 이래저래 바빴기 때문에 전모를 파악할 수가 없어 지나쳤는데, 오늘 이런저런 서핑을 해보니 볼수록 안습이다.
성남의 판교 주민센터에서 문제의 동영상이 촬영된 것은 1월 27일, MBC 뉴스 데스크가 이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2월 1일 밤이었다.
☞MBC 뉴스 링크
뉴스 방영 직후 이숙정 시의원은 가루가 되도록 까였고, 지금도 까이는 중이고, 설 연휴가 끝나도 한동안은 계속 까일 듯하다.
여파가 하도 심하니, 민노당에서는 연휴 기간 중임에도 당대표가 나서서 공식사과를 했고, 피해자측의 고소를 접수한 경찰(성남 분당경찰서)에서는 7일부터 조사에 착수한다더라. 민노당 또한 경기도당 차원에서 이 의원을 당기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소했고, 위원회는 오는 8일 열릴 예정이라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이숙정 시의원 본인의 입장은 오마이뉴스의 한 시민기자와 인터뷰를 하며 밝힌 것이 전부다. 인터뷰 내용으로 보아 뉴스가 방영된 직후인 2월 1일 밤에 인터뷰를 한 듯하다.
☞인터뷰 기사(2월 2일 자) 링크
기사에 나오는 인터뷰를 살펴보면, 해당 사건이 설 연휴를 통해 전국적으로 이슈화되기 전에 이숙정 시의원이 이 사건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숙정 : 나는 시의원으로 활동해오면서 시의원으로서 권위를 내세우거나 이점을 활용하려 한 적이 없다. 시민의 입장으로만 서려 했고,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는 나를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 지역정가에서도 따돌림당하는 분위기다.
그날도 설이 가까워오면서 주민센터에서 뭘 자꾸 갖다 주길래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요원들이 또 집 문을 열고 들어와 뭘 가져오기에 그러지 말라고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자꾸만 이름이 뭐냔 식으로 되물으며 직원이 불친절하게 받던데, 동사무소 직원들까지 나를 가볍게 보고 놀리는 것 같더라. 시의원이 아닌 일반 주민의 입장에서 전화를 했을 때 동사무소 직원이 민원인들을 그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서 따진 것이다.
인터뷰어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CCTV에 나와 있는 것처럼 행패를 부리고 폭행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이숙정 : 절대 때리거나 폭행한 적은 없다. 나는 한 사람이었고, 거기는 직원 20명 정도가 다 보고 있었다. 20:1로 도리어 나한테 유리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이 보는 데서 그 직원에게 사과를 받았다.
인터뷰어 : 직원 아버지가 오늘 (1일) 시의회 게시판에 관련 내용을 올려놨고, 고소했다고 한다.
이숙정 : 그날 직원이 나에게 사과했으면서, 나를 고소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터뷰어 : 방송에서는 반론을 듣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착신정지로 나오더라. 일부러 피했던 것인가?
이숙정 : 전화 안 받거나 착신정지시킨 적 없다. 지금 언론사 전화 처음 받는다. 뉴스에 나왔다는 것도 지금 듣고 알았다. 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지 않다.
인터뷰어 :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지 않다시지만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다. 책임이 따라야 할 것 같다.
이숙정 : 그럼 차라리 시의원 안하고 정치를 그만두는 것도 각오하겠다. 나도 지금까지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공무원들 모두 나를 힘들게만 하고 괴롭히려만 한다. 일부에서는 민주당 쪽 입장만 따르라고 하면서 견제하려고 한다. 나도 지쳤다. 큰 미련도 없다.
밑줄친 부분에서 드러나듯, 이숙정 시의원은 자신이 고소를 당하고 뉴스에까지 나와 이 사건이 전국적 이슈로 화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음이 분명하다.
이숙정 시의원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이 주민센터 공무원의 불친절과 부당함에 대해 민원인들을 대신해 '따진 것'에 불과했고, 직원의 '사과'로 일단락된 것이었다.
