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작전타임
2004.3.17.수요일
딴지 편집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폭탄이 터진 지 이제 3일이 지났다. 광화문 거리의 촛불은 어제도 밝게 빛났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이제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필자는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이다. 근엄한 역사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역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가 터진 이후도 필자 자신의 감정과는 다르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는 시도를 해 왔다. 물론 저 들개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대한 분노는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이후, 우리들의 마음이 자칫 평상심으로, 그리고 누군가의 말처럼 자리에 앉으려는 마음으로 돌아가려는 지금의 시기가 이번 사건의 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감히 무언가 훈수를 두려 한다. 지금은 분노와 함께 전략, 그것도 아주 약삭빠른 전술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선 탄핵이라는 사태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이 일을 저지른 계산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역사상 한국의 총선에서 분기점은 항상 '30%'라는 숫자였다. 2당 구조가 아닌 이상 국회에서 50%를 넘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단지 목표는 30이라는 숫자일 뿐이고 이를 넘으면 정권장악이다. 탄핵 이전의 여론조사에서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대략 29 : 27 정도였다. 그러다 늘 하던대로 대통령의 실수가 나왔고 한나라 또한 늘 하던대로 탄핵이라는 말장난을 시작했다. 문제는 탄핵에 대한 찬성도가 '30%'였다는 점이다. 순간 이들의 머리는 바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탄핵 찬성 = 반노 = 한나라당 지지'라는 외견상 그럴듯해 보이는 수식이 힘을 받으면서 이들은 '국민의 지지'라는 명분을 내걸고 쑈를 벌릴 수 있었다. 여기에는 정치를 외면하고 있는 40% 가까운 부동층이 설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움직일까 하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었다.
민주당의 공식은 한 술 더 뜬다. 그들에게 있어 대통령은 호남의 이탈자이자 부모를 배신한 파렴치범이다. 정책의 잘잘못을 떠나서 호남의 인심은 노무현에 대한 서운함, 그리고 김대중 특수(?)때부터 시작된 수혜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당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그들 머리수준으로는 '반노 = 민주당지지'라는 계산이 선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들의 머리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지지층이 겹칠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예 처음부터 계산 불능 이었다. (자민련은? 신경쓰지 말자. 이미 그들은 신경쓸만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 집단이 아니다)
결국 두 집단의 단순한 계산은 정치적 파국을 불러 왔고 이들이 둔 정치적인 자충수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 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목하 고심중이다. 보수언론은 '자리에 앉을 때'라며 사태에 대한 무관심을 촉구했고 촛불집회의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려 노력중이다. 현재까지만 보면 분명 공은 우리에게 있고 저들은 그 공을 빼앗으려 애쓰고 있다. 이제 우리가 가진 이점을 보다 지혜롭게, 그리고 사악하게 활용해아 한다. 저들에게서 항복 선언을 받을 그 날까지.
첫째, 현재 계속되고 있는 광화문 촛불집회의 성격을 다시금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집회주도단체들은 시위를 4.15총선때까지 끌고 갈 것이라며 이에 대한 지속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미 저들은 촛불집회를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불법 집회'나 '10만이 모여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소규모의 것으로 애써 축소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 아니라 양의 문제가 된다. 그들이 소규모의 것으로 인식할 수 없도록 집회 참가자의 수를 더욱 늘려야 한다. 딴지여. 독려하라. 지금은 수의 싸움에서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줄 시기이다. 단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폭력, 특히 보수단체와의 충돌은 피해야 한다. 분신과 청와대 돌진같은 생쑈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 일이다. 제발 부탁하건데, 보수단체에서 폭력을 휘두르면 그냥 맞아라. 피를 흘려도 좋다. 맞아서 흘린 피는 우리의 승리의 상징이다.
둘째, 낙선운동의 형태를 바꾸어야 한다. 특히 지금 딴지에서 만든 낙선운동 대상자 명단은 선거기간이 되면 선거법 위반으로 발목 잡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낙선운동 대상자 명단을 다시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손을 가한 것이 아닌 신문기사의 형태로, 그것도 가능하다면 조중동에서 나온 기사를 그대로 실어 놓고 퍼 날라라. 그래야만 총선 하루 전까지 명단 전파가 가능하다. 전화, 이멜, 이런 거 감정상해서 장난하는 거지 실제로 아무 쓸모없다. 이름하고 지역구만 실어라. 그럼 충분하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셋째, 열린우리당 관계자에게 전한다. 여기 여러 분들의 말처럼 빠져라. 광화문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말아라. 아니, 가능하다면 다른곳에 모여 '집회에 따른 민생혼란 우려' 정도로 담화문 한 번 읽어 주면 더 좋겠다. 당신들이 할 일은 없다. 여긴 우리가 알아서 한다. 시장이나 눈 온 충청도 가서 그곳 시민들 손 잡고 눈물 한 번 흘려줘라. 역할을 나누자는 얘기다. 미친개 잡는 건 우리가 할테니 칼 갈고 있어라. 일 끝나고 당신들하고 우리 국민들 사이의 셈은 따로 하자.
넷째, 돈이 필요하다. 양초살 돈 말고 적지 않은 돈이 곧 든다. 이미 저쪽은 대규모의 홍보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 홍보에는 홍보, 광고에는 광고로 하면 된다. 단 한겨레나 오마이뉴스 같은 늘 내는 곳에 실을려고 하지 마라. 조중동에 실어라. 미친개라고 멀리할 필요 없다. 우리가 이용하면 그뿐이다. 어떻게 실을 수 있냐고? 걱정마라. 모든 신문의 하단에는 광고가 있다. 우리가 그걸 돈 주고 사면 된다. 보수건 나발이건 간에 어차피 신문도 돈 벌려고 하는 짓이고 그건 걔들도 마찬가지다. 안실어주면? 그럼 더 좋다. 무슨 명분을 대고 조선이 실지 않는지 그걸 국민한테 알리면 된다. 그 자체가 우리에게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미 저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언론의 불공정성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젊은 층을 '생각이 없는 집단'으로 몰아 간다. 잘하는 일이다. 기회는 왔고 우리는 스코어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이제 전반전 5분 지났다. 앞으로 85분의 시간이 남았다. 자만하지 말자. 분명 우리가 실력에서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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