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우편집중국에서 우체국택배 하차 분류 작업 알바를 1년 한 백수입니다.
선요약 후전개
1. 집중국 일 해서 살뺐다.
2. 우편집중국 시스템 이야기.(...이거 기밀 아닌가?)
3. 이걸 왜 유머에 올렸는지에 대한... 우편집중국 뒷담화.
윗분 말씀대로 집중국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식으로 지역이 자동 분류됩니다. 그리고 지역별로 분류된 우편물들이 각 지역별 라인에 떨어져서 각 지역 파렛트... 그냥 이동형 철창 박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물류 시스템 덕분에 생각보다 안전하게 운송이 가능하죠. 각 지역 파렛트에 담겨서 지역별 트럭에 싣습니다. 그리고는 다 실으면 바로 출발. 새벽시간에 달리기 때문에 익일 배송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처음에 저도 했을때 옥수수 시즌이어서 다리가 풀렸었습니다. 후덜... 그런데 옥수수, 김장, 방학, 크리스마스, 설날, 발렌타인, 개학, 화이트, 잠시 쉬고, 다시 옥수수 이렇게 1년을 보내니까...
살이 15kg 감량했습니다. 돈도 벌고 살도 뺀 좋은 운동... 그리고 팔 근육은... 어디가서 꿀리진 않게 되었습니다.
우편집중국 순서를 이야기 하자면.. 일단 충북지역 각지에서 타지로 보내야 할 우편물들이 집중국에 들어 옵니다. 그 트럭이 선착장(읭?)에 오면 파렛트를 꺼내서 컨베이어 벨트까지 이동합니다. 파렛트가 없으면 일이 이렇게 수월할 리 없죠. 파렛트가 없는 대형 소포, 가령 옥수수 300 * 7트럭이나, 절임배추 1만 포기, 등등 이런 것은 쇠창살이 없는 파렛트에 담아서 오거나, 컨베이어 벨트를 트럭 안까지 넣어서 착착 실어 올립니다.
알바 3명이 투입구 라인 3곳에 배치, 바코드를 위로 보이게 냅다 올려댑니다. 평소 1만 2천에서 시즌 닥치면 3만개까지 올라가는 지라, 야간 근무자가 주간 일까지 덤태기 쓰지 않으려면 투입 속도가 올라가야 합니다. 3만 개 되면 라인별 2명씩 실어 나릅니다. 그러고도 야간에게 넘겨주는 비극이 종종 일어납니다. 미안, 야간..
이렇게 올라간 소포들은 바코드 찍혀서 지역별로 떨어집니다. 이때 분류되는 지역이... 대략 30개 정도로 나뉘죠. 서울 수도권은 8개 정도 라인을 먹고, 나머지는 지역별로 하나씩 먹는 편입니다. 라인 별로 앞 라인 4명 뒷 라인 3명 이렇게 배치 되서 소포를 담아 댑니다만. 그렇게 우수수 떨어지는데... 잊지 못할 수원 라인... 거기 끼면 죽어납니다. 그리고 천안에 매주 목요일 생수 30박스 시키시는 분은 대체 누구야!!
이렇게 떨어지는 소포들은, 처음에는 일일이 바코드를 찍어서 파렛트에 옮겨 담았습니다만, 요새는 파렛 처음 것과 마지막 것만 찍어서 올린다고 하더군요. 이미 위에서 바코드로 다 분류 했기 때문에 ... 설명을 드리자면, 1에서 100개의 상품이 떨어졌을때, 예전에는 1, 2, 3, 4.. 이렇게 다 찍었습니다만, 요즘은 1, 100 만 찍으면 그 안의 숫자들은 다 그 파렛 안에 담겼다고 가정해 버렸기 때문에 일이 좀 편해졌습니다만.... 오구분이 잘 나는 편입니다.
오구분은 위의 바코드가 지역을 잘못 읽었을 경우, 그리고 분류가 잘못 되었을 경우, 그리고 이걸 사람이 확인하지 못했을 경우 발생합니다. 가령, 수원에 가야 할 것이 옆에 성남 라인에 떨어지면, 이거 익일로 배송 될 게 3일을 헤메다 옵니다. 그럼 바로 민원들어 오죠. ...훗, 우리 일 아니니 패스.. 라고 하고 싶지만 오구분 많이 나면 우리도 깨집니다. 그래서 숙련된 베테랑들은 척척 하고 잡아냅니다만... 초보자는 하기 어려운 스킬입니다. 그리고 시스템이 저렇게 바뀐 이상, 떨어지는 물건속도는 빨라지고, 일일히 확인하지 않아도 되니 오구분이 몇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슬프군요... 저 초창기에는 한 달에 오구분 6개 나면 혼났는데 이제는 매주 20개라니...