이 인터뷰 기사를 보고, 무엇보다도 이것이 제일 궁금했다.
이숙정 시의원은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해당 사건을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뉴스에서 '여직원 이 모 씨'라고만 언급되어 있던 고소인 측의 글을 보고야 알 수 있었다.
☞성남시의회 자유게시판에 올려진 피해자 부친의 글(2월 1일 자) 링크
링크한 글 중, 사건에 대해 기술한 부분만 옮겨 보겠다.
2011-02-01 10:46:06
본인은 25세 딸을 둔 애비로서 너무나 속이 타고, 울분이 나서 이 글을 올립니다.
저의 딸은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2010년 1월 3일부터 성남시 분당구 판교 동사무소에서 공공근로 (아르바이트) 근무를 하고 있는 중에 1월 27일 목요일 오후 4시경, 민원전화가 걸려와서,
"누구세요?" 답변을 하니까
"나, 이숙정인데."
주위가 시끄러워서 또다시 "누구세요?"
"나, 이숙정인데..."
또다시 확인 질문을 "누구시라고요?"
"이숙정인데..."
그 이후 전화가 끊겼습니다.
그 당시 상황으로 이숙정이라는 사람도 모르고 있는 상황인데, 약 10분쯤 후에, 정확히 3시 56분에 웬 여성이 주민센터에 와서는 조금 전에 전화받은 사람이 누구냐고 고함을 치기에 제 딸이, 제가 전화받았다고 답을 하니...
"야 *****아, 시의원 이숙정 이도 모르냐" 하면서
그 많은 민원인들과 동사무소 직원들 앞에서 하이힐을 벗어 제 딸의 얼굴을 때리려고 하였고,
그래도 분이 안풀렸는지 핸드백을 들고 얼굴을 치려고 하였으며,
책상 위의 서류뭉치를 얼굴에 던지면서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하면서
제 딸의 머리채를 휘어잡고는
잘못했다고 빌며 무릎을 꿇으라고 하여
제 딸이 무릎을 꿇을 정도로 잘못한 일이 없다며 못 꿇겠다고 하면서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참 어처구니 없고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을수 있습니까?
과연 정상적인 시의원의 행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지금 제 딸은 너무 충격을 받아서 밤에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센터 cctv에 녹화가 되어 있어서 성남 분당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 글의 밑줄친 부분을 위의 이숙정 의원 인터뷰 내용과 교차하면,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그 인과의 대략적 파악이 가능해진다.
1. 이숙정 의원의 집에 주민센터의 공익근무자들이 무언가(?)를 계속 가져왔고, 중단요구를 했음에도 계속 무언가가 들어오자 주민센터에 직접 전화를 했다.
2. 해당 주민센터에서 공공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 모 씨가 그 전화를 받았으나, 주변이 시끄러워 통화내용이 잘 들리지 않자 신분확인을 위해 누구인지 몇 차례 되물었다.
(이 모씨의 부친이 올린 대화 내용은 약간의 첨삭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주민센터도 민원인의 전화에 대고 곧장, "누구세요?"라고 묻지는 않으니까. 대개는 "판교 주민센터 민원 담당 OOO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나요?" 정도의 멘트가 있고, 전화 건 사람의 코멘트가 따르기 마련이다. 뉴스 보도를 통해 형성된 이숙정 시의원의 '미친년' 이미지처럼, 전화를 걸자마자 용건도 말하지 않고 "나 이숙정이야"라고 했는지는 두 개의 글들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3. 몇 번이나 이름을 댔음에도 누구인지 계속 묻자, 이숙정 시의원의 분노게이지가 폭발했다.
