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난, 유럽에서의 비! 비를 피해다니는 여행객으로 유명했던 내가 드디어 비를 만났다. 2달 여행동안 단 2번밖에 만나지 않았다는...^^ 지독하게 운이 좋은 럭키가이지만, 한 번 쯤은 꼭 유럽에서도 빗속 라이딩을 하고 싶었기에 어느정도의 반가움이 묻어있는 비다.
바이크 트레블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만나야할 고비 아닌 고비, 바로 비오는날의 라이딩이다! 한국은 워낙 비가 자주오기 때문에, 라이중에도 길거리에서 편의점 만나듯 비를 만난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선 종종 비오는날 강변 라이들을 즐기는 터프가이도 있고, 우비를 뒤집어 쓰고 여행을 이어나가는 여행객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아마..이 글을 보는 분들이 아닐까...^^
준비는 간단하다. 자전거에는 살짝 미안함만 전한다. '미안해..오늘은 비좀 맞자!!' . 페니어는 방수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지만, 비가 꽤나 거세서 한쪽은 비닐팩으로 감샀다. 카메라와 전자기기들은 다 저 안으로 ^^쏙~ 넣으면 준비 끝!!
나도 준비 끝! 방수가 되는 바람막이 위에 싸구려 우비를 쓰고, 모자를 얹어주기만 하면 된다. 사실 별다른 준비가 필요치 않다. 난..버린 몸이기 때문에..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난 한달간의 라이딩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가슴속에 품은 핸드폰이 음악을 내뿜으며 빗 속 라이딩이 시작됬다.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페달을 밟는 순간, 자유로움이 나를 덥친다. 비오는 유럽의 도로엔 아무것도 없다. 차도, 자전거도, 사람도. 멋진 안개만이 외로이 나를 맞는다. 후호!!!!!!!!!!!!!!!!!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난 이렇게 소리를 질러댄다! 뻥 뚤린 도로만큼이나 가슴속이 후련 해 진다! 쌓인 스트레스는 없지만, 그냥 마음이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가끔 물을 튀기며 지나가는 차를 흘겨본다. 낯선 땅에서 이방인이 혼자 도로를 누비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사실 한달 넘게 있다보니, 여기가 한국인지 유럽인지도 가끔은 헷갈린다는... 그럼에도 비오는 유럽의 풍경은 끝내준다. 툰 호수는 여전히 에메랄드 빛 이었고, 할말이 없을 정도로 유럽 특유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풍경을 만들어 낸다. 지나는 작은 마을들이 품고있는 분위기, 사실 이것이 내가 자전거 여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문제!!
라이딩 내내 필자의 눈은 찡그려 있고, '아얏! 앗!!'등의 괴상한 비명소리를 지른다. 이유는!?
바로...흙받이 때문이다..ㅠ.ㅠ 그렇다. 나의 자이언트엔 이 흙받이가 없다. 바퀴를 따라 올라온 도로의 빗물이 끊임없이 '강제세수' 를 시킨다. 이따금 올라오는 조그만 돌맹이와 흙들도 전속력으로 내 얼굴과 합체한다. 아프다...ㅠ.ㅠ 덕분에 옷도 얼굴도 성할 수가 없다. 날씨가 흐린탓에 선글라스도 낄 수 없다. 투명 고글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짐의 간소화를 위해 가뿐이..없애버린지 오래^^ 그렇게 난 돌에게..맞고 맞고 또 맞았다.
누구는 돈내고 안면 마사지를 받는 다는데...난 자연에게, 천연..따귀를 수백대 맞아가며 베른을 향하고 있다. 얼굴에서 올라오는 비린내가 역한건, 좋은 음식은 쓴맛인 것과 같은 이치겠지? 하...이렇게라도 정신승리를...
그러다 도착한 케밥집. 나의 점심은 이렇게 불쌍하고 애처롭게 이루어졌다. 비 맞고 케밥을 저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다고 콜라를 서비스로 받은건 자랑...^^
빗 속 라이딩을 즐긴 뒤엔, 메뉴를 고민하지 말자!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만족감 하나만으로도
당신은 최고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