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온라인 블랙리스트도 있었다
[한겨레21] 군 사이버사 ‘천안함 관련 블랙펜 현황’ 문건 입수…
정부 비판 아이디 대상 추적·관리 드러나.
천안함 관련 블랙펜 현황’ 문건에는 포털 아이디 분류 방법부터 추적·관리, 유관기관(경찰) 공조까지 온라인 블랙리스트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류우종 기자
2012년 총선·대선 당시 불법 정치 개입이 확인된 국군사이버사령부가 2011년 천안함 사건 1주기를 맞아 정부 비판적인 포털 아이디를 온라인 블랙리스트(블랙펜·레드펜)로 만들어 추적·관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개별 사건에 대해 식별 목록으로 체계화해 경찰과 공조하는 등 온라인상의 민간인 사찰 전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겨레21>이 입수한 1011사령부(군사이버사)의 ‘천안함 관련 Black Pen 현황’ 문건을 보면, 군사이버사는 천안함 사건 1주기 하루 전인 2011년 3월25일부터 4월5일까지 천안함 관련 기사 6건을 선별·분석해 ‘B1(북 찬양·옹호)’ 성향의 20명을 분류했다.
군사이버사는 이들의 목록을 만들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유관기관(경찰청)과도 협조했다.
<한겨레21>이 보도한 ‘작전명 레드펜, 온라인 블랙리스트도 있었다’(제1198호)처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포털 사이트 등의 동향을 파악해 정부 비판 아이디를 관리하는 것 외에 ‘천안함’처럼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아이디를 솎아내 개별 공작을 펼쳤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아이디에 점수 부여하고 성향 평가
주목할 만한 것은 ‘블랙펜 식별 목록’이다. 군사이버사는 기사별로 수집된 아이디에 점수를 부여하고 성향(B1, 북 찬양·옹호 세력)을 평가해 식별 목록을 완성했다. 천안함 침몰 1주기 하루 전인 3월25일 보수 성향의 온라인 매체 <데일리안>의 ‘어뢰추진체에 붉은 멍게? 색깔 모양 전혀 달라’라는 기사에 댓글을 단 아이디 ‘키다리’의 경우, 코드 ‘ilhlUemwQS10’을 붙이고 점수는 3점, 댓글 수는 1613개, 성향은 B1으로 분류했다. ‘키다리’가 단 댓글은 북한 찬양이라기보다 정부가 천안함 침몰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1번 어뢰의 진실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가리비에 이어 동해산 멍게 발견’)를 링크하고 이를 설명하는 내용에 불과했다.
당시 군사이버사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는 “2011년 2월 연제욱 사령관이 부임한 뒤 댓글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온라인 블랙리스트 작업도 체계화됐다”며 “특히 천안함 사건은 이명박 정부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만큼이나 청와대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이슈였다.
당시 댓글로 여론전을 펴는 팀, 언론 보도와 여기에 달린 댓글을 분석하는 부서 등 관련 조직이 총동원됐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서는 가장 높은 단계의 비밀을 보관하는 이른바 ‘블랙북’에 담겨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 국방비서관실, 대외전략비서관실, 뉴미디어홍보비서관실 등에 ‘사이버 일일동향’ ‘사이버 대응활동 보고서’ 등의 형태로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블랙리스트 분류의 구체적인 방법도 새롭게 확인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군 관계자는 “문건에서 확인된 각 아이디에 붙인 코드(숫자·영문 조합 12자리)는 해당 아이디를 암호화한 것”이라며 “이는 온라인 블랙리스트가 대량 확보되고 보안 단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고안한 것으로 안다. 이를 통해 경찰이나 기무사와의 공조도 더 수월해졌다”고 했다.
6개 기사 총 20개 아이디 타깃
관계자의 증언으로만 존재했던 블랙리스트에 대한 사후 ‘추적’도 문서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추적의 구체적인 방법은 문건에도 언급돼 있지 않다. 하지만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군사이버사 관계자는 “B1으로 분류된 아이디가 뜨면 곧바로 대응에 나서 댓글을 달거나 직접 쪽지를 보내 토론을 유도하면서 당사자가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게 열성 누리꾼의 피로도를 높이면 확실히 활동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문건에서 북한 찬양·옹호를 했다고 분류한 아이디와 댓글은 주로 △침몰 원인 의혹 제기(미 핵잠수함 충돌설, 1번 어뢰 속 동해산 멍게 발견 의혹 등) △이명박 대통령과 국방부 비판 등 두 가지다. 4월5일 ‘북, 천안함 사과 요구는 절대 수용 못해’라는 기사에 아이디 ‘daumcho’는 “내가 봐도 북한 짓은 아닌 것 같아. 미 핵잠수함 아니면 그 외 좌초야! 딴것 필요 없고 TOD 영상 공개해~ 자르지 말고 공개하면 딴지 안 건다. 중간 부분 자른 것 말고~ 모로지... 쥐새끼보다 뽀글이 말이 진실해 보~여. 차라리~ 좌파 빨갱이라고 하기 전에 증거를 내놔봐~ 매직 1번 지금 개그콘서트 하냐?”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B1(종북)으로 분류됐다.