(분노의 원인에 개인적인 다른 이유가 포함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인터뷰 내용만 보아서는 이숙정 시의원이 시의원활동에 잘 적응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주민센터에서 보낸 선물의 거절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민센터에 전화를 했고 이름이 뭐냐는 직원의 질문이 '불친절' 내지 '무시'로 들렸던 듯하다. 스스로 '지역정가에서 따'당한다고 여기며 피해의식마저 갖고 있던 이숙정 시의원은 주민센터 직원마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자 뚜껑이 날아갔던 모양이다.)
4. 주민센터 CCTV에 촬영된 상황 (뉴스에 방영된 동영상과 이 모 씨 부친의 글을 비교하면, 열받은 아버지로서 이숙정 시의원의 행동을 과장했음이 확연해진다. 이는 MBC 뉴스 또한 마찬가지다.)
1) 이숙정 시의원, 주민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전화받은 사람 누구냐며 고함침.
2) 이 모 씨가 나라고 하자, 대뜸 쌍욕 전개. "시의원 이숙정도 모르냐!" (CCTV 동영상의 특성상, 실제 욕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숙정 시의원은 빨간 야구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에 입 모양도 안 보이고.)
3) 많은 뉴스 시청자들을 경악케 한 몇 가지 행동 전개.
4) 하이힐을 벗어 바닥에 집어던짐. (이 모 씨의 부친은 하이힐로 딸의 얼굴을 때리려고 했다고 하지만, 동영상을 보면 그냥 바닥에 던진 것이다.)
5) 서류뭉치를 던져 바닥에 휘날림. (이 모 씨의 부친은 서류뭉치를 얼굴에 던졌다고 했지만, 동영상을 보면 그냥 이 모 씨 근처의 허공을 향해 던진 것이다.)
6) 핸드백을 집어던짐.(이 모 씨의 부친은 딸의 얼굴을 치려고 했다지만, 동영상을 보면 이 모 씨의 옆을 향해 무작정 세게만 던진 것이다.)
7) 이 모 씨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려 했으나 이 모 씨가 저항하여 옥신각신. (이 모 씨의 부친은 머리채를 휘어잡았다고 했고, MBC 뉴스는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위협합니다"라고 했지만, 동영상을 보면 머리채를 잡으려는 이숙정 의원의 손을 이 모 씨가 쳐내는 것이 확인된다. 일방적으로 머리채를 휘어잡고 쥐락펴락한 적은 없었으니, "절대 때리거나, 폭행한 적은 없다"는 이숙정 시의원의 말이 사실이다.)
8) 이 모 씨에게 잘못했다고 빌며 무릎을 꿇으라고 했고, 이 모 씨는 그럴 만한 잘못은 한 적 없다며 자리를 피함.
(이숙정 의원은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이 모 씨의 사과를 받았다고 말했는데, 이 모 씨 부친의 글에는 자리를 피했다고만 나와 있다. 뉴스에 나온 동영상 편집본에는 이 부분이 나오지 않는다.)
5. 이상이 1월 27일에 벌어진 일의 대략적 인과관계다. 이 모 씨의 부친이 성남시의회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은 2월 1일 오전이니, 성남시 분당경찰서에 이숙정 의원을 고소한 것은 아마도 전날인 1월 31일(월)일 것이다.
6. MBC 기자가 기사의 소스인 동영상을 얻고, 고소인 이 모 씨만을 인터뷰해 뉴스화한 것은 2월 1일 밤이었다. 뉴스에는 이숙정 시의원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착신거부 상태인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숙정 시의원 본인은 뉴스 방영 후 시민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전화 안 받거나 착신정지시킨 적 없다. 지금 언론사 전화 처음 받는다. 뉴스에 나왔다는 것도 지금 듣고 알았다."고 말했다.
7. 뉴스 방영 후, 이숙정 시의원은 "미친년"으로 등극, 전국민으로부터 가열차고도 박 터지게 까였다. 아마도, 앞으로 한참 더 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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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정 시의원은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시민운동가의 이력을 지녔다.
