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 갑자기 꿈을 꾸게 되는데 제가 퇴마사였습니다.
아... 물론 제가 퇴마사로 접속해서 던파를 하는 꿈이 아니라
제가 퇴마사가 된 겁니다. 하다 못해 던전 조차 3D였음.
꿈 속의 나는 왠지 모르게 마초의 냄새가 심하게 났어요. (꾸릉내 아님. 남자다운 기상을 뜻함.)
아무튼 꿈의 시작은 대략 이렇습니다.
제가 다행히도 파티를 맺은 후 던전에서 크게 활약하(였다고 장담은 못하지만...)고 나서
꿈 속의 나는 정말로 내가 던전에서 큰 활약을 하였(다고는 절대로 장담은 못 하겠지만...)다고 생각하며
2주간의 변비 끝에 찾아온 환희의 순간처럼 정말 기분이 좋아진 꿈 속의 나는
"오늘 기분이 정말 좋으니까 내가 쏠게. 가자!"라며 힘차게 말하고는
파티원이였던 거너 2명과 귀검사 한 명을 데리고 무려 GS 25로 갑니다.
GS 25을 보자마자 실망한 파티원들을 비집고 편의점에 들어가자 마자 갑자기 제가 튀어나가선 컵라면 코너에 있는 육개장을 빠르게 집습니다.
그러고는 제가 파티원들에게 갑자기 오직 하나만 살 수 있다고 말하고 나서, '그 하나가 무조건 컵라면이였으면 좋겠구나'하는 무언의 눈빛을 계속 보내자
그나마 한 개 밖에 못 고를 거, 파티원들은 결국 공화춘 짬뽕과 왕뚜껑 2개를 사게 되었습니다.
좁은 편의점 탁자에 3명의 거인과 1명의 난쟁이가 앉아 라면을 먹습니다.
기분이 정말 좋은 꿈 속의 나는 가장 빨리 먹은 후에 치우면서
"라면은 역시 정말 맛있는 것 같아~"
라며 눈치를 공참타 때리는 소리를 하더군요.
꿈 속의 나는 라면 다 먹었다고, 민폐에 가까운 거대한 덩치로 편의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똥 씹은 표정으로 라면을 다 먹은 파티원들은 꿈 속의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궁시렁대고 있었습니다.
꿈 속의 나는 '왜 이렇게 늦게 나오지?'라고 생각하고는 편의점에 다시 들어가 그들에게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려는 순간
그들의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아... 이 거지색히 퇴마사 때문에 라면도 얻어 먹고... 정말 맛있는 거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퇴마사스러운 음식을 얻어먹어 보고 우리 출세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까 보스 잡을 때 보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가 흥분해서 콧구멍 벌렁거리면서 난격 쓰는데, 저 스커드 쓰면서 힐끔 보다가 떨어질 뻔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소리를 몰래 들은 꿈 속의 나는 화가 무지무지 나서는
"야!!!!!!!!!!!!!!!!!!!!!!!!!!!!!!!!!!!!!!!!! 이 개!!색!!!히들아!!!!!!!!!!!!!!!!!!!!"
하고 괴성을 지르고는
난데없이 그들이 다 먹은 컵라면 용기를 (그래도 파티원들이 투덜투덜 대면서 배고팠는지 국물까지 다 먹었더군요.)
겹쳐놓고 바닥에 놔둔 후에
저 하늘의 별로 컵라면을 뿌셔버렸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웰컴투동막골 팝콘처럼 그리고 마침 내린 첫 눈이 함박눈인 것처럼, 반짝반짝 부서지는 컵라면 용기가
스르르 내려오고 갑자기 퇴마사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며
가슴의 한과 응어리짐이 느껴지는 눈물 한 방울이 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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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각색 좀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방금 꾼 개꿈은 뭐지?'하고 생각하다가
이 꿈이 생각나서 진짜 간만에 엄청 웃었네요.
근데 나는 퇴마사를 키우지 않는다는게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