일부 거친 표현을 제거하면 이 누리꾼의 주장이 유언비어만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야간 관측이 가능한 열영상관측장비인 TOD 영상 논란은 당시 보수매체에서도 비판할 만큼 진상 규명 과정에서 국방부가 편집본을 공개하며 의혹을 키운 대표적 사례였다.
좌초설이나 미군 잠수함 충돌설도 국방부의 초기 대응 미숙으로 의혹이 증폭됐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그것을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군(軍)이 나서서 이들을 적대시해 추적·관리한 것이다. 아이디 ‘김정수’처럼 “국뻥부의 말보다 북한 말이 더 설득력이 있지 왜?”라는 한마디를 달거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솔직히 북한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북한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아이디 ‘idiotbox’)는 내용만 달아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렇게 언론 보도 6건에서 추출해 분류한 아이디는 총 20개다.
관련 자료 경찰에 넘겨 협조 정황도
“유관기관(경찰청) 협조”와 함께 “6건(B1 분류자 20명 자료 제공)”으로 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20명의 아이디와 관련 내용을 경찰에 넘겨 경찰청 보안국 쪽에서 재검토하고 수사에 활용토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경찰청 산하 댓글공작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당시 보안국에서 해당 아이디의 신원 파악, 아이피 추적 등 공조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비공식적으로 관리하고 공조했다는 면에서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2010년 이후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된 토론은 자취를 감췄다. 이명박 정부의 온라인 사찰을 통한 탄압은 성과를 거둔 것일까.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임을 믿느냐’는 질문이 고위 공무원 인사청문회에서 사상 검증에 쓰이는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청문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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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레드펜’, 온라인 블랙리스트도 있었다
군 사이버사, 정부 비판 ID 타깃 여론 조작 활동 드러나
2018-01-29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안에 있는 군 사이버사령부 입구. 군 수사기관은 2013년 불거진 사이버사 댓글 공작을 심리전단장과 일부 요원들의 일탈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최근 국방부 댓글 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는 당시 사건이 은폐·축소됐다고 보고 재수사 중이다. 류우종 기자
작전명 ‘레드펜’.
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가 ‘레드펜’이라는 작전명으로 정부 비판 성향의 아이디를 대량 수집해 온라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집중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군의 정치 개입이 댓글 작업을 통한 여론 조성을 넘어 특정 여론을 파괴하려는 치밀한 기획 아래 이뤄졌음을 보여주는데, 2013년 사이버사 정치 개입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넘어서는 또 다른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 비판 성향 ID 대량 수집
이철희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서 제공한 자료와 <한겨레21>의 취재를 종합하면, 사이버사는 2010년 1월1일 창설 직후부터 총선과 대선 때마다 온라인 선거 개입을 주도해온 심리전단 내에 ‘검색팀’과 ‘리스트 관리 담당’을 두고 ID와 닉네임, 사이트 주소 등을 모아 특별관리대장을 만들었다. ‘레드펜’ 작전은 공식적으로는 북한 선전물이나 이에 동조하는 세력을 수집해 보고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정부를 적극 비판하는 누리꾼 리스트를 작성해 대응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작전명 ‘레드펜’의 시작은 2010년 사이버사 창설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이버사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군 관계자는 “(군은) 2008년 봄에 시작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 온라인 여론이 정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유력한 아이디를 골라 이를 추적 관찰하고, 해당 게시물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에 대응했다’는 것은 뭘 뜻할까. 이 관계자는 “관리 대상 아이디의 글이 올라오면 더 독하게, 집요하게 (댓글) 작전을 폈다. 군 내부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던 작전이 공식 조직을 통해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은 사이버사가 창설된 2010년 이후다”라고 덧붙였다.
2010년 1월 사이버사가 창설되며 ‘레드펜’ 작전은 사이버사 심리전단 내 20명 내외의 검색팀에서 하루 24시간 내내 실행됐다. 검색팀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과 작성자 ID를 갈무리해 보고하면, 따로 정해진 2명의 담당이 작성자 성향 파악과 리스트 작성·관리 업무를 맡았다. 이 팀의 존재는 이미 2013년 군 사이버사 수사 당시 ‘정보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다만 당시 정보대는 현안 이슈를 심리전단장에게 보고하고 단장의 작전 지시를 운영대에 전달하는 일종의 지원조직으로 파악됐을 뿐, 이 팀에서 수행한 ‘레드펜’ 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레드펜 작전의 대상은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와 트위터, 블로그, 정부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이 모여들던 ‘오늘의 유머’, ‘엠엘비파크’ 불펜, ‘82쿡’ 등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망라했다. 군 사이버사는 자신들의 작전 대상을 “북한 및 적대세력이 직접 운용 또는 간접 활용하는 일체”라고 정의했다.