그녀가 지금도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푸른 학교>는 부문운동의 일환으로 대안 교육을 지향했던 곳이다. 지역에서는 꽤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던 시민운동가였고, 그 때문에 야권 단일 후보로 시의원에 당선까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시의원에 당선되며 '게임의 룰'까지 바뀌었음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듯싶다.
시의원은 더 이상 '시민운동가'가 아니다. 당선이 된 이상, '시민운동가의 마인드'가 아니라 '정치인의 마인드'로 공무원을 대해야 했다.
부문에서 활동하는 시민운동가는 종종 해당 부문을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싸워야만 한다. 싸울 때는 대차게 싸우는 것이 시민운동가의 미덕이기도 하다.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불의와 마주쳤을 때, 시민운동가는 왕왕 파이터로 변신한다. 하지만, 이숙정 씨는 더 이상 시민운동가가 아닌 것을. 선거 결과 당선된 일선 정치인 것을.
이숙정 시의원이 정치인으로서 '게임의 룰'에 익숙해져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뇌물로 의심되는 선물이 배달되었을 때, 정치인이라면 좀더 세련된 방법으로 거절했어야 했다.
그녀가 한탄했듯이 '지역정가에서 따'당하는 한심한 처지라 한참 아래 끗발인 주민센터장과도 직접 소통할 처지가 못 되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고, 몸소 항의방문까지 하는 것은... 그녀의 마인드가 아직도 시민운동가에 머물고 있음을 반증할 뿐이다. (하긴, 누구를 탓하겠는가. 민주노동당 자체가 아직도 시민운동단체처럼 행동하는데.)
이는, 인터뷰 중의 "나는 한 사람이었고, 거기는 직원 20명 정도가 다 보고 있었다. 20:1로 도리어 나한테 유리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이 보는 데서 그 직원에게 사과를 받았다"는 발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숙정 의원에게 그 사건은 '20:1'의 불리한 상황에서 훌륭히 투쟁하여 해당 직원의 '사과'를 받아낸 시민활동가의 치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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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요 며칠간 가루가 되도록 까였듯이 이숙정 시의원이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도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이숙정 시의원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날 직원이 나에게 사과했으면서, 나를 고소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저 발언이 '사과를 해놓고는, 고소를 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로 읽히지 않는다.
'직원이 나를 고소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로 읽힌다.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괜히 '복지부동'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니.
눈치 볼 데, 설설 기어야 할 데가 수두룩빡빡이다. 주민센터의 하급 공무원에게 '시의원'이란 정말 버거운 존재다.
의사, 변호사, 판검사들이 자리한 룸에 국회의원이 쓱 들어온다면?
어깨에 잔뜩 힘주고 있던 '사'들이 일제히 일어난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사회지도층 간의 역관계다. 그만큼 대의민주제하의 의원님들은 실로 막강한 존재들이다.
9급 공무원 대 시의원?
공무원은 그 앞에서 숨도 크게 쉬지 않는다. 어딜 감히.
아마도 고소자인 이 모 씨가 공공근로 중인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정식 공무원이었다면, 이 모 씨의 부친도 성남시의회에 저렇게 상황을 과장한 글을 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딸의 장래와 밥그릇을 생각하는 아버지라면 당연히 고소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 모 씨가 정식 공무원이었다면, 판교 주민센터 또한 CCTV 자료를 제공하여 고소에 일조하는 모험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개 주민센터가 감히 시의회에 도전을?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나는 이숙정 시의원이 이 모 씨가 아르바이트생임을 몰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과받았다고 안심하고 있었을 리가 만무하니. 학력이나 경력으로 보아 그 정도 바보일 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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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정 시의원은 성남시민들을 대의하는 프로 정치인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시민운동가 때나 하던 행위를 고스란히 되풀이했다. 그 미숙함과 무지함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자신이 비판했을 기성 정치인의 구태를 그대로 따라한 안일함 또한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편 의식이 강한 민노당에서 탈당까지 시킬지는 미지수지만, 그러기 전에 이숙정 시의원 본인이 대국민사과, 의원직 사퇴, 탈당의 수순을 밟는 것이 민노당 입장에서는 그나마 깨끗한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나는 이 가십성 사건을 보도한 언론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2월 1일의 MBC 뉴스 데스크에서 이 사건을 보도할 때 쓴 표제는 <이름 모른다고 행패>였다.
