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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325028
    작성자 : 나루Ω
    추천 : 1
    조회수 : 320
    IP : 61.81.***.4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2/04/30 22:00:59
    http://todayhumor.com/?gomin_325028 모바일
    나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자입니다.
    저는 대학생입니다.
    저는 제 할일을 열심히 하고 살았습니다.
    저는 나중에 사회 나가서 열심히 살고, 열심히 돈을 벌겁니다.
    아마,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평균만큼은 벌겁니다.

    저는 사정이 비슷한 사람끼리, 사회적 관계가 비슷한 사람끼리는
    더치페이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남자친구와는 더치페이를 합니다.
    선배나 윗사람에게는 얻어먹지만,
    그게 예의일때도 있고, 맨손으로 있기 민망할 때는 디저트로 보답합니다.

    저희 집안이 잘살지는 않습니다.
    부모님 대에서는 어려웠지만,
    형제들은 다들 자기 위치에서 잘 하고 있어서 미래 전망이 어두운 건 아닙니다.

    결혼을 할때, 당연히 모든 것은 5:5로 부담하고 싶습니다.
    집을 누가하고 혼수를 누가 하고가 아니라,
    신랑과 저, 단둘이 모은 돈을 공동 명의의 통장에 넣고
    그 돈만으로 집을 같이 보러 다니고, 가구를 같이 보러다니고 싶습니다.
    양가 어른들이 보태주시고 싶어하시면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 집은 별로 보탤 것이 많지 않아 되도록이면 신랑과 단둘이서 모은 돈으로
    둘만의 가정을 꾸리고 싶습니다.

    저는 큰 집이 필요 없습니다.
    원룸에서 시작해도 좋으니, 있을 거 있고 깨끗하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은 학교 주변 원룸에서 자취하는데, 화장실에 부엌도 있고 그저 너무 좋습니다.
    어떤 분들은 반지하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원룸이면 배가 부르다 하겠지만,
    자식들이 제 돈으로 결혼한다고 하는데 산다는 집이 반지하면 부모님들 마음이 편치 않겠죠.
    더 보태시려고 할거구요. 
    그러니 저는 제 돈으로 볕드는 데에서 살 수 있을만큼 모을 겁니다.


    근데 저는 무섭습니다.

    저는 남녀간의 차별이나 구별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같은 책임을 지고 같은 권리를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남자들만큼 벌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무거운 것 옮기고 궂은 일 할때도 몸 사리지 않았고,
    그렇다고 여성적인 일을 못한다고 빼지도 않았습니다.
    신체적으로 서로 잘하는 것이 다르기는 하기에,
    저는 제가 할수 있는 선에서 하고 무리하는 범위에서는 남자들에게 부탁한 것은 있었지요.

    하지만 그것은
    남자들이 책을 옮길 때 저도 책을 옮기고
    남자들이 의자를 옮길 때 저도 의자를 옮기고
    남자들이 냉장고를 옮길 때 저는 청소를 하는 그런 정도였습니다.
    괜히 제가 한다고 나서면 방해만 되는, 서로 잘할 수 있는 선이 있잖아요.

    그렇게 최대한 맞춰 살아왔습니다.
    저는 결혼할 때도 똑같이 하고싶습니다.

    저도 똑같이 결혼하는 데에 비용을 지불하고,
    저도 똑같이 돈 벌어오고,
    저도 똑같이 집안일을 할 겁니다.

    그리고
    저도 명절이면 부모님과 함께 하고 싶고
    일년에 번갈아서, 혹은 순서를 바꿔가며 동등하게 명절을 지내고 싶습니다.
    남편도 명절이면 같이 집안일을 했으면 좋겠고,
    시부모님은 그런 것을 좋게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는데
    그게 그렇게 잘 될까요.

    피해 망상이 있는지,
    시'댁'이라는 말과 처갓'집'이라는 말도 거슬리고,
    '시'자가 높을 시자인 것도,

    시댁- 높은 댁- 식구들은 다 
    남편의 어린 남동생에게도 서방님, 어린 여동생에게도 아가씨, 존댓말 투성인데
    처가- 아내 집- 식구들은 다
    처제, 처형, 장모, 장인...





    남자친구가 있고
    그를 사랑하며
    그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충분히 깨어있고
    집안일을 싫어하지 않는 너무나 다정하고 바람직한 남자이지만

    결혼은 둘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일이기도 하다는 말이 있듯,
    결국은 결혼이라는 자체가 너무 무섭습니다.

    웃어른들에게 항상 가정교육 잘 받았다는 등의 칭찬과 예쁨만 받았고
    시부모님과 시댁 가족분들도 모두 내 가족처럼 잘 모시고 잘 지낼 자신 있는데
    인터넷에 올라오는 고부간의 갈등 글...
    많은 사람들의 인식...

    가끔은 너무도 막연하고 무서워서
    괜시리 겁먹습니다.

    결혼해서 남편이랑 둘이 다른 나라로 가서 지내면 된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저에겐 그게 유일한 답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저는 피해망상이 있는가봅니다.
    잘 할 자신 있어도 결국은 너무 무섭네요...


    때되면 다들 하는대로 잘 결혼하고 살겠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오히려 그때 휩쓸려서 결혼해버리고
    지금 무서워하는 일들이 벌어질까봐 무섭습니다.
    가끔 어머니 드라마 보시는데 어깨 너머로 보면
    매번 고부간의 갈등이 주가 되는 장면을 보며 몸서리칩니다.

    참... 저는 왜 이럴까요.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2/04/30 22:20:10  110.70.***.10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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