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화장실
인간이 사는데 있어서 가장 절실히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 약간의 지식을 동원해 보도록 하자.
머리 아프더라도 참자!
간만에 지식을 동원하고자 하는 필자는 어떠겠는가!-_-;;
매슬로우는 일찍이 인간의 욕구를 5단계화했다.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소속감의 욕구
4단계 존경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
이 순서를 보라.
1단계가 충족되면 2단계가 끌리고,
그 다음 단계가 끌리고,
또 그 다음 단계의 욕구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 매슬로우의 이론이다.
그러므로 이 글 가장 처음에 언급한 인간이 가장 절실하게 해결코자 하는 욕구는?
딩동댕!
그렇다.
바로 생리적 욕구이다.
생리적 욕구야 식욕,수면욕,성욕,배변욕 등 여럿이 있겠지만
그 중 살아가기 위해서 필수적인 식욕,수면욕,배변욕이 최우선일 것이다.
거기서 이번에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배변욕에 관한 내용이다.
아참!
이 글 보면서 뭐 먹고 있는 사람에게...
이 글 보다가 밥맛이 뚝 떨어지고,
갑자기 위에서 무언가가 역류하려는 욕구가 느껴진다면?
내가 책임진다.
그런 일은 결코 없다.-_-
나름대로 깨끗한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검사Kei!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나에게 찾아오라.
궁금증 많은 여러분들을 위해 국내 최고의 맛을 자랑할까 의심이 가는
백화점 식당 식권 무료 증정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다.
단,증거물은 가지고 오라.
훗...-_-v
차비가 더 드려나?
아,서론이 너무 길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어느 날은 갑자기 배에 통증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 통증은?
그렇다.
이 글을 보고있는 여러분이 예상했듯이
이 통증은 바로 응가에 대한 배출 욕구의 발현이다.-_-;;
문제는 일하다가 갑자기 이 아픔이 찾아오게 된다는 데 있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이 예상할 수 없이 페인트 모션에 능한 존재.
응가...
점잖은 말로 대변...
친근한 말로 똥...
귀여운 말로 큰 거.-_-*
여하튼 우리가 일을 하는 곳에서는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어떤 일을 할 지 모르는 고객들이 있기에
우리의 신경은 항상 날카롭게 주변을 응시하고 있다.-_-+
하지만 우린 인간이 아니던가!
아무리 배변을 참는 욕구가 가장 뛰어나다는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우린 인간이기 이전에 살아 숨쉬는 생물이기에...
참고로 참으면 병 된다.-_-
전에 말했던가.
주차 안내 근무는 대략 3개조로 이뤄진다.
그 조는 전출과 후출을 나누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전출은 9시 반까지 출근,8시 반 퇴근,
후출은 11시 반까지 출근,10시 반 퇴근이다.
매주 한 조가 후출을 맡고,두 개 조가 전출을 맡으므로
개인은 3주에 한 번씩은 후출을 맡게 되고,
조전출이라는 2달 이상 경력자들에게 주어지는 추가수당이 있다.
말 그대로 전출보다 일찍 나와서 추가수당을 받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토요일은 토요클럽이라고 해서 전,후출 구별없이 9시까지 출근.
30분 이상 늦게 되면 말뚝이라고 해서 낮시간동안 쉬는 시간없이 근무를 서게 된다.
각자가 서는 장소별로 근무지(포스트)가 정해지는데
대체로 개인당 2구역씩 맡게 된다.
3명이서 2구역을 1시간 근무하고,30분 쉬며 돌아가는 형태이다.
주차도우미(여)는 맞교대라고 해서 1시간 근무,1시간 휴식이다.
좀 불공평한 제도이다.
둘 다 힘든 건 마찬가지인데 누군 더 쉬면서 월급은 더 받으니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주저리주저리 말하자면 더 말해야 하지만
대체로 주차안내원은 1시간 이상 근무서고,
30분씩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문제는 이 근무 시간 동안에 화장실이 급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경력(속칭:짬)이 늘게 되면 잔머리를 굴리게 된다.
물론 주임이라는 감시원들이 존재해 업무를 게을리 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근무구역 이탈은 엄청난 책임이 뒤따르는 행위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고객들은 주차장의 지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주차안내요원이 없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주차장의 길들이 대부분 일방통행로이기 때문이다.
그 곳을 역행하다보면 충분히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근무 중에 배가 아프게 된다면...?
신입 3주차 정도 되었을 때였다.
1층 센터라는 인사하느라 허리아프고,목 아프고,추운 포스트를 서고 있었다.
(전에 언급한 신입생 위주로 돌아가는 포스트가 이 곳이다.)
그런데 근무 시작 후 30분 경에 엄청난 복통이 나를 엄습한 것이었다.
"허억...-_-"
예상치 못한 기습이었기에 나는 배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말을 외치고,
다시 배를 움켜잡고...-_-;;
아마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더라면 정말 안타까워 눈물을 흘렀으리라.
아니면 배꼽 빠지게 웃던가.-_-
아무튼 그러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빽근무(센터근무를 후방에서 돕는 포스트)를 맡은 형이 다가와서 묻는다.
"진성아,갑자기 왜 그래?"
나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어흑...배아파...죽겠어요...윽...-_-;;"
"개나리야.엄살이지!-_-+"
"우씨...이게 엄살로 보여요?이익..."
하필이면 전날 근무지 이탈했다가 동료가 주임에게 걸려
손들고 서있는 형벌을 받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_-!
그래도 이 상태로 남은 30분을 더 하려니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형도 내 창백한 표정을 보더니 빨리 갔다오라며 센터근무를 대신 맡아준다고 하였다.
