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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hil_3181
    작성자 : Jazzer
    추천 : 0
    조회수 : 716
    IP : 110.45.***.18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07/13 18:24:10
    http://todayhumor.com/?phil_3181 모바일
    [BGM] 제가 윤리교육학과 지원했었던 이야기

     

    BGM ♪

    화이트 - 네모의 꿈

     

     

     

    생각나는대로 쓴거라 쓰고보니 앞에 두서라고 할만한 것이 없네요.

    그리 긴 내용은 아니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래요.

     

     

    고교시절 2학년 때 담임인 남자선생님이 윤리 과목이었어요.

     

    담임선생님의 윤리 시간의 특징이라면, 필기를 상당히 많이 하도록 하시는 편에 속했고...

    음, 뭐랄까 말 그대로 교과서 중심으로 가시는 분이었죠.

     

    매번 수업에 들어오실 때 손에 들고 계신건 출석부랑 윤리책 딸랑 하나;;

     

    어느 날 청소시간, 교탁 위에 올려진 지도용 윤리 교과서가 눈에 들어왔어요.

    아마도 다음 시간이 윤리라 미리 가져다가 놓으신 모양이었어요.

     

    에... 제가 호기심이 왕성왕성 열매를 먹었는지, 이전에도 몇 번인가 다른 선생님들 교과서가 올려져있으면 슬쩍 들여다보곤 했었어요.

      

    겉모습을 봐서는 족히 5년은 된 듯한 그 윤리책을 똻!! 하고 펼쳤는데...

    제게는 상당한 문화컬쳐, 충격쇼크였습니다.

     

     

    윤리 교과서는 새 책이나 다름없는, 필기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었죠.

    겉만 손때가 많이 타서 너덜너덜 오래된 모양이었던 모양입니다.

     

    심지어 볼펜이나 형광펜으로 그은 밑줄 같은 것도 전혀 없었어요.

     

    선생님은 항상 윤리 교과서를 들고서 우리들에게 필기를 시킬 내용을 칠판에 잔뜩 쓰셨는데...

    정작 보고 계셨던 윤리 교과서에는 따로 적힌 필기나 메모 같은 것이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교과서에 따로 적힌 내용이 없을거라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많은 필기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칠판에 쓱쓱 적으셨는데 말이죠.

     

    이전에 본 다른 선생님들의 교과서는 교과서의 빈자리가 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필기나 메모한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다른 부교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없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질 못했어요.

     

     

    물론, 교사가 필기도 전혀 안 된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한다는 것이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수업을 받는 저는 수업 내용이 매우 알차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재미있고 수업도 잘하는 선생님'이란 아주 호감이 높은 분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생각했지만, 애들 사이에서 뒷담이 없었던 거의 유일한 선생님이었던거 같아요;;

     

    또, 필기도 많이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저희의 눈높이에 맞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었어요.

     

    남자 여자반이 따로 있는 남녀공학이었는데, 다소 거칠고 구수한(?) 표현을 써서 인기가 많았죠.

    물론, 여자반에서도 인기가 많은 분이었던걸로 알고있습니다 ㅋㅋㅋ

     

    아마추어 테니스 대회에 나가서 상품을 받아오셨다던가...

    아, 입버릇 같이 말씀하셨던 '토끼같은 자식과 여우같은 마누라'는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네요 ㅋㅋㅋ

    이건 진짜 실제로 들어보시면 웃긴건데, 글로 설명할 수 없어서 죄송할 따름 ㅋㅋㅋ

     

     

    뭐 어찌 되었건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저는 윤리교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고... 부산 모 대학의 윤리교육학과를 수시로 지원 했었습니다.

    다행히도 수시 1차에 붙고, 면접을 보러 오라더군요.

     

     

    ...하지만 전 면접을 보러가지 않았습니다.

    네, 현실이라는 벽이 높았기 때문이죠.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지만, 윤리 교사의 꿈은 지나치게 비전이 없었어요.

     

    굳이 언론까지 가지 않아도 뻔히 코 앞에서 라이브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교권의 실태.

    수백분의 일에 달한다는 임용고시의 압박... 윤리교사라는 직업은 현실적인 꿈과는 거리가 있는 진로였죠.

     

    더군다나 저는 집안의 장남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입에 풀칠할 정도의 직업은 가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하셨어요.

    네, 저도 물론 충분히 공감했고... 임용고시에 붙을만한 자신도 없었습니다.

    이미 1차적인 목표로 했던 다른 대학의 수시에 합격한 상황이기도 했구요

     

    저는 윤리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말하는 '자아실현'을 스스로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현실은 그걸 반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질 않네요. 아무래도 요즘 세상에서의 저는 매우 현실성이 결여되어있고 게으른 모양입니다. 하하;;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네모지고 똑부러지게 살기에는 제 성격상 너무 힘드네요ㅠ

    전 노랫말에 나오듯이 둥글게 살고 싶은데 말이죠...

     

     

    음... 이야기는 여기까지.

     

    제목은 윤리교육학과 지원한 이야기인데, 정작 그 이야기는 별로 없네요 ㅋㅋㅋ

    두서도 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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