이렇게 파렛을 꽉꽉 채우면(물론 무거운 건 아래로, 가벼운 건 위로 올려서 파손을 막고 있습니다. 파손 이야기는 잠시후에.) 마무리 짓고 지역별로 파렛을 이동합니다. 그러면 거기에 트럭들이 대기 중이죠. 트럭이 다 차면 바로 즉시 부웅 하고 떠나고, 아까 선착장에서 물건을 내린 트럭들이 다시 그 자리를 메웁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신속하게 떠나는 거죠.
시간은... 주간 알바가 저녁 6시 30분부터 늦으면 새벽 1시 30분까지, 야간 알바는 새벽 1시부터 저새벽 5시까지 돌립니다. 차가 떠나는 시간이 대략 10시 즘 되면 떠나기 시작하니, 다음날 새벽 즘이면 먼 지방 우편집중국까지 물건이 도착할 시간이죠. 그럼 거기서 정직원분들이 분류해서 지역 우체국별로 내리실 겁니다. 아마.
시급은 4500원이었나... 주간 알바가 6시 30분에서 10시까지가 정 시간인데, 물건이 많을 경우 1시 30분까지 합니다. 이러면 추가수당 50% 추가. 거기다 야간수당은 기본이 50% 추가로 붙는데다 휴일에 나오면...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우편집중국 기계는 잘도 도네~ 돌아가네... 솔로인들은 여기로 오라...ㅠ_ㅠ)
아무튼 시급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어디 가서 떼먹는 편도 아니고, 15분을 넘기면 30분으로, 40분을 넘기면 1시간으로 계산해주는 덤이 붙기에 한 달 꾸준히 일하면, 시즌에는 80까지 받았었습니다. 거기다 야간 두어번 뛰면 100만도 꿈은 아니었죠. 주사님들도 다 좋으신 분들이고, 같은 알바생들도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녁 6시부터 늦어야 새벽 1시까지니까 대학 다니거나 직장일 하면서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였구요. 4대보험 적용되고...(이것도 추후에 뒷담화에서..) 월차도 보장되면서... 급한 일이 있을 경우 빼먹기도 가능합니다. 뭐, 너무 많이 빼 먹으면 월급 봉투가 얇아진다는 이야기는 정설이고, 20일 정도 빼 먹으면 해고 대상 1순위이긴 합니다. 그래도 그정도로 회사 결근하시진 않잖아요.
자아, 뒷담화 시간입니다. 우편집중국이 '어머, 느낌 좋다~'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끼리만 아는 이야기들도 많죠. 몇 가지 풀어 보겠습니다.
1. 김치 시즌 - 기타 택배에서는 김장김치를 안 받습니다. 왜냐... 깨먹거든요. 김치 국물 줄줄 새고 이거 어떻게 해! 어떻게 해! 그거 정리하고 변상하는게 귀찮아서 안 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체국만은 그런 것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김장물량 대 폭주. 재작년엔 그랬습니다만 작년에는 다른 택배들도 김장을 받기 시작해서 물량이 조금 분산되었죠.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 말씀 부탁드리자면.. 김장을 그냥 플라스틱 바구니에 넣어 보내지 마세요. 흔히 빠께쓰(푸르딩딩한 원통형, 뚜껑, 손잡이 있는 그 용기 말입니다.)에 비닐 포장도 안하고 담아 보내시면, 열에 2,3은 깨집니다. 그런 것을 원체 기계에 올리지 않고 수작업으로 일일히 옮기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만, 아예 여기 도착할 때 깨지거나 간혹 투입반이 멋 모르고 올렸을 때 사단이 납니다. 재작년 김장 시즌에 하루 평균 5개에서 많으면 12개 정도 깨진 적이 있었죠. 그때는 신속하게 주사님을 부릅니다. 사람살려! 주사님과 같이 김장을 꺼내서 비닐 포장하고, 저는 옆에서 테이프로 용기 짜맞추고, 나머지 한 분은 김치국물 닦고 있습니다. 이렇게 5분안에 완벽하게 수리하고 다시 실어 나릅니다. ... 그래도 깨끗하게 보내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마음은 듭니다. 파손에 대한 변상은 고객센터에 연락하세요. 저희는 모르는 일이에요.. 던진적도 없어요. 정말이에요.. ;ㅅ;
2. 생화학...?! - 두 어번 있었던 일인데... 어느날 기계에서 뭔가 파손된 물품이 감지되었습니다. 올라가서 잽싸게 꺼내보니 자그마한 스티로폼 상자. 귀퉁이가 떨어져 나갔더군요. 테이프로 싸매려고 살펴 보니... 앞에 해골마크. 떠헉... 이거 뭐야.. 이거 뭐야야아아아아!! 노란 바탕에 검은 해골 마크가 떡하니 붙어 있는데 누가 봐도 이건 매우 위험하다고 알 수 있는 거였죠. 오 마이 갓... 뭐지? 세균병기? 생화학 물질? 탄저균? 이거 뭐야아아아... 라고 했으나 단순한 염산 용액으로 밝혀져... 하아.. 괜찮아요. 이중 3중으로 밀폐되었던 거니까. 네. 그때, 위에 쓴 것 처럼 오버를 했다가... 아직도 놀림받습니다.