군이 ‘레드펜’ 작전으로 관리한 온라인 블랙리스트의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관리 대상 누리꾼의 리스트를 담은 ‘레드펜’ 대장은 ID 특별관리대장이라 불리며,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검색팀조차 존재를 명확히 알지 못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됐기 때문이다. 다만 리스트 규모를 가늠해볼 수는 있다. 2017년 10월 국방부가 내놓은 ‘사이버사 댓글 재조사 태스크포스(TF)’ 중간조사 보고를 보면, 국방부는 “이명박 정부 당시 사이버사가 문재인 대통령, 이효리 가수, 박원순 서울시장 등 유명인사 33명의 SNS 동향을 파악한 뒤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종북 핵심 세력" 3만 명 규모
당시 33명의 동향을 담은 청와대 보고서가 군 내부 전산망에 남아 있다고 제보했던 한 전직 군 관계자는 “33명은 ‘레드펜’의 일부다. 이는 최소한의 숫자로 실제 유명인사가 아닌 유력 아이디를 더하면 수천 개에 이를 것이다”라고 추정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수천 개’라는 추정치는 당시 사이버사가 작전 대상으로 삼았던 "종북 핵심 세력"의 규모에 근거한다. 이 관계자는 “처음 (레드펜은) 10명을 대상으로 시작했고, 이후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휘계선 말고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지만, 군 사이버사 내부적으로는 종북 핵심 세력(3만여 명)과 종북 조직(80여 개 단체)을 (‘레드펜’) 작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군 사이버사는 ‘레드펜’ 작전의 성과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사는 그날 불거진 주요 이슈에 대한 찬반 동향과 변화 수치를 담은 대응 작전 결과를 국방부 지휘부와 청와대 등에 제출할 때 ‘레드펜’ 작전 결과를 별도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사이버사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레드펜’에서 성과를 내면 곧바로 포상을 받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실제 <한겨레21>은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군 사이버사 내 요원이 ‘레드펜’ 작전 실적을 인정받아 2011년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은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공적 사항과 달리 실적 200여 건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그만큼 ‘레드펜’ 관리가 하나하나 중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레드펜’은 작전 초기 사이버사 핵심 간부들 사이에 갈등을 낳기도 했다. 이런 리스트 관리가 불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전 사이버사 핵심 관계자는 “(‘레드펜’ 작전은) 불법이었고 (군이)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다만 경각심이 없었다. 아이디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과정이나 이를 분석한 뒤 반정부 세력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과정 모두 불법(不法)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레드펜’이 단순히 온라인상의 블랙리스트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이미 사이버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처럼 이들의 작전은 청와대를 정점으로 국정원, 기무사의 협력을 얻어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 사이버사 관계자는 “아이디를 수집해 군이 집중적으로 (댓글) 작전을 시행한 것만으로도 민간인 개인에게 군이 총부리를 겨눈 것과 다름없어서 군(軍)의 존립 근거와 명확히 배치된다. ‘레드펜’으로 분류된 아이디를 다른 기관과 공유해 활용했다면 양상은 또 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
뒤늦게 ‘레드펜’의 존재를 파악한 국방부는 진상 파악에 나섰다. 국방부 쪽은 ‘레드펜’ 작전의 존재 등을 묻는 <한겨레21>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주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겨레21>은 이와 관련해 사이버사 1대 사령관인 고한석 전 사령관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질 않았다.
“불법이었고 모를 리 없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북 심리전을 주목적으로 한 군 사이버사가 민간인들의 아이디를 수집해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관리했다는 것은 댓글 작전을 넘어서는 또 다른 불법(不法)이 드러난 것”이라며 “(군 사이버사 댓글 사건과 관련한) 2013년 1차 수사나 지난해부터 이뤄진 국방부 댓글 사건 조사 TF도 적발해내지 못한 사안인 만큼 지금이라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드펜’은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군 사이버사 댓글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뿐 아니라 전임 김태영 전 장관 등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군 수뇌부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다. 또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포함해 고한석 초대 사령관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가 주목된다.
" 아이디를 수집해 군이 집중적으로 (댓글) 작전을 시행한 것만으로도, 민간인 개인에게 군이 총부리를 겨눈 것과 다름없어서
군(軍)의 존립 근거와 명확히 배치된다"
개무사, 개이버사, 개정원, 개찰등 군사적폐들을 포함한 수구짐승집단 5.16 대한민국 종자색기들은 이런 생각 자체가 떠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