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구 사는 23살 대학생 남자입니다
12월 달에 전역해서 복학해서 어영부영 학교 다니다가
시험 기간에 하루 시험 없어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저는 쓰레기입니다
학교도 지방 사립 공대 다니느라 매번 등록금으로 부모님도 힘들어하시고
큰누나는 취업 준비생에 작은 누나는 호주 유학 준비 중이라
집에서는 언제나 장학금 장학금 이라고 말씀하고 계시구요
호주 대학 한 학기 등록금이 천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집도 뭐 그렇게 잘 사는 것도 아니고 ..
삼남매 하나 하나 스스로 잘 커야 집에 보탬이 되는데 하아
이번주 시험기간입니다
월 화 둘다 시험 보고 왔구요
취미에도 없던 공대와서 수학이니 물리니 보다가 시험보니까
개판쳤네요
또 절대평가과목들이라 시험치고 나니까 기말고사를 안쳐도 성적표가 눈에 훤히 들어오네요
전역하고 효도해야지 방학동안 공장다니면서 번 돈으로 부모님한테
손 안 벌리고 진짜 악착같이 해야지
장학금 받아서 누나 호주 가는데 조금이라도 부담 덜어드려야지
했는데 안 될 놈은 안 된다고
이때까지 놀던 버릇 어디 안가고 고스란이 술 먹고 뭐 하고
이러느라고 돈은 돈대로 쓰고 어제도 제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돈 없다고
염치없고 어머니한테 용돈이나 받고
오늘 시험없어서 일찍 일어나서 공부나 해야지 하면서 해가 중천에나 떠야 쳐 일어나고
딴애들은 도서관이다 뭐다하는데 이러고 앉아있고
시험 될대로 되라 그러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유 들어와서 낄낄대고 있는데
베오베에서 세뇌님께서 쓰신 버스 기사의 눈물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점심이라서 만두 구워서 신나게 보는데
버스기사 셋째 아들이 722호 천안함이요 라고 전화하는 이야기에서
만두고 뭐고 나발이고 펑펑 울었네요
8년지기 친구가 운명 달리 했을때처럼 펑펑 울었네요
씨발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
아들 세명 바라보고 악착같이 사는 저런 분도 있는데
내가 지금 뭐하는건가
막 제가 더러워졌습니다
이때까지 성적 잘 못 나오면
아 내가 왜 적성 안 맞는 이런거 하면서 왜 이렇게 비관해야 되나
그러면서 달라지는 거 하나 없다 그렇다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고
매번 어떻게든 되겠지 잘못 되기야 하겠나 이따위 자위질이나 하고 있었던 제모습이
너무 쓰레기같았습니다
멈추지 않는 눈물
오히려 울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다 울어버리고 다 쏟아내버리고 해보자 군대 갔다온 놈이 이것밖에 안 되서야 되겠나
그래서 오유에 올라온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심지어 억지 삼류 이야기까지 읽으면서
다 찾아보며 제 안에 응어리 져있던 눈물들
쌓여서 곪을대로 곪아버린 눈물들
다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샤워하면서 또 눈물 펑펑 쏟아내고
새로운 속옷 새로운 옷 갈아입고
이렇게 글 쓰고 있습니다
쓰레기가 뭐 씻어낸다고 아니 쓰레기겠냐마는
그래도 보기라도 좋아야 중고라고 이야기라도 해주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해봤습니다
누구는 말하겠지요
글 읽어보니까 딱 사이즈 나오네 저거 꿈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놈이
말만 저렇게 하면 뭐 떨어지나
맞습니다
아무것도 없고 잘 하는 것 없고 꿈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안 살겁니다
오늘 이시점이 기점이 되서 새로 살아보려고 합니다
꿈도 새로 가지고
예전에는 에이 내가 어떻게 그렇게 잘 될 수 있겠어?
안주하던 삶에서
씨발 이꽉깨물고 한번 해보자 해보고 죽어야지
제 카톡 프로필이 이겁니다
하다가 죽어도 하기 싫어서 죽진 말자
저 이제 하다가 한번 죽어보겠습니다
수명 다해서 늙어 죽을 때까지 뭐라고 하나 해보겠습니다
이제 쓰레기
그냥 버려지는 것 보다 재활용할 수 있도록
아니 아예 버려지지 않는 삶 살 수 있겟죠?
제 스스로를 버리지 않도록 할 수 있겠죠?
쓸데없는 글 읽어주시느라 감사합니다
이걸 누가 읽어주실지는 몰라도 그 한분이 응원해주신다면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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