"하아..."
배를 움켜잡고 화장실로 향하는 나의 모습이란...
목적지에 도달했을 땐 월급 받는 날의 기분을 상회하는 엔돌핀이 나를 만족시켰다.^^
그래도 설마 걸릴까 안절부절...!
아무튼 그날 별 탈 없이 일을 치뤘지만
정말 인생지마 새옹지마라는 말은 죽을 때까지 명언으로 남을 것이다.
"고통 뒤에 행복이 있나니..."
이 말은 S백화점 주차안내로 일하던 강모군의 행복에 겨운 화장실 낙서입니다.
아주머니 미안해요~
그 낙서 제가 한 거에요...
살짝...-_-
10 카트
내가 일하던 S백화점의 할인 매장에는 대형마트가 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C대형마트와 대적하는 대규모 할인마트이다.
평일의 백화점 주차고객 반 이상이 이 대형마트 고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정도로 많은 수가 마트를 이용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나르는 쇼핑카트라는 것이 굉장히 편리하게 이용된다.
(생각 외로 굉장히 무거운 이 카트라는 것을 수거하는 아르바이트도 따로 있다.)
그래서 주차장 곳곳에는 카트 수거 장소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차량이 많은 시간대나 주말에는 돈 많은 고객들이나
미처 수거장소를 찾지 못 한 고객들이 100원을 포기하고,
그냥 카트를 구석에 놓고 가버린다.
그 100원이 그들에겐 별로 소중한 것이 아닐 것이다.
물론 우리 알바생에게도 100원은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근무 서면서 이 카트란 것을 잘만 모으면
하루 평균 5-600원을 벌 수 있다.
적은 날은 2-300원,
많은 날은 1000원 넘게도 벌 수 있다.
집에 이 카트 수거 수당(?)을 모으기 위해
빨간 돼지(애칭:카트 끄는 꿀꿀이)도 살고 있으니 말 다 했지..-_-;;
아무튼 한 달 정도 꾸준히 카트 수거를 하면
대략 2만원 가량의 부수입을 벌 수 있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던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하는 일이기에 그만큼 힘들지만
새로운 일이라는 것은 그만큼 깨달음도 얻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주차안내요원.
카트수거요원이 아닌 것이다.
근무를 서다가 이 카트란 것을 보면 신나서 달려 나가곤 한다.
하지만 이것이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무척 난감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는 한다.
상황을 보자.
차량이 별로 없을 때 멀찌감치 주인 없는 카트가 놓여져 있다.
아...고민된다.
저걸 수거해,말아?
그러다가 수거하러 주변의 눈치를 힐끔힐끔...-_-+
100원 벌자고 이 짓 하는 것도 참 궁상맞지만
퇴근하고 와서 저금통에 동전을 넣을 때의 짜릿함이란
월급 들어온 통장을 보는 것보다 더 만족스럽기 때문에~
아무튼 멀찌감치 있는 카트를 가지러 가서 카트를 잡으려는 순간에!
옆에 고객이 뛰어오더니 카트를 휙 뺏어가는 것이 아닌가!
"......"
가난한 알바생이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그러는데 정말 무심한 사람...ㅠ.ㅠ
그 외에도 많다.
카트를 끌고 오다가 카트수거요원이 나를 물끄러미 응시할 때.-_-;;;
그래.나 푼돈 벌자고 너네 카트 좀 수거했다!
대신 니들은 우리보다 월급도 많으면서 카트 부수입도 많잖니!
또 카트를 끌고 오다가 주임이나 동료들과 시선이 마주쳤을 때.
"헉..."
애써 외면하고,재빨리 수거하는 곳에 가져다 놓는다.
이 정도는 약과이다.
카트가 있길래 '아싸,신나라!' 가서 카트를 가져다 놓고,
동전을 꺼내려고 고리를 끼우는 순간!
(카트는 고리를 끼우면 동전이 나오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10초간의 침묵...
젠장...-_-
누군가가 돈만 꺼내놓고,안 꺼낸 것처럼 위장시켜 놓았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카트는 그렇게 복잡한 동전투입 구조가 아니라서
간단한 와이퍼심 조작만 있으면 쉽게 동전을 꺼내고,
다시 동전 투입구를 집어 넣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단지 동전이 들어가는 카트에 복잡한 구조의 자물쇠가 달릴 리 없지 않은가.
그런데 간혹 가다가 이를 악용하는 인간들이 있다.
거기에 당하는 나.-_-;;
이게 정녕 인과응보란 말인가!
열심히 저축 좀 해보겠다는데 나의 앞길을 가로막다니.
후에 나도 어떻게 와이퍼심을 구해서 몇 번 써먹고는 했다.-_-
속으로 다른 녀석들 이거 가져다가 꽂아놓고 느낄 공허함을 상상하면서...
이런 내가 사악한가?
그렇다.
난 사악하기 그지없는 인간이다.
...라고 말하면 섭하죠!
헹~-_-;;
단지 눈 앞의 동전에 눈이 먼 가여운 인간이라고 생각해 주세용~
"마이 프레셔스~"
헐...
골룸 떠올리면 낭패!!
아무튼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가도 동전 하나에 울고 웃기도 하는
아르바이트란 진귀한 경험이다.
일하기 전에는 돈처럼 안 보이던 것이
일하면서는 하찮은 동전 하나도 이처럼 소중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개장 시간 전의 공룡,너구리 주차장의 모습입니다.^^
(둘리,오소리로 착각하면 낭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