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판이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팬티,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캐릭터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유명 오타쿠들, 예전부터 있었던 모든 애니와 만화가 이곳에서 삶과 죽음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반대코, 장르들, 피규어들, 모든 팬티 사냥꾼과 짤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빌런들, 캐릭터의 창조자와 재창조자, 그 많은 BL과 백합, 모니터 앞 사랑에 빠진 젊은 사람들, 모든 캐릭터의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로리콘들, 음란마귀에 씌인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스피드왜건들, 모든 타락한 어둠의 음란마귀들, 모든 슈퍼아이돌, 모든 최애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히어로와 히로인들이 여기 오유 속에 부유하는 작은 아이콘 안에서 살았던 것이다.
애게는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덕질이라는 이름 아래, 이 작은 게시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오유 역사속의 수많은 글쓴이들이 보여준 광란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게시판의 한 모서리에 살던 덕후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덕후들에게 보여주었던 다양한 취향들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반대코조차 껴안으려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그릇이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천조각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켜보는 이것은 어둠 속 외로운 팬티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원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이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그린 이 그림들 보다, 우리의 덕력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푸른 팬티들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게시판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