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월 관련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UAE)등 메르스 고위험지역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순방한 것으로 지적됐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문 장관은 지난달 27일 상임위 차원에서 진행된 메르스 관련 현안보고에서 "(3월에) VIP와 함께 중동에 갔는데 메르스 관련해서 사전 어떤 정보를 알고 갔느냐"는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솔직히 (메르스에 대해) 크게 신경은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지난 3월 1일부터 9일까지 박 대통령이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중동 4개국을 순방할 당시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시는 이미 중동에서 메르스가 창궐하고 있던 시기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자료를 보면 메르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 2012년 처음 발견된 뒤 이 지역에서 올해에만 177명이 발병해 42명이 숨졌다. 특히 박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기 약 한 달 전인 2월엔 80명이 감염돼 20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급격히 확산된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정책 수장과 청와대가 대통령 방문국의 위험상황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못한채' 방문 일정을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 장관은 이날 복지위 현안보고에서 이 의원이 계속 중동 방문 당시, 메르스 관련 사전 정보 숙지 문제를 지적하자 "아무래도 대통령께서 가시는 거라 그런 것들에 대해 사전 대비는 좀 철저히 했다"면서도 "거기 보건청 의장하고도 얘기도 나눴고 사우디 쪽에서는 메르스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비록 거기에 대해서 감염의…확산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이라고 말하는 등 예상치 못한 질문에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명수 의원은 "2012년부터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굉장히 많은 문제가 제기됐는데 왜 그때(3월 순방 당시) 어떤 문제의식이나 (대비책을) 안 가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 때(3월 순방 당시 메르스 얘기를 듣고) 현지에 나갔다 들어온 상황인데 그 뒤 후속 조치나 대비가 (없던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대통령의 현지 식사에는 메르스 감염의 원인으로 밝혀진 낙타고기가 두번이나 포함됐다. 낙타고기가 의전상 최고 예우를 상징하는 음식이었고, 다행히 박대통령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보건당국 수장의 안이한 현실인식이 메르스의 국내유입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