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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간경화 사실이 확진되었다.
아버지의 골수이식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어졌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며 진 또 다른 빚이 발견되었다.
아버지가 가입했던 보험으로 대출받은 사실을 어머니가 고백했다.
아버지가 가입했던 보험 중 절반이 보험료를 내지 못해 해약되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보험료와 내가 벌고 있는 돈을 다 합쳐도 내년 5월까지가 한계라는 계산이 나왔다.
아버지의 치료가 유지치료로 결정되었고, 유지치료가 뭔지 묻는 나에게 어머니는, 더는 나아지지 않고 이 상태만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인, 그런 치료라 설명했다.
어머니가 짜증을 내는 횟수가 늘어났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주는 아버지의 친지는 거의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다툼이 점점 늘어났고, 어머니는 집에 있기를 힘들어했다.
어머니는 탈모가 생겼고, 스트레스성 피부질환으로 항상 이곳저곳을 벅벅 긁어댔다.
어머니는 강박증처럼 아버지를 필요 이상의 노력을 들여 수발했고, 아버지는 그런 모습을 부담스러워했다.
어머니는 칼국수집을 하면 어떨까 호두파이집을 하면 어떨까 뭘 하면 어떨까 뭘 하면 어떨까 하다가 지금은 주식을 공부하려 하고 있다.
내가 늘 두려워했던 것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돈은 다 떨어질 것이고
아버지 병세는 더이상 나아지질 않을 것이며
모든 관계는 악화되어 파국을 이룰 것이다.
이 모든 게
어디서 본듯한
참 흔해 빠진 일처럼 느껴지기에
더
내 스스로가
아버지는 화가였다.
본인 말씀으로는 대통령상까지 받았다지만,
거짓말이었다.
지방대를 나왔던 아버지는, 아무리 개인전을 열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화가 나
그림을 때려치웠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에 입사를 했고
어머니를 만나 결혼을 해버리고
이 회사 저 회사를 전전하다 사업을 하게 되었고
몇 번의 파산과 몇 번의 잘못된 일들을 저질렀고
혈액암에 걸렸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소설의 꿈을 가지고
성공하지 않아도 좋으니
결혼만은 하지 않고
끝까지 꿈을 꾸며 살자고 다짐했다.
최소한 굶어 죽어도 나 혼자 죽을 것이고
최소한 나중에 꿈을 포기한 후회따윈 없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도 아버지의 인생과 똑같이
살아가고 있었다.
일자리센터에서 하는 세미나 중
내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만약 꿈을 이루고 싶다면
퇴근하고 와서도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
그런데도 안 쓰는 거 보면
그 꿈을 포기하고 싶은 거 아니냐고
되물은 적이 있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나의 모습에서
더
내 스스로가
세상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고
나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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