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누구나 부끄러운 일을 겪을 것이다.
그 부끄러움 경험의 종류는 다양하지만,소위 말하는 '쪽팔린'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억이 더 짙어지며,
자려고 누우면 이불속에서 발차기를 한다고 말하듯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 성질의 것이다.
그런 기억중에서도 단연 독보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종류는 바로 '생리적 현상'에 의한 쪽팔림이다.
어릴 때 나는 어른이 돼서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농담섞인 말을 들으면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이를 낳아봐야 부모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어느 덧 나는 어른이 됐고, 절제할 수 없는 배출을 경험하고서야 비로소 어린시절 항상 의문으로 남았던
'성인이 돼서도 똥오줌을 가리지 못한다는 것이 가능하다'라는 명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이해심은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 슬슬 시작됐다.
그때 나는 흔히들 그렇듯 이성에게 관심이 매우 많을 때였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목넘김에 격렬히 운동하는 남성의 목젖을 볼때면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두눋근두근거렸었다.
크..남자의 향기란. 후훗.
우리집은 남고앞이어서 하교길에는 늘 버스로 삼십분이나 떨어진 우리학교에서 부터 꽃단장을 하고 갔었다.
사실 꽃단장이라봤자, 교복 치마를 한단정도 접고, 머리를 풀어헤치며 후줄근한 가방을 간지가방안에 구겨넣는 일 정도였다.
그날도 그랬다.
머리를 미친여자처럼 풀어헤치며(그당시 내 눈엔 전지현..)
교복 치마를 짧게올려 하체비만임을 인근 학교 학생들에게 광고하며(그당시 내 눈엔 1억짜리 다리보험들까 고민...)
후줄근한 가방을 짝퉁명품가방안에 밀어넣고(그당시 내 눈엔 스트릿패션섭외 1순위 간지녀...)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당도했다.
집으로 가는 10분.
그 길에 남고생들이 우루루 쏟아져나온다.
멀리서 교복을 입은 목젖있는 아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난 최대한 멋진워킹으로 걸었다.(지금 생각해보면 똥마린 개.....)
드디어 남학생들과 나의 거리가 좁혀졌고
난 더욱 긴장하며 샤방샤방페이스 2번 표정(^-^)을 유지하며 걸었다.
하지만 난 한번에 두가지 일은 못하는 생물이므로
얼굴 표정에 신경을 너무 쓴 나머지
하체에 힘주어 모델워킹 걷던 자세가 흐트러진 것이다.
그리고 그때 터져나오는 전쟁의 서막.
푸어퐁홍푸웊ㅇ호웊웊
그리고 연이어 들리는 뱃고동 소리
뿌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마무리로 풍선 바람빠지는 소리까지
푸슈슉..
이 모든것은 마법처럼 1초만에 벌어졌다.(그 순간만큼은 나도 이은결)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한 박자 뒤늦게 흘러나오는 썩은계란3일 아랫목에 묵힌 그 냄새란.........
으아거ㅑ아아아ㅏㅏ아ㅏ아ㅏㄱ악
남학생들은 저마다 큰소리로
아오!!!!!!!!! 똥차왔냐!!
아썩어!!!!
얼굴만큼...?
아오 진짜!!! 7더하기 11이 뭔지 아는사람!!
시팔!!!!!!!!!!!!!!!!!!!!!!
이란 대화를 하며 서로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하기 바빴다.
공감대형성이란 그 또래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무리의 형성에 큰 요소로 작용한다.
난 그날 평생친구들을 만들어줬지.
난 평화주의자니까.
그때부터내 장래희망은 월드피스(영어 스펠링 틀릴까봐 못적음. 자신감 결여..)로
가끔가다 이러한 돌발행동으로 여러사람들의 공감대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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