MBC에서 포털에 뿌린 해당 기사의 제목은 더 자극적이다. <"너 나 몰라?" 시 의원 난동 물의>다.
이 기사의 담당자는 MBC의 조의명 기자인데, 뉴스에서 편집한 동영상과 함께 흘러나오는 조의명 기자의 멘트는 다음과 같다.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의 한 주민센터.
붉은 모자를 쓴 여성이 들어오더니 몹시 화가 난 듯, 신고 있던 구두를 바닥에 집어던집니다.
앉아 있던 여직원에게 항의를 하다 서류 뭉치를 집어던지고, 직원에게 다가가 가방을 내던지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위협합니다.느닷없이 주민센터를 뒤흔들어 놓은 이 사람은 바로 이곳 성남시 의원인 이숙정 씨.
이렇게 난동을 부리기 전에 주민센터 여직원과 전화통화를 하던 중 그 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알아듣지 못했다며 주민센터로 곧바로 들이닥쳐 이같은 행패를 벌인 겁니다.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30대의 초선의원인 이숙정 시의원.
젊고 진보적인 이미지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당선됐지만, 정계에 입문한지 반 년 만에 이런 불미스런 사건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이숙정 의원과 접촉을 하기 위해 휴대폰과 사무실로 전화했지만 휴대폰이 끊겨있는 등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봉변을 당한 주민센터 여직원의 가족들은 고민 끝에 이 의원을 폭행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MBC뉴스 조의명입니다.
이숙정 시의원이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위협'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이 모 씨는 이숙정 시의원의 손을 쳐냈고 머리채를 잡으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잡아서 '당기는' 장면은 동영상에 나오지 않는다.
기자가 팩트를 다루지 않고 과장을 한 것이다.
또한, 이숙정 시의원이 주민센터에 가서 화를 낸 이유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고소인 측 입장에만 서서 기사를 작성했음을 말해 준다.
조 기자는 아예 '행패', '난동' 등의 확고한 가치판단이 섞인 어휘를 기사문에 삽입하기도 했다.
이숙정 시의원과 접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쪽의 입장만을 듣고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은, 아무리 연휴 직전의 마감 시한이 급박했다고는 해도 너무나 주관적인 기사라고 생각한다.
같은 날, 오마이뉴스의 한 시민 기자는 너무도 수월하게 이숙정 시의원과 인터뷰를 했는데 말이다.
이숙정 시의원의 "전화 안 받거나 착신정지시킨 적 없다. 지금 언론사 전화 처음 받는다. 뉴스에 나왔다는 것도 지금 듣고 알았다"는 말이 사실인지, 뉴스 중 흘러나오는 "지금 거신 전화는 고객의 요청에 의해 당분간 착신이 정지되어 있습니다" 는 녹음 소리가 이숙정 시의원의 휴대폰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기사에는 뉴스보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객관성'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름 모른다고 행패>나 <"너 나 몰라?" 시 의원 난동 물의> 같은 기사를 보거나 읽으면,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친년"이라고 이숙정 시의원을 욕할 것이다. 실제로 일은 그렇게 전개되었고.
언론이란 사건의 전모를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첫 번째 임무요, 그것에 대해 논평을 하는 것은 두 번째에야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고소인측 말만 듣고, 입수한 동영상을 뿌린 것으로 이숙정 시의원의 짧은 정치 생명은 그대로 끝장이 났다.
나는 그녀가 미숙하고 어리석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죽일년"이나 "미친년"으로 불릴 만한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온 국민이 한 여자를 설 연휴 내내 "미친년"으로 부르도록 만든 책임 중 일부는 조의명 기자와 MBC에게도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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