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영화나 그런 게 있죠.
읽거나 볼 때 재미있었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고싶은 작품.
그런데 다시 보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작품도 있습니다. 책이 취향에 안맞거나 재미가 없거나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애니메이션에도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재탕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애니와 그렇지 않은 애니 말이죠.
여러분들은 어떤 의견이신지 궁금하네요.
재탕하고 싶은 애니 1 - 캐릭터가 매력적인 애니
캐릭터성이 틀에 박히지 않고 참신할 때,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 애니일 때 애니를 다 보고 나서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고싶은 애니가 됩니다.
월간순정 노자키군은 근래에 보기 드문 캐릭터들이 매력있는 애니였지요. 애니 보고 만화책도 지름...
재탕하고 싶은 애니 2 - 성우의 연기가 쩔어주는 애니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는 제 입덕작입니다. 처음 이 애니를 보고나서 를르슈 성우의 연기에 소름이 끼쳤죠.
그 수많은 중2병 넘치면서도 멋있을 대사들...한 4번은 재탕한 것 같습니다.
이후에 후쿠야마 쥰이 연기한 다른 애니들도 많이 봤지만 를르슈 만큼의 임팩트 있는 역할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재탕하고 싶은 애니 3 - 연출이 화려한 애니
제가 이전부터 건덕후였지만 건담 UC를 보고나서 건담에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건담 SEED로 입문한 저에게는 신세계였죠. 물론 그 전에 더블오도 보긴 봤었지만 이놈은 뭔가 달랐습니다.
1화의 크샤트리아 vs. 제간 편대의 격돌은 모빌슈트 전투신 연출의 정점이라고 극찬받았고, 저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뭐 스토리 전개야 올드팬, 원작팬의 마음에도 들지 않았지만 저는 괜찮았어요. 각본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제 스타일 때문일지도...
결국 건담 UC은 선라이즈의 무시무시한 자본에 힘입어 무시무시한 작화로 흥행에 성공했고, 한창 건담 AGE로 적자를 보고 있을 때도 선라이즈 사장은 '괜찮아 우리에겐 유니콘이 있어'라며 자기위로를 했다고 합니다
위에 말한 조건들은 모두 애니메이션의 각본이 평범 이상은 될 것, 작화붕괴가 눈에 띄지 않을 것, 성우의 연기가 어색하지 않을 것 등을 전제로 하고 들어가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위의 특징이 더욱 부각된 것이죠.
그럼 재탕할 마음이 들지 않는 애니는...
재탕할 마음이 안드는 애니 1 - 스토리 전개가 똥망일 경우
저는 명성이 자자한 길티 크라운을 최근에 봤습니다. 서두르는 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캐릭터의 성격이나 작화, 연출 등은 수준급이어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아쉬워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봤던 엔젤 비츠도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네요.
그런데 이놈은! 용서해줄 수가 음따! 왜 메카물에서는 이렇게 거대한 폭탄이 하나씩 생기는 걸까요. 건담 시뎅이나 건담 AGE나 알드노아 제로나.
전쟁 종결 과정이 11화, 12화 두 화에 걸쳐 미친듯이 마무리되고, 히로인 취급되던 여자는 한 명을 '그냥 아는 사이' 취급하고 한 명은 언급도 안하고 말이죠. 눈까지 희생되었는데. 그녀는 졸지에 X년이 되어버렸습니다. 1쿨의 최종보스였던 자츠바움 백작의 목적이었던 '봉건제 철폐'의 꿈은 저멀리...
재탕할 마음이 안드는 애니 2 - 스토리가 훌륭할 경우
첫 번째 이유랑 완전히 반대되는 것 같아 의아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의 주제는 '좋은 애니, 나쁜 애니'가 아니라 '재탕할 마음이 드는 애니, 안드는 애니'인 것을 염두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꽤 기억력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4년 쯤 전에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이라는 책의 내용도 아직까지 전개 순서가 대충 기억이 나요. 이후에 한 번도 안읽어봤지만 말이죠.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캐릭터도 괜찮고 작화도 좋고 떡밥 회수도 전부 다 하고...명작 애니가 재탕할 마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너무 인상적이어서 기억이 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내용이 아직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다시 봐도 재미가 없는 거죠. 미코링처럼 귀엽거나, 를르슈처럼 간지가 넘치거나, 유니콘 건담처럼 화려하거나 이런 게 좀 부각되면 볼 만한에 이건 그런게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다 좋아서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래도 노래는 아이팟에 넣고 자주 듣고 다녀요 ㅎㅎ
번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