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통보는 제가 먼저 했습니다.
토요일날 새벽에 전화를 걸었어요. 저는 그 친구의 사랑과 관심을 잘 받지 못하면서
사귀는게 늘 불만이었고 그것 때문에 울면서 전화한적도 여러 차례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절 적게 사랑했기 때문인지 그냥 표현을 잘 안하는 성격인지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마지막 날은 제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데
그걸 알고서도 12시 넘어서까지 아무 연락 없더군요.
너는 여자친구 걱정도 안되냐고 서운한 맘에 문자를 했는데
그 친구는 미안하다고 내일 통화하자면서 미루더라고요.
그냥 잠을 자려는데 너무 비참한 기분이 들어서 잘 수 없었습니다.
걱정도 제가 시켜서 해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단지 이 사건뿐만이 아니라 같은 맥락에서 언제나 힘들었기에
가득 찬 컵의 물이 표면장력때문에 솟아있다가 작은 클립 하나로 흘러 내려버리듯이
그날 제가 무너져버리고 만겁니다. 헤어질 각오 단단히 하고 말한거긴 하지만
어떻게 제가 잡아주길 기대 안할 수 있겠어요.
최선의 경우 그 친구가 제가 이만큼 힘들구나 라는걸 알고
조금이라도 개선해 볼 마음이 있었다면 내일 한번 더 이야기 하자 고
그런식으로라도 말 할 줄 알았습니다. 물론 당시엔 안받아줄 생각이었지만요.
그리고 헤어지고 나서 그 다음날 바로 일촌명 변경 신청이 왔습니다.
아주 일반적인걸로요. 다이어리엔 잘가..라고 써있더군요.
제가 헤어지자고 했지만 하루만에 그런걸 다 정리해버린 그 친구 마음이
잘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전 먼저 헤어지자곤 했지만 아직 그 친구와의 추억에
싸이 정리를 확 할수없는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싸이 제목은 formaiting이고 자기소개는 reset이더군요.
결국 저는 말 한마디에 모두 지워질 수 있는 그런 사랑이었구나
제가 그동안 너무 아팠던 그 소중하지 않은 사랑이었음을 한번 더 증명하고 말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이 속상하더군요. 오늘은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괜한 오기를 부려 전화를 걸었습니다.
근데 돌아오는건 차가운 반응뿐이더군요. 어떻게 그런걸 하루만에 정리해버릴 수 있냐고 했더니
자기를 가볍게 사랑하는 사람 취급한답니다. 제 눈에 자기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었냐구요.
저한테 정말 실망이었답니다. 그래서 전 반문했습니다. 바보 같은 질문인줄 알지만
그렇게 가볍지 않게 날 배려하고 좋아했으면 왜 한번도 안잡았냐고요...
저를 욕하실 겁니다만 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정말 사랑한다면서 한번에 미련을 다 버리나요.
그러니까 저랑 더이상 무슨말을 하겠냐면서 전화 그냥 끊자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제가 말했습니다. 넌 그냥 내가 잡고 싶지 않았던거고 그냥 지금도 나랑 통화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잖아... 그리고 그 친구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마음은 많이 아팠어요. 결국은 전 그정도 사람이었던거니까요.
그치만 차라리 속은 후련하네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이제 그 사람도 날 기다리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대신 천천히 잊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때문에 많이 아파할까봐 걱정한
제가 참 한심 스럽네요.
먼저 헤어지자고 해놓고 뭔 생쇼냐 고 생각하는 분들 많으시겠지만
전 많이 지쳐있었고 어쨌든 우린 짧지않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제가 지쳐 헤어지자 했어도 정이 남지 않는다면
그건 마치 delete명령을 받은 컴퓨터와 다를 바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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