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사장 설치고 다니는 꼴이 참 가관이네요.
전임 코끼리 사장과 김재하 단장 콤비가 재임 중에 팀 성적도 뛰어났었지만, 가장 큰 공로로 인정받는게 바로 프런트와 현장의 독립이었습니다. 만년 강팀이었던 삼성이 최강자 자리에 오르지 못했던 이유는 프런트가 현장에 감놔라 대추놔라 자꾸 엄한 참견질을 했던 영향이 컸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팀 컬러를 조성하고 선수들을 육성해 나가기는 커녕 한해 한해 성적에 연연해 선수 기용을 참견하고 감독들을 몰아세웠으니까요.
야구인 출신인 김응룡 사장과 그를 잘 서포트해 준 김재하 단장의 체제하에서 선동렬 감독은 물론 본인이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프런트의 전폭적인 지지와 감독으로써의 독립된 권한 보장을 등에 업고 삼성이란 팀의 향후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와중에 선수기용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있기는 했었지만 6년여간 포스트시즌 5회진출, 한국시리즈 3회진출, 우승2회에 지키는 야구를 주창하며 강력한 불펜투수들을 길러내고 세대교체까지 훌륭하게 해낸 점은 그를 명장이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호성적이죠. 지난해 삼성의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기록이 깨지는 와중에도 시즌 중반에 5년 추가 장기계약을 안겨준 것은 선동렬 감독의 이러한 실력과 성과를 인정하고, 팀을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플랜 위에 올려놓으려는 계산 하에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계획'을 단 1년만에 뒤엎었다는 것은, 그것도 리그 2위에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해 냈음에도 감독을 (실질적으로) '경질'했다는 것은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 와중에 김 전 사장을 자르고 신임 김인 사장으로 바꿔 앉힌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김응룡사장-김재하단장의 훌륭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룹차원에서의 사장단교체 분위기 때문에 사장을 교체하고, 이제 신임 사장이 들어왔다고 해서 감독까지 교체해버리겠다는 거죠.
삼성 올드팬 중 어떤 분들은 후임 감독이 류중일 코치라는 점을 들어 이번 인사를 환영하기도 하는데요, 저 역시 류중일 코치를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이번 인사는 결코 환영할 수 없는, 삼성팬이라면 환영해서는 안되는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인사의 진짜 의미는, 누구를 자르고 누구를 자리에 앉히고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이 고질병인 '프런트 설레발질'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이며, 장기적 플랜을 다 뒤엎어버리고 다시금 눈앞의 작은 이익에 줏대없이 휘둘리는 과거의 악습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니까요.
오래된 일도 아니고 바로 작년의 일입니다. 한창 세대교체를 진행중인, 그것도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있는 감독에게 5년의 장기계약을 파격적으로 해준 것은 5년동안의 세대교체 과정을 수립하고 지원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그것을 겨우 1년만에, 그것도 야구 외적인 이유를 들어 뒤엎어버리는 프런트가 과연 어떤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요? 류중일 신임 감독이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어떤 팀을 만들어보겠노라 노력한들, 프런트가 그것을 5년 10년의 안목을 가지고 지원해줄 것이란 믿음을 과연 우리에게 줄 수 있을까요?
게다가 신임사장의 첫 한마디가 '올해 삼성을 보니 질때 재미없는 팀이더라, 지더라도 끝까지 끈질긴 팀이 되도록 해라'란 소리였습니다. 얼핏 말은 맞는 말이지만 프런트가 해서는 안될 소리죠. 선수 기용에 관한 권한은 전적으로 현장의 코치진에게 일임해야만 합니다. 제 귀에는 저 소리가 앞으로 사장이 시즌중에 감독에게 이 선수 기용해라 저 선수 빼라 왈가왈부하겠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이대로는 류중일 신임감독이 아니라 우리 만수옹을 모셔오든, 양신이 감독이 되든 전부 허수아비 감독직에 불과하게 됩니다. 이게 우리 올드팬들이 원하는 바는 아니잖아요?
누가 감독이 되고 누가 코치가 되고 이런 문제야 팬들마다 각자 의견이 다 다를수 있겠습니다만, 삼성팬 그 누구도 자기가 좋아하는 감독감이 아무 권한도 없이 야구 야자도 모르는 사장 입맛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며 제대로 된 활약도 못 펼치고 성적은 개판되고 그 책임만 지며 물러나야 하는 '핫바지 감독'직에 앉는 꼴을 원하지는 않을겁니다.
이번 선동렬 감독 해임건은 갓 사장된 김인 신임 사장이 기존 삼성 프런트가 훌륭하게 수립해둔 장기 플랜을 깡그리 무시하고 뒤엎으며 '자기 입맛대로 인사 이동부터 시키고 보는' 횡포에 불과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 윗선(독재적인 삼성그룹의 성격으로 보아할때 아마 배후선에는 '그분'의 입김이 있지 않았나 예상합니다. 이미 사장단 인사 이동때 코끼리 사장 자른게 '그분' 본인의 결정이었을테니 뭐...) 선감독에 대한 호불호나 류중일코치에 대한 호불호 문제가 아니라, 삼성 프런트가 다시 예전의 개막장 프런트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으로 읽어야 할 사안이란 거죠. 삼성 라이온스 야구단 자체의 제대로 된 운영이나 장기적인 플랜따윈 개나 줘버리고 삼성 그룹 내부의 정치적 암투와 구단 사장의 독단적 횡포에 의해 휘청휘청 갈짓자 걸음을 걷던 그 시절로 말이죠.
몇년간 꾸준한 노력으로 2군 팜을 구축하고 세대교체를 이뤄내 이제 좀 패권에 도전해볼려던 찰나에 이게 무슨 병신 짓거리인지... 류중일 코치의 실력이야 확실히 믿고 있지만(그리고 다름아닌 류코치이기에 우리 삼성의 최고 유망주 상수 녀석은 다행히 계속 잘 커주겠지만) 프런트 하는 꼬라지 봐서는 류코치가 감독으로써 제 실력 발휘하는데 어지간히 간섭하고 방해해댈거 같아 보이네요.
부디 류코치 체제 하에서도 라이온스가 성공적으로 커나가기를 기원하지만, 만에 하나 여태까지의 노력이 다 무너지고 성적도 개판이 되고 하는 사태가 난다면 그건 100% 류코치 탓이 아니라 병신 프런트랑 김인 사장이랑 모기업 탓일 겁니다.
그리고 삼성 이 개객끼들아... 니들은 6년동안 우승 2회, 코시 진출 3회나 이뤄낸 명감독을 이따위 식으로 내쫓냐? 전지훈련 계획 짜고 있다가 언론발표 당일날 통보라....미친거 아냐? 과거 막장프런트로의 회귀로도 모자라 레전드에 대한 막장 대우로도 회귀하시려고??
겟돈사기연합(게임 돈내고 사기 연합)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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