3. 저는 괴산이 싫습니다. - 괴산... 하아... 담배 한숨, 눈물 주륵... 괴산은 좋은 곳이죠. 네. 다만... 5월에서 10월 사이는 괴산이 싫을 때가 많습니다. 바로, 5월에 옥수수 시즌. 대학 찰옥수수가 괴산에서 나옵니다. 15kg 짜리 박스가 300개. 이런 트럭이 뒤에 7대에서 10대 대기중입니다. 문제는 그걸 기계에 올릴 사람이 저 밖에 없다는 게 문제. 많아야 3명입니다. 2명이 올리고 한 명이 쉬면서 교대합니다. 팔 빠져라 올립니다. 파손 물품도 아니니 척척 올립니다. 한트럭 빼고 나서 담배 한탐 가지려 하면 바로 다른 차가 들어와서 기사님이 말씀하십니다. 어이 빨랑 빼 달라고. 이따가 여수 가야 한단 말이제. ... 아저씨 탑차에 에어컨 좀 달아 주세요. 더워 디지겠다고요.. ;ㅅ;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밀폐 트럭에서 더운 여름날 땀 뻘뻘 흘리면서 옥수수 박스를 올립니다. ...네, 덕분에 살 15킬로 뺐습니다. 돈도 벌고 살도 빼고 근육은 늘고...
어느날 kbs1 를 보다가 괴산 스토리가 나오는 겁니다. 잠시 보던 와중에, 다음날 우편집중국 알바를 깜짝 놀라게 만든 사건이 벌어집니다. 방송을 인용하자면. '네, 저희 괴산은 옥수수 생산량 전국 1위를 자랑합니다. 그래도 옥수수는 괴산 생산량의 2위고, 1위는 바로 절임배추 입니다.'
...두둥... 이제 김장 시즌인데... 절임배추 보내면 다 우리 거치는데... 어허허허 망했다...
실제로 9월 직전에 일 관두시는 분들이 속출합니다. 다들 1년 찍으신 분들로 전년도 김장시즌의 참화를 알고 계신 분들이죠. 이야기 하자면. 배추 무게는 20킬로 입니다. 그런데, 절여서 소금물까지 들어 있으니 25킬로 입니다. 이런게... 1만개가 들어옵니다. 평소 1만 2천개 나르면 11시에서 12시 정도에 퇴근하는데, 이건 뭐, 갑자기 물량이 2배로 늘어납니다. 거기다 맥시멈 32 킬로에 육박하는 25킬로 짜리 1만개요. 거기다 터질 지 모르는 폭탄 같은 녀석들입니다. 이 때는, 특별반을 모집합니다. 배추 특공대... 단기 알바 10명이 충원됩니다. 냅다 나릅니다. 이거 야간에 맡기면 나중에 만났을때 주구장창 욕합니다. 그리고 미친듯이 날라 봐도 1시 30분에 끝나니, 시급은 짭짤하니까요. 일반 철창 파렛도 아닌 넓적한 파렛에 6개 들이 8단으로 쌓아서 랩 포장하고 지게차로 실어다 트럭으로 옮깁니다. 순식간에 해치우지만... 끝도 없이 들어옵니다. 이게 바로 인해전술... 종종 터지는 거 생기면 박스 밑이 눅눅합니다. 바로 다른 박스로 교체합니다. 이게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납니다. 여기 저기서 죽어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전천후라 랩질, 박스 수리, 수작업, 하차반, 지게차 등등을 맡고 있었는데... 어딜가도 곡소리가 들립니다. 정말이지 아비규환...
