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토요일 새벽에 저희 아파트 화재 경보기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6시 경이었는데 조금 있으면 꺼지겠지 싶어 놔뒀더니 계속 울리더라구요.
아파트 전체가 소음으로 가득했는데.
그래서 경비실에 전화를 하니(그 난리가 나도 경비실에서는 연락 한 통이 없더라구요)
그제서야 경보기가 꺼졌습니다.
9시 쯤 경비 아저씨가 오셨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건축 관련 일을 하시는 분이라 이쪽을 좀 아셔서 아저씨께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 아니 화재 경보기가 계속 울리는데 경비실에서 그걸 모르고 있는 게 말이 되냐,
그리고 화재 경보가 울리면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
지금 세시간 가량 지났는데 지금에서야 올라오는 게 말이 되냐.
경비 아저씨 - 6시는 사람이 자는 시간이다.(??)
자고 있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아냐.(????)
지금 일단 경보기를 껐고, 감지기는 떼어서 고친 다음 다시 오겠다.
어 - 아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당연히 경보가 울리면 경비실에서 먼저 알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리고 경보기도 끄고 감지기를 떼어 가시면 어떻게 하느냐,
만약 그러는 와중에 화재라도 나면 어떻게 하느냐.
경 - 내가 임의로 경보를 끈 것이 아니라 위에서 지시로 끈 것이다.
그리고 경보가 울리는데 알람을 꺼야지 계속 안 울릴 것 아니냐.
더불어 감지기를 고치려면 떼어 가야 한다.
어 - 그럼 누가 지시했는지 상관에게 연락을 하게 해달라.
아니 알람을 꺼버리면 진짜 화재가 나도 모르지 않느냐,
그렇게 떼어 갔을 때 생기는 사고에 대해서 그럼 아파트가 책임을 질 것이냐.
경 - 그럼 개개인이 직접 사서 다는 수밖에 없다(???)
어 - 아니 그게 말이 되느냐, 다른 것도 아니고 화재 관련은 세대 간에 다 연결이 되어 있다 (이건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이건 아파트에서 관리를 해야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혹시 개인이 사서 달았다가 전체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
경 - 집 안에 있는 건 개인이 관리를 해야 한다.
(아까 하던 말 계속 반복)
어 - 아니 그럼 윗 선이랑 통화를 하게 해달라.
그 후에는 아저씨는 계속 그 소리 하시고 어머니는 어이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 거냐 이런식으로 얘기를 하다가
아저씨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보니까 윗 사람인 것 같더라구요
경 - 아 지금 여기 왔는데 경보기가 울려서 일단 꺼두고 여기 감지기 떼어서 가려는데
떼어 갔다가 문제 생기면 어떻게 하냐고 저한테 신경질을 내신다(실제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 - 아니 이렇게 안전 불감증인 사람들 처음 보네.
윗 사람인 것 같은데 바꿔달라.
경 - (또 한창 궁시렁대더니 바꿔줌)
어 - (위에 있는 얘기를 쭉 함. 하지만 여전히 같은 입장.)
그럼 화재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아파트가 다 보상을 할 것이냐.
난 무슨 일 생기면 아파트 고소할 거다.
그러다가 어영부영 월요일(주말엔 다들 쉬어서 안된다고 하더라구요)에 사람 보내겠다고 하고 갔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 두 분 다 일을 하셔서 평일에 힘들 것 같다고 해도 막무가내...
그리고 그렇게 월요일이 됐는데 아무도 안 오더라구요.
그러다 어머니께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오늘 관리 사무소장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래서 저번에 화재 경보기 때문에 전화를 했다, 뭐 이런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관리 소장이 아무것도 모르더라구요??
저희는 너무 황당했습니다. 그렇게 말을 했는데 위에는 전달 조차 안 된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는 또 자초지종을 설명하시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전달조차 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다,
교체할 일이 생겨 감지기 값을 받더라도 아파트에서 같은 모델을 사서 일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돈을 내는 게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안전 문제인데 왜 아파트 측에서 이걸 해주지 않는 거냐.
하고 말씀하셨는데도 불구하고 곤란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거기다가 경보기는 아직도 꺼져있더군요. 토요일부터 5일 동안....
지금 공사 중이라고...
결국 이렇게도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어머니께서 소방서에 전화를 거셨습니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다 설명을 하니 문의를 하고 전화 드리겠다고 하기에 알겠다고 했는데
한참 전화가 안 오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다시 전화를 걸어 담당 소방관 전화번호를 받으시고 전화를 거니 뭐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알아보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강력하게 좀 얘기해달라. 이건 안전 불감증이 너무 심하다, 뭐 이런식으로 얘기하셨습니다.
한참 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관리 사무소에 얘기는 했다고 합니다.
근데 소방서에서는 강제성이 없다고 하더라구요(도대체 이건 뭔지...)
주민과 관리 사무소 사이의 일에 끼어들 수가 없답니다.
저희는 또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러면서 오늘이나 내일 안에 교체하러 갈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상위 기관에 얘기해야 하는 거냐, 그랬더니 상위 기관에 얘기해봤자 소용이 없대요.
규제할 방안이 없다고.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경보가 울리면 오히려 관리를 잘 하는 편이라고 그러더라구요.
어떤 아파트는 아예 경보기를 꺼놓아서 불이 나도 울리질 않게 해놓는다고.
그리고 공사 중이라고 하면 꺼놓아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답니다.
그렇게 아무 소득 없이 얘기를 마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 분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라구요
감지기 달러 왔다고.
그렇게 감지기를 달고 감지기 값을 내고 나니 아저씨께서 그러시더라구요(이쪽 분은 그래도 말이 통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교체 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러시는 거 이해한다. 뭐 이런식으로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난 비용 때문에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내가 누누히 얘기한 게 주민들에게 돈을 받아도 상관이 없으니 아파트에서 총괄을 해야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얘기를 하셨더니
아, 그러셨냐고. 자신은 몰랐다고 죄송하다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러시면서 하는 말씀이 감지기 오작동이 빈번하게 일어나서
얼마 전에 한 번에 다 교체하면 비용이 많이 드니 순차적으로 교체하라고 지시가 내려졌다네요...
참...
근데 찾아보니 이런 일이 흔한 것 같더라구요
얼마 전에는 오작동 때문에 경보를 꺼놔서 화재 때문에 80대 독거 노인이 숨진 사례도 있었고...
여러가지가 멘붕입니다.
여러분들도 혹시 아파트 경보기 꺼져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세요.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멘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