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친구놈들이랑 농구를 하러 갔어요
그런데 책상에 동생의 공책이 있더군요
처음에는 중 1학년때 영어 숙제가 있었어요 (동생은 지금 고1 올라가요)
그 숙제들을 보면서 '이놈이 이렇게 숙제를 열심히 했나? 난 엄청 안 했는데ㅋㅋㅋ;' 등을 생각하며
계속 넘기다 보니까 일기가 있더라구요.
오 대발견!!
흥미가 마구 솟구치더군요 바로 읽었죠
처음 일기는 2007년 8월 20일 월요일
여름 방학 개학식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반갑다 등등의 내용이 써져있었어요
그냥 즐거운 일만 재밌게 써 있어서 피식 거리며 계속 읽었는데..
점점 어두워 지더군요...
..
07년 8월 20일 부터 09년 2월 5일 까지의 주요 내용을 조금씩 적어보자면..
"애들을 만나서 반갑다. 내가 그렇게 키가 컸나?ㅋㅋ"
"요즘 판타지 소설이 너무 재밌다"
"오랜만에 엄마와 통화를 했다" (저흰 할머니와 아버지랑 살아요)
"두 형은 나의 보물이다!" (아나 감동함 ㅠㅠ)
"아르바이트를 하고싶다"
"만화가가 내 꿈이야!"
"아르바이트를 하고싶다!! 제발"
"가난이 조금 짜증난다"
'거짓말 하는 사람 싫어"
"노력하면 안되는게 없어!"
"가난이 싫다"
"비린내나는 아가리 닥쳐" (누구한테 말하는지 모르겠음;;)
"그림연습 열심히 하자"
"가난이 정말 방해가 돼"
"할머니 방광암. 죽은줄만 알았던 암세포가 재발이 되었다. 난 할머니가 몰래 우시는걸 들었다"
"할머니께서 내게 밥을 먹었냐고 3번씩이나 물어봤다. 씨발 개같은 치매증세인가? 우리 할머니를 괴롭히지마. 제발 할머니 효도도 열심히 해드릴건데. 기억 하셔야 하잖아요"
"하나님 할머니가 우리는 잊지 않게 해주세요"
"난 우리가족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걸 알아"
"난 절대로. 부모님 처럼 살지 않을거다"
"좋아하는 애가 있다"
"공부를 해야해. 그 애와 같은 고등학교를 가려면"
"나는 그 고등학교에 붙었지만 친한 친구들이 모두 다른 학교로 간다. 모두 똑같이 공부 했는데..."
"피시방을 갔다. 친구들을 만났다. 이제는 볼수 없잖아"
"힘들다" 일기에 이 세글자만 써놨어요...
처음에는 밝은 일기였는데... 점점 어두워지네요..
항상 내가 무지 썰렁한 개그를 해도 막 웃어주고 밝고. 아... 슬픔 따위는 전혀 없어 보였는데
집이 좀 가난해요. 동생 등록금도 겨우겨우 냈고요..
그런데 마지막 일기가...
부분 부분만 쓰자면
"그 애가 날 싫어하는 것 같다. 방학을 시작하고 나서 난 그 애한테 선문자를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핸드폰은 떨어져계신 어머니가 해주셨어요. 전 그 어머니의 배에서 나오지 않았구요)
한번도 만난적도 없다. 내가 좀 보자고 하면.. 진짜 어쩔수 없이 못 나오는거라고 믿고 싶지만..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그 애가 날 싫어해서 대충 핑계를 둘러대고 나오지 않는거라고 말하고 있다.
답답해 미치겠어. 너가 자꾸 그러니까 흔들리잖아. 제발 나를. 날좀 잡아줘
어느날 "내가 싫어?" 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 짧은 글을 몇일동안 생각하고 30분간 썼다.
답장이 바로 오지 않았다....문자를 못 봐서 답장을 늦게 보냈거나... 망설였다는 것이다...
물론 난 전자를 믿고 싶지만... 내 머리속에는 자꾸...
답장은 13분쯤 후에 왔다. "응? 그게 무슨소리야?"
바보야 그때는.."
할머니와 집안 문제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반드시
그런데 동생 여자친구;
그러니까 동생은 여자친구를 좋아하는데 그 애는 동생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아직 사귀고는 있지만;
젠장 제가 솔로라서 ㅠㅠ;;;
동생한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정말. 집 떠나기 전에 동생한테 꼭 도움을 주고 싶어요
무슨 조언을 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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