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의장대 나왔음.
의장대 군기 아실거임. 뭐 다른 부대도 마찬가지겠지만요.ㅋ
장정때까지 나는 의장대가 뭔지도 몰랐음. 의사같은건줄 알았음 간호병사 이런거..
의장대 선발은 의장대 간부가 직접 와서 뽑아가는 형식이었는데
강제면접때 나는 두려움에 의장대 하기싫다고 말했지만 결국 의장대에 선발됨. (촌놈같다고..) 촌놈맞음..
암튼 전입을 가니까 워매.. 무슨 182 이상 195미만의 인상궂은 얼굴까만 덩치들이 잔뜩 널린거임. (당시 182이상들만 선발함)
본인은 182에 70킬로였음. 남들이볼땐 무서울진 몰라도, 겁쟁이었음.
전입 신병왔다고 4개 소대에서 모든 선임들이 관심갖고 나와 내 동기를 둘러싸는데 진짜 그 공포는 잊을 수 없음.
진짜 좀 과장이지만 프리즌브레이크 감옥들어간 느낌? 진심..(다른 부대같으면 선임중 한두명만이 험상궂고한데, 여기는 몇명빼곤 다..)
둘러싼 선임들의 첫질문은 '선임이 때리면 어떻게할거냐'였음. 질문도 남달랐네..
일반적인 답변은 '맞겠습니다'였음. 내 동기역시 그렇게 대답함.
근데 순간 나는 개그본능이 있어서 뭔가 달라보여야겠다 싶어서 말함. '신고할겁니다'
정적이 흐름..
내딴엔 선임들이 개그라고 '아 이색기 웃기네' 할줄알았음..
사회가 아니었음.
곧 몇십명의 선임들의 '와 이색기 신고한대' '돌았네' 이런소리가 내 귓가에 박히기 시작했음.
뭔가 의도치 않은 상황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옴. 꼬인걸 스스로 체득해서 알게됨. 변명할 여유도 없이 그렇게 난 중대의 신고할겁니다가 됨.
소대에 배치되고도, 난 그 실수로 인해 고참들의 편견에 휩싸이게 됨.
그렇게 나는 마이너스로부터 시작한 이등병이기에 다른 동기들과 달라야했음.
항상 빠르고 열심히어야했음.
당시 중대에는 스피커 시설이 잘 안되어있어서 전달사항이 있을때 행정반앞에서 행정병이 '전달!'하고 소리쳤음. 그 소리를 들은 이등병들은 전광석화로 달려나가 '충성! x소대x생활관 전달준비끝!!!!!!!!!!!'을 외쳐야 했음.
전달. 그 하나로 이등병들 개인의 군기를 가늠할 수 있었음.
또한 행정병 임의로 선착순 소대에 혜택(부식, 작업)을 부과해줬기에 전달은 이등병들에게 매우 중요하였음.
나는 달리기가 빠른편이라 전달만큼은 높은 선착률을 기록하며 이미지를 회복하고 있었음.
또한 내가 입대할 때에는 엄청난 폭설이 온 해이기에 시도때도 없이 자다가도 눈쓸러 나가야 했음. 그러나 그것은 기회였음. 나의 폭발적인 눈쓸기로 고참들의 나에 대한 인식은 폐급병사에서 A급병사로 바뀌고 있었음.
그러던 어느날
유난히 전달이 많았던 날
나는 역시 중대를 뛰어다니고 있었음.
나는 점점 기계화 되어가고 있었음. 전달기계
수많은 전달에 익숙해진 나는 곧 지루해졌었음. 사건의 원인임.
그 느낌을 받고 있을때 갑자기 전달이 터짐. '전달~!!'
역시 난 엄청난 속도로 생활관을 나섰고 행정반을 향해 달렸음.
그날엔 훈련이 있어서 복도에 장비들이 벽한면 옆에 일렬로 놓여 있었는데
달리던 도중 순간, '저 장비(훈련물품박스)를 뛰어넘고 싶다!!' 생각이 나를 자극했음.
달리기에 재미를 가한것임..!!
훈련물품박스는 내가 전속력으로 달려서 점프하면 넘을수는 있겠다고 생각되는 크기였음.
나는 100m 체력측정을 할때의 속도(13초)로 훈련물품박스를 향해 달렸음.
그렇게 전속력 도움닫기로 점프를 하였고..
내 눈앞에 펼쳐진건 중대 왕고의 모습이었음.
넘는도중 물품 바로옆에 위치한 생활관에서 성격 안좋기로 명성이 자자한 왕고가 나오고있었음. 왕고지만 여전한 공포대상.(대부분의 선임들이 공포였지만 그중에서도.. 베오베)
'헉' 소리가 입밖으로 나오기도 전,
왕고는 나의 플라잉니킥을 쳐맞고 날아갔음.
왕고는 족히 2미터는 날아가서 엎어졌음. 나역시도 떡대를 날린 반작용으로 엎어짐.
주변의 모든 시선이 나와 그 왕고에게 집중됨.
왕고의 당황->아픔->분노의 표정이 눈에 들어옴.
왕고와 눈이 마주치던 그 찰나, 왕고의 자존심손상이 나에게도 느껴졌을때.. 전입시 고참들의 첫 대면 공포 두배이상을 느낌. 얼어붙었음.
왕고의 회복기간 30초 후..
나는 조용히 그 왕고와 다른 몇 왕고참들과 함께 조용히 음침한 생활관으로 들어가게됨.
시작은 귀빵맹이었음.
내 군생활의 첫 눈물이 눈에 맺힐랑 말랑하였음.
흐르진 않았지만 그 눈물은 아픔의 눈물이 아니었음. 그동안의 만회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것같은 두려움에 대한 눈물이었음.
다행히 그 일은 그날의 아픔만으로 끝나게 됨.
실수는 실수일뿐이었음.
사실 그정도 선에서 끝난 이유는 따로 있었음. 왕고이기때문이었음.
만약 왕고의 두달전에 이런일이 벌어진거라면 나는 더욱 오랫동안 지속될 끔찍한 경험을 했었을지도 모름.
그렇게 저는 위태롭던 이등병초기를 거쳐 A급의장대원이 됨..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