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담낭암으로 아픈, 2 꼬마 아들을 둔 아주머니 에피소드에서, 쓰레기가 그 두아이를 "강아지"라고 부릅니다. 쓰레기는 빙그레도 "강아지"라고 부르죠. 빙그레는 쓰레기에게 안쓰러운 후배/동생일 뿐이지용.
2. 빙그레가 쓰레기에게 가진 감정도 로맨틱한 감정이라기 보다는, 방황하고 있는 빙그레에게 뭔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어보이는 똑똑한 선배를 우러러보는 감정이죠. 빙그레에게 이제껏 male role model은 화만 내고 윽박만 지르며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타인에게 마음이 닫혀있는 자신의 아버지뿐이였는데, 서울에 와서 만난 같은 과 선배 쓰레기는 똑똑하면서도 자상한 사람이죠. 남들에게 관심도 있고. 여러분도 이성애자이면서도 멋진 동성에게 동경을 가진 적이 있지 않나요. 그런 감정이죠.
3. 칠봉이 같은 경우, 인물 설정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이고 (최고 투수) 키 크고 인물도 좋고 부모님이 이혼하셨으나 강남 살고 어머니는 잘 나가는 교수시고. 남자 인물을 멋있게 만들어 줄 cliche는 거의 다 몰려 있죠. 게다가 이제껏 자신의 분야 (야구)에만 관심이 있다가 한 여자에게 빠져버리는 순정남같은 느낌 (근데 20살이면 뭐...다들 순정남/순정여이기도 해요).
그런데 칠봉이의 행동 패턴을 보면 아직은 자신 위주죠. 나정이를 좋아하니까 나정이가 보고 싶어서 삼천포네 집에도 가고, 훈련가서 나정이에게 전화도 자주 걸고, 나정이 아르바이트 하는 햄버거도 주문하고.
그것이 잘 못 되었다는 게 아니라 (보기에 이쁘고 풋풋하죠. 나정이 부럽고..하아)
자기가 나정이를 좋아하니까 뽀뽀도 막 하고 (근데 이 부분은 칠봉이의 캐릭터가 멋지게 설정이 되어서 멋져 보이는 것이지, 사실 자신이 좋아한다고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뽀뽀를 하는 것은, -- 칠봉이 팬들 죄송 -- 아니지 싶구먼. 자기 위주인 듯 해요, 역시나)
4. 쓰레기와 비교해 볼때 쓰레기는 나정이 위주에요. 우산도 자신은 젖고 나정이만 가리게 쓰고, 나정이가 편하게 새벽에 밥도 하고, 나정이가 좋아하는 간식이랑 책, 행동 하나하나가 나정이데 대한 마음이 깊죠. 단지 좋아한다, 라는 마음 이상으로, 자기냐 윤진이냐, 고 묻는 나정에게 농담처럼 "오빠에게 나정이밖에 없다" 고 하는 말이 진심일 거에요. 쓰레기에게 나정이가 아직 확실히 이성/여성으로 인식이 안 되어서 그렇지 나정이만큼 쓰레기 마음 속에 자리할 여자 사람은 없는 거겠죠. 이 것은 여자친구에게는 무심해서 차인 쓰레기가 얼마나 섬세하게 나정이의 기분을 살피는지가 보여주고 있지요.
결정적으로 쓰레기와 나정이 theme song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인데, 그 내용이 '나도 너를 좋아하지만 아직은 너에게 내 맘을 얘기하기가 두럽다'란 내용이죠. 여러분이 25이고 지금 막 대학 입학한 20살 짜리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하면, 마냥 신나서 그래 우리 당장 사귀자..그러실까요. 대부분은 "아 얘가 지금 막 대학에 들어와서 멋모르고 (별 것 아닌) 나에게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아이에게 나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주고, 이 아이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볼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그래도 아직도 내가 좋다면....)" 이러실 거잖아요.
쓰레기가 그런 마음이겠죠. 나정이가 자신에게 가지는 마음 자체가, 너무 소중한 아이라, 조심스럽고, 이 마음이 혹여 오랫동안 알고 지낸 자신에 대한 친근함을 스스로 오해하는 것은 아닌지, 예쁜 화초 가꾸는 마음 같겠죠.
자신의 마음도 잘 살펴보아야 하고요. 쓰레기는 자신이 나정이를 아직은 '어린애'라고 생각한다고 믿고 있죠. 그런데 조금씩 나정이가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미팅나온 여학생들 (여자들)과 나정이 (어린아이)가 동갑이라던가)
5. 같이 살아서 남매같은 사이에 저러는 건 근친이라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 같이 산 기간은 나정이가 대학 일학년이 되고 성동일이 서울 쌍동이 코치가 되어 서울에 오면서 이죠.
6. 작가님이 여성분이 신 것으로 보았을 때, 어려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자기 위주의 사랑을 하는 칠봉이와 주변을 먼저 살피고 챙기는 쓰레기 중에 남편감으로는 후자가 나정이 (여성 대변)를 더 행복하게 해 줄거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이 나정이의 마음인데, 나정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칠봉이가 아니고 쓰레기이기도 하구요.
7. 칠봉이가 2013년 나정이네 집에 놀러와서 자연스럽게 잠을 자러 들어가는 부분 (집들이 때 놀러와서 침실이 어디있는 지 어찌 아는가)과 쑥쑥이가 자주 늦는 다는 점을 안다는 것이 가장 애매한 부분인데 (같이 살거나 적어도 한 집에 지내는 일이 종종 있지 않고서야....), 이 부분은 앞으로 설명이 될 거라고 봅니다.
8. 캐릭터의 외모를 잊으시고 그냥 행동만 보세요. 칠봉이와 쓰레기 중 여성 (나정이가 대변)의 환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남성상이 누구인지.
9. 당연하게도 이 글은 쓰레기가 칠봉이보다 더 잘 생겼고, 더 멋지다고 생각하는 아줌마에 의해 작성되어서 편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읍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