그래서 괴산이 싫어집니다. 잇힝.
4. ...이건 말하면 곤란한데... (이게 개그?)
- 이거 알려지면 우편집중국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 하락하시겠지만, 솔로들은 이해하실 겁니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이건 약과죠. 솔로 알바생들의 염장을 지르는 물품들, 네. 빼빼로 선생 되시겠습니다.
파렛에 넣기도 애매해요. 거기다 속에서는 열불이 나요. 하아... 간혹가다가... 1미터 짜리 빼빼로 만나면 으악! 전 알바생 모여서 구경하곤 합니다. 요새는 세상 많이 좋아졌어, 이런 것도 보내고...
그냥 일부러 니킥이나 카우플라이로 뽀삭 하지는 않아요. 횡령 방지를 위해 cctv가 항상 작동중이거든요.
그래서 빼빼로를 파렛 맨 밑에 깔아 주시고, 무거운 박스를 사뿐이 위로 얹습니다. 즈려밟기.
그리고 국어책 읽기로, '아이쿠 손이 미끄러 졌네~' <뽀삭> '아라, 이런 곳에 물건이...' <뽀삭> '피처, 와인드 업, 던졌습니다.' <뽀삭>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만 그 1미터 짜리 빼빼로는, 전방의 이병에게 보내는 빼빼로 였기에 다들 눈물을 흘리면서 고이 보내준 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쪽에서 잘 처리 할 겁니다. 하지만, 같은 날 걸린 장교님께 가는 1호 박스 빼빼로 염장 선물은... 후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밑에 리플이 달릴 겁니다.
- 겉표지에 파손주의 딱지는 붙이시는 게 좋습니다. 알바도 사람인 이상, 파손 주의를 모른체 하지는 않으니까요. 다들 조심조심 합니다만, 파손 위험이 높은 맨 밑에 깔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
그걸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분들을 보시면 피해 주세요. 아니면 아아, 박스 나르다가 맛이 갔구나 하고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셔도 좋아요. 저녁 무렵, 우편집중국 주변에서 출몰합니다.
- 다음날에 전국 어디로던지 무료로 가고 싶으시면, 파렛 안에 몰래 숨어 계셔도 좋습니다. 파렛 안에 들어가서 동물원 놀이도 했었죠. 우끼 우끼끼.. 그런데 형, 정말 트럭에 넣지는 말아 주세요. 그리고 트럭 아저씨. 안에 사람 있어요.
- 4대 보험이 적용됩니다. 실제로 파렛을 꽉 채우면 150킬로 이상 나가기에 거기에 발등 한번 찍히면 그대로 뽀삭 합니다. 저 첫 출근날, 한 알바 생이 파렛에 발등 찍혀서 전치 3개월 나왔다고 겁을 주시는데... 그게 실화였죠. 후덜덜... 파렛에 긁히거나 물건에 찍히거나 하는 일은 빈번합니다. 요주의가 필요하죠.
이렇게 사고가 났어도 차마 사고라고 말씀 못 드리는 이유는... 한쪽 전광판에 무사고 3600일 이라고 째깍째깍 흘러갑니다. 10년, 그러니까 3650일 무사고를 달성하기 위해 애쓰시는데 거기서 제가 사고 났다고 하면... 아마 밑에 '우리의 원수 XX 알바생.' 이렇게 현수막 걸릴까봐 다들 사소한 사고는 말 못하고 있죠. 뭐, 큰 사고는 보상 잘 하십니다만 심각한 수준의 사고는 없었습니다. 정말로요. 백혈병도, 에이즈도, 없었습니다.
- 신종플루가 우편집중국을 덮쳤던 시즌이 있었습니다. 다들 마스크 쓰고 일했죠. 손 소독도 열심히 했고요. 알바 친구 한 명이 걸렸습니다. 20일을 못 나왔죠. 그 뒤로 우편집중국에서 그를 볼 수 없었습니다. ...죽은 게 아네요. 짤렸습니다. 그때 봉급이, 우편집중국 알바 역사상 최저 임금이래나, 뭐래나...
