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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제가 알아보니까 뉴스타파는 좀…인터넷 상에서…진보..언론이라서 인터뷰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해경이 세월호 사고 초기 투입한 공기압축기가 ‘공업용’ 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나는 공기압축기를 설명해 줄 전문가를 찾아 헤맸다. 공기압축기라는 것을 생전 처음 접한 터라 ‘공업용’이 뭔지, ‘호흡용’이 뭔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 ‘공업용’이 투입됐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전문가 조언이 필수적이었다.
수소문 끝에 국내에서 공기압축기로는 가장 유명하다는 한 업체 관계자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뉴스타파와 인터뷰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인 뒤 “우리나라에 호흡용 압축기가 큰 게 많지 않으니까, 큰 세월호에 넣으려다보면 아무래도…이해는 안 되지만 그래도 정부가 결정한 일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라며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거절했다.
정부 납품을 주로 하는 사업자로서 예민한 사안에 대해 말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더 이상의 설득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공기압축기의 정확한 명칭과 성능을 알아오면 조언 정도는 해주겠다고 했다.
또 다른 난관은 바로 해경. 취재에 들어가자 해경은 세월호 현장에 투입한 공기압축기의 이름을 틀리게 알려줬다. ‘XAS445’라고 했다가 ‘덴요180’이라고 하고, 2대라고 했다가 다시 1대라고 말을 바꿨다. 실제 투입된 것으로 최종 확인된 장비는 ‘덴요180’ 단 1대. 언뜻 보기에는 대형 복사기 두 대 정도 되는 크기라, 상당히 많은 양의 공기를 만들어 낼 것 같았다. 또 ‘덴요180’ 임대 업체 사장 말이 “필터를 달면 호흡할 때도 쓸 수 있다”기에 그런 줄로 알았다.
제법 커 보이고 사람이 호흡할 때도 쓸 수 있다니…며칠 간 고생한 취재가 ‘킬’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뷰를 거절했던 그 전문가에게 ‘덴요180’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런데 전문가의 반응이 180도 변했다. 사진을 보자마자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인터뷰 합시다. 이거 1대? 공업용 공기압축기 중에서도 최하위 등급인 데다 크기도 작아요. 사람이 호흡하기에도, 선체를 부양하려고 했다고 해도 맞지 않는 장비인데..이건 진짜 아니에요.
‘호흡용’과 ‘공업용’은 대기 중 공기를 압축한다는 점은 같지만, 압축한 공기를 재배출하는 과정의 ‘필터링 시스템’이 상당히 다르다. ‘호흡용’은 총 9단계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필터를 탑재해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가스를 걸러내지만, ‘공업용’의 필터는 3단계로 수분, 먼지, 기름 등의 성분만 걸러낸다. 또 ‘공업용’에는 압축기 엔진을 가동 시 유독성분이 포함된 공업용 오일이 투입된다.
엔진에서 발생한 유해가스와 오일의 유독물질이 공기에 함께 압축되고, 이것이 필터로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공업용’ 공기압축기가 배출하는 공기는 사람이 호흡하는 데 부적합한 것이다. 그런데도 해경은 “두 압축기는 사실 큰 차이가 없다”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국조특위 야당 간사 김현미 의원도 공기압축기에 ‘호흡용’ 오일이 아닌 ‘공업용’ 오일이 투입됐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하지만 해경이 투입한 장비는 애시당초 ‘호흡용 오일’이 아니라 ‘공업용’ 오일을 넣는 ‘공업용’ 공기압축기였다. 어떤 오일을 넣었느냐를 떠나 처음부터 ‘호흡용’으로는 부적합한 장비를 빌려왔다는 뜻이다.
▲ 호흡용 압축기는 오일이 들어가지 않거나 호흡용 오일을 투입해 압축기를 가동하고 9가지 유해성분을 거르는 흡착식 필터를 장착한다. |
문제는 어떻게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가능했냐는 것이다. 정부가 아예 세월호 실종자들을 구조할 의지가 없었던 탓인지, 호흡용 공기압축기 1대도 제대로 구해오지 못할 정도로 무능했던 탓인지, 아니면 공기주입 작업을 지휘한 민간업체와의 유착관계 탓인지, 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이런 황당한 일이 또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공기주입에 사용된 ‘공업용’ 공기압축기 1대가 사고 해역에 투입되는 데는 무려 사흘이 걸렸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그동안 줄곧 제기돼 왔던 해경-언딘-해양구조협회의 유착관계가 보인다.
시간을 돌려 세월호 침몰 당일인 4월 16일 오후 5시,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공기주입 회의’가 열리던 ‘3009함’으로 되돌아 가보자. 당시 ‘3009함’에는 서해 지방해경청장, 목포해경 서장, 해군 김 모 제독이 있었고, ‘민’의 자격으로 금호수중개발의 박 모 대표가 참여했다.
수많은 수중공사 업체 가운데 금호수중개발 박 대표가 ‘민’의 자격으로 참여하게 됐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해경은 박 대표가 해양구조협회 소속이기 때문에 수난구호법에 따라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양구조협회는 비영리민간단체로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 민간업체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구조작업을 벌일 수 없는 민간업체로 해양구조협회 소속을 참여시켰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금호수중개발은 해양구조협회 목포지부 소속이자 언딘의 협력업체다. 언딘 바지선 리베로호가 도착하기 전까지 언딘의 요청으로 ‘2003금호’ 바지선을 투입해 ‘알박기’ 의혹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바지선 교체로 수색작업은 지연됐고, 리베로호보다 먼저 와있던 현대보령호는 되돌아가야했다. 현재 금호수중개발은 언딘과 함께 리베로호에서 계속적으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금호수중개발은 해양구조협회 소속이라는 명분 하에 독점적으로 정부의 구조작업과 주요 회의에 참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언딘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 언딘의 하청업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해경은 금호수중개발이 해양구조협회 소속이기 때문에 다른 민간단체와 는 다른 전문성과 차별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해경의 신임을 받으며 ‘3009함’에서 ‘공기주입 회의’에 참여했던 금호수중개발 박 모 대표는 자신의 업체는 갖고 있지도 않은 공기압축기를 공수해 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기압축기를 광주와 전주 등에 있는 자신의 거래처만을 대상으로 물색해 빌려오느라 무려 사흘이란 시간을 허비했다.
우여곡절 끝에 투입된 공기압축기는 결국 무용지물이 됐지만, 공기압축기를 공수해 간 금호수중개발은 어찌됐던 정부로부터 수난구호법에 따라 비용을 받는다. 실종자 가족들이 공기주입이란 희망고문을 당하는 사이 이들은 돈을 번 것이다. 이번 구조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은 “대체 공기압축기 1대 공수하는 데 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냐”며 “우리 업체에 전화 한 통만 줬어도 바로 진도로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한편의 쇼에 불과했던 세월호 공기주입의 이면을 리포트로 제작하면서, 김석균 해경청장이 공기주입 소식을 알리던 4월 18일의 영상을 찾아봤다. 당시 진도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둘러 앉아 김석균 해경청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 청장은 엄청난 희소식을 전하는 듯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금방 들어온 소식인데 현 시각부터 공기가 투입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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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바퀴 바람 넣는 걸로 세월호 공기 넣은 꼴”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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