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자 기사입니다. 지금은 지워지고 구글캐시만 남아있죠. 그리고 다음날 7월9일, 자한당 김성태가 이 기사의 논지를 빼다박은 주장을 펼칩니다. 문건유출이 문제다!라고.
KTH는 변하지 않는다? 이건 틀렸습니다. 더 나쁘게 변하고 있거든요.
<세월호 TF 백서(2일), 기무사의 촛불 시민단체 사찰(3일), 기무사 지휘부의 세월호 관련 회의록(3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5일)입니다. 꽁꽁 숨겨놓기 마련인 정보기관의 문건들이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공개된 건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문건들이 공개되는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국방부의 사이버댓글 조사 TF가 기무사의 서버를 압수해서 여러 가지 문건들을 뽑아낸 뒤 외부로 유출하는 게 전형적입니다. 수사자료 유출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묘하게도 아직까지 별 탈이 없습니다.
기무사가 자진 제출한 문건을 국방부가 깔고 앉았다가 때가 왔다고 판단하자 턱하고 내놨습니다. 사이버댓글 조사 TF가 입수한 기무사의 한 문건도 아직 설 익었지만 적절한 시점이라고 여겼는지 성급하게 공개했습니다.
이런 문건들을 내놓는 사람들 소속에 따라 공개 목적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문건들에는 똑같은 꼬리표가 달렸습니다. ‘기무사 해체 여론 조성’입니다. 왜 갑자기 기무사 해체일까요? 열흘 뒤면 기무사 개혁안이 나옵니다. 이를 앞두고 기무사 내부 문건들이 인위적으로 공개되는 모양새입니다. 기무사 해체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이뤄지는 문건 공개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 석 달 묵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은 지난 4월 초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직접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보고하고 제출했습니다. “촛불 위수령 검토 논란이 있는데 사실 기무사도 작년에 유사 문건을 작성했다”고 전 정부 기무사의 행위를 ‘자수’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자진 제출이 석 달 전 일이니 그동안 송영무 장관과 그의 참모들은 당연히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법률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작성 동기와 목적은 무엇인지, 위법성은 있는지를 살펴봤을텐데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습니다. 장관의 한 측근은 “기무사 계엄 문건은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 중 어느 쪽이든 헌재 결정 이후 대규모 폭력 시위로 변질되고 경찰이 시위대에 뚫렸을 때를 상정한 비상조치 방안”이라며 “정서적으로는 불편하지만 법과 절차상으로는 시비걸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묻힐 문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무사 개혁 시계가 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이달 셋째 주가 되면 기무사 개혁 TF가 활동을 끝내고 기무사 개혁 방안을 발표합니다. 송영무 장관이 원하는 기무사 해체에 가까운 개혁안을 끌어내기 위해 개혁 TF를 압박할 기무사 해체 여론을 일으켜야 했나 봅니다. 이런 맥락에서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은 며칠 전 국방부 장관실에서 한 여당 의원에게로 전달됐습니다. 국방부의 의도대로 그 의원은 지난 5일 문건을 공개했고 기무사 해체 여론은 비등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국방부는 ‘기무사 세월호 TF 문건의 발견’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기무사가 세월호 TF를 꾸렸고 백서를 작성했는데 세월호 가족 사찰이 의심된다는 내용입니다. 국방부 발표는 어색했습니다. 기무사가 세월호 가족들을 사찰했는지 명명백백 조사한 뒤 발표해야 하는데, 조사는 하지도 않고 백서를 발견했다고 무언가에 쫓기듯 발표부터 한 겁니다.
국방부가 공개하지 않은 기무사 백서의 항목 중에는 부대원들에게 내린 민간인 접촉 금지령, 정보 수집 금지령 등 민간인 사찰을 차단하는 조치들도 있었습니다. 기무사 관계자들은 “사찰을 한 게 아니라 범정부대책위에서 타 정부 기관들로부터 들은 정보들로 백서를 채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턱대고 기무사 세월호 사찰의 증거라고 단정할 문건이 아니었는데 ‘기무사 몰이’에 촌각을 다투는 국방부는 발표를 했습니다.
말하자면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세월호 백서는 기무사 폐지 여론 조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동원된 수단들입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두 문건의 어색한 공개를 두고 “기무사를 좋은 방첩부대로 만들기 위한 곁가지 같은 일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문건 내용들을 실정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면서도 “이런 과정을 통해 기무사는 좋은 방첩부대로 새로 태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군 검찰은 회전문…압수하면 유출
국방부 사이버댓글 조사 TF는 사이버사령부와 기무사의 댓글을 수사하고 지난 2일 해산했습니다. 사이버댓글 TF의 주력은 국방부 검찰단이었습니다. 이들은 기무사의 서버를 통째로 압수해서 그 안에 꽁꽁 숨겨졌던 기무사의 문건들을 양껏 출력하고 열람했습니다.
이 가운데 불법 댓글 활동과는 무관할 뿐 아니라 수사를 하기에도 좀 모자란, 하지만 휘발성 강한 문건들은 따로 추려져 여당으로, 언론사로 유출돼 왔습니다. 유출은 국방부 검찰단의 한 현역 장교와 국방부 핵심부서 소속의 한 민간인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자료들이 조직적으로 빼돌려지고 있지만 ‘큰뜻’이 내포된 일인지라 국방부는 불법을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압수 문건 관리 책임자는 오히려 승승장구입니다.
지난 3일 공개된 기무사의 촛불집회 당시 시민단체 사찰 보고서가 대표적입니다.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모처에 모여 세운 촛불 투쟁 계획을 기무사가 입수해 정리한 보고서입니다. 기무사의 이 보고서에는 지금 알려지면 안되는 심각한 내용들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유출 및 공개를 해서 기무사 해체 여론을 조성했습니다.
같은 날 모 매체에 보도된 기무사 지휘부의 세월호 회의록도 압수된 수사자료입니다. 국방부는 수사자료인 이 회의록을 통째로 유출했습니다. 회의록 중 기무사령관의 발언과 함께, 부대원들의 활동도 두루 파악해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회의록입니다. 어쨌든 조사도 않고 수사자료를 유출하는 위험을 감수했지만 기무사 해체 여론을 일으키는 데 일조를 했습니다.
국방부를 출입하는 기자들도 1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하는 기무사의 내부 문건들을 1주일 새 4건이나 봤습니다. 기무사 개혁 TF는 오는 19일쯤 최종 개혁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러 경로로 쏟아져 나온 문건들로 조성된 기무사 해체 여론이 개혁 TF의 결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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