- 소포발착계 옆으로 편지를 분류하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 가면, 일단은 여성을 보실 수 있습니다. 30대에서 50대 분들이 계십니다만, 간혹 피크때 가면 단기 알바 지원한 청초한 여대생 알바도 있었죠. 하지만... 그럼 뭐합니까. 그림의 떡인데... 소포계 파렛에 우편물이 들어와 있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합니다. 그럼 직접 전해 줘야 하거든요. 엣헴. ... 그게 1년 하면서 딱 2번 있었다는...
- 소포 겉 부분에 여자 글씨로, '우편배달부 아저씨, 감사합니다~♡' 이런 글 써 주시면, 힘이 납니다. 정말 눈물이 주륵... 그럼 정말 곱게, 안전하게, 털끝하나 안 다치게 파렛 최상부에 올립니다. 거기에 생화학 병기던, 대량살상무기던 상관 없습니다. 무사히 보내고 싶은 오빠의 마음... ... 아, 기왕이면 우편집중국 오빠들...이라고 추가로 써 주시면 더 좋습니다. 연락처를 적어 주셔도 좋아요. 네...
- 간혹 주소가 떨어져 나간 소포들이 많습니다. 그럴 경우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자세한 위치를 알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때는 소포를 뜯어서 내용물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죠. 저도 있었습니다, 딱 한번.
문제는... 여대생 물품이야아아아! (얏호!! 응?) 전공서적에, 학번도 확인하고, 어떻게 연락처가 없나 뒤적 뒤적... ... 뭐가 나오겠습니까... 하아... 의류, 생필품, 화장품, 세면도구 등등... 개인 프라이버시에 관한 물품들까지 쏟아져 나옵니다. 주사님들은 연세도 지긋하셔서 헛웃음만 치신다지만, 아직 미혼의 주사님과 솔로인 저로써는 남사스러운 물품도 나옵니다. 뭐, 길쭉한 특정 놀이기구 같은 건 아니지만요.
용케 연락처를 찾아내서 전화를 합니다. 두근두근...틀려! 아무튼 그렇게 주소 확인하고 제대로 붙여서 다시 재포장을 합니다만... 후우, 어디가서 만나지 말자. 난 너 볼장 다 본 기분이다. 아, 잠시 담배 한 모금...
뭐 이런 겁니다. 요새 민영화다, 복수 노조다 해서 다들 근심 걱정이 많으셨습니다만, 일단은 공무원이시다 보니 주사님들도 너그러우시고, 알바생들도 화기애애합니다. 다소 농담따먹기나 장난도 종종 칩니다만, 그래도 우편물에 대해서는 함부로 대하거나 일부러 깨먹지는 않습니다.(어이, 아까 위에 쓴 건 뭐야...)
우편집중국에서 2년 일하면 10급 주사로 올라갈 수 있는 특전도 있고요. 그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됩니다. 월급은 나름 박봉이지만, 150에서 180정도 받으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더 고생해서 돈 많이 버는 직업을 택하시는 게 낫겠지만, 여기도 즐겁고 할만한 곳입니다. 아직 지킬게 없는 학생들의 좋은 알바터죠. 알바비 미룬 경우도, 노예마냥 부려먹는 곳도 아니니까요.
-추신 (오유인들에게 고함) : 택배 보내실 때, 터지는 물품일 경우 2중에서 3중 포장을 해 주세요. 그리고 정형화된 스티로폼 박스 정도면 무난합니다. 올리기 애매한 사이즈의 플라스틱 용기는 락앤락이 아닌 이상 깨질 확률이 크니 요주의 바랍니다.
그리고 1호 짜리 큰 박스를 사용하실 경우 위에 공간 있어요. 하는 경우 찌그러집니다. 그런 택배 받고 싶지 않으시면 꽉꽉 채우시던가, 알맞은 사이즈의 박스를 구입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맨 위로 올려서 안 찌그러지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만일의 사태입니다. 만일의 사태...
마지막으로... 과도한 염장은 좀 자제를... 1호 짜리 박스에 거의 love 그래피티로 도배하신 분 계셨는데... 용케 잘 배송되었는지 궁금하네요. 걸리면 가만 안 둔다. 여기 솔로가 얼마나 많은 줄 아냐.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물 흘려가며 출근하는 기분을 알아... 흑흑... 어그로 끌지 마시고, '오빠 잘 부탁해~' 한마디 추가로 쓰시면 어그로가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아아, 정화되고 있어...
bgm 넣고 싶은데 방법은 모르겠네요. 무료하게 읽어보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