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입니다.. 2년전의 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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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님의 명을 받고 김씨 아저씨의 차를 타고 강원도로 향했다.
초록의 우거진 산들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에 그동안 쌓인 피로가 몰려 잠이 들었다.
한 40분이 지났을까 목적한 곳에 도착해서 눈을 떴다.
환선굴 가는길, 태백이라는 이정표등이 눈에 띄었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가곡자연휴양림이 있는 삼척시에 포함되는 조그만 마을이었다.
이 마을.. 길을 따라 군데군데 들어서 있는 대청마루가 있는 옛 집들..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계곡 건너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70년대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개작된 듯한 계단식 논 밭들.. 그리고 그 사이에 나있는 길..
완전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풍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목적을 가지고 우리는 이 곳에 왔다.
우리는 한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주인이 없었다. 기다렸으나 언제 올지도 모르고 시간도 없었다.
할수없이 그냥 집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집 옆에 있는 개집으로 향했다. 순한 개였다. 짖지도 않고 그냥 개집속에서 으르렁 대기만 하고 있었다.
"이거 물면 어떡하지?"
"어우...나 한번도 안 잡아봤는데.."
"괜찮아..그냥 잡으면 돼.."
밧줄을 가지고 서서히 접근했다. 김씨 아저씨는 개의 목에 밧줄을 매기 위해 개를 어르고 있었다.
"쭈쭈쭈...착하지..이리와.."
개집속에서 경계하는 개를 달래는 자신의 모습이 멋적었는지 나를 향해 씨익 웃었다.
그 천진난만한 웃음과 우리의 목적이 너무나 대조적인지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개의 목에 밧줄을 매는 것을 성공한 아저씨는 개를 집밖으로 끌고 나왔다.
"자..저기 나무위에 매어.."
"어우..아저씨..나 이거 못해요...어떻게..."
"괜찮아...위에 걸어서 당겨.."
난 밧줄을 나무의 가지에 걸쳤다... 그리고...힘껏 당겼다.
공중에 떠버린 하얀개..
"컹컹..커커컹...컥컥.."
자신의 목숨이 여기서 끝날 것을 알았는지 심하게 몸부림을 쳤다.
난 밧줄이 혹시 끊어지는 것이 아닐까 염려하면서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눈이 허옇게 뒤집히며 거품을 무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개의 숨이 완전히 끊어질때까지 계속 밧줄을 당기고 있었다.
"커...커..커....컥..커..."
점점 소리가 약해지며 네다리를 주욱 늘어뜨리며 개는 숨을 거두었다.
"부디 다음 생에서는 짐승으로 태어나지 말아라.."
속으로 명복을 빌어준뒤 난 개를 내렸다. 완전히 늘어진 개를 들어 차에 실었다.
우리는 토치와 가스..그리고 수세미를 사 들고 계곡으로 갔다.
냇가의 돌위에 죽은 개를 올려 놓은 뒤.. 토치에 불을 붙였다. 개털타는 매퀘한 냄새를 맡으며
온몸 구석 구석을 불로 태웠다. 나무가지로 탄 털을 털어내며 계속 불로 지지고 난 뒤..
수세미로 완전히 씼어냈다.
첨에는 죽은 개가 너무나 불쌍하여 죽은 그 얼굴을 볼 수 없었으나 털을 완전히 제거하고 물에 씻어 놓으니 그때서야 개가 아닌 고깃덩이로 보이기 시작했다.
앞다리와 뒷다리를 닭 다리 뜯듯이 잘라내어 물에 씻어서 바구니에 담았다.
아직 체온이 남아서 뜨끈뜨끈하고 물컹한 고기 덩어리를 씻자니 군대때의 일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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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뽁희야 .. 애들 몇명 데리고 취사장으로 나와!!"
행정보급관님의 말에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부하사병 몇명을 데리고 취사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어디서 데려왔는지 커다란 돼지 한마리가 있었다.
"어..행보관님 .. 오늘 돼지 잡아요?"
"그래..오늘 회식하니까.. 니들 돼지 잡는거 도와줘.."
"어우..이거..."
아직 큰 동물을 죽여본적이 없었던 터라..마음이 불안했다.
백정이라 부르는 취사병 고참 한명과 돼지를 우리 속에 넣었다.
"잘 잡아.."
행정 보급관은 킁킁대서 서성이고 있는 돼지를 보며 함마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돼지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컹!! 머리 뼈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돼지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두다리를 높이 치켜 들었다.
그리고 이내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고 헐떡였다.
"으...~~"
도저히 보지 못하고 난 고개를 돌렸으나, 백정이라 불리는 그 취사병 고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칼을 들고 돼지에게 향했다.
그리고 숨이 남아 헐떡이는 돼지의 목을 칼로 푹 쑤셨다.
한번씩 숨을 쉴때마다 목에서는 피가 콸콸 쏟아졌다. 백정은 계속 칼질을 해댔다.
슥..슥... 온 몸에 피 칠을 한 그 고참이 악귀로 보였다. 이제 그 돼지는 역시 살은 짐승이 아니라 한개의 고깃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야..이제 옮겨.."
행보관의 명에 따라 우리는 돼지 다리를 하나씩 들고 취사장마당으로 나갔다. 그리고 펄펄 끊는 물을 부어 털을 제거해냈다.
완전히 털을 제거한 그 돼지를 우리는 취사장에 옮기고 난 뒤 다시 소대로 들어왔다.
조금 쉬었을까... 백정 고참이 나를 불렀다.
"야..뽁희야 너 할일 없지.."
당연히 병장 짬밥으로 하늘을 누르는 기세를 자랑하던 내가 바쁜게 있을 턱이 없었다..
"아뇨..바빠요.."
"에이..그러지 말고..나 좀 도와주라.."
"뭔데요?..힘든 일이에요?"
"아니..조금만 도와줘.."
"에이..도와주면 먹을 거 줄래요?"
"어..라면 한 박스 줄께.."
군대시절엔 누구나 그렇듯이 먹을거에 장사가 없다. 한두개도 아니고 한박스라니.. 난 소대원들의 환호성을 상상하며 취사장으로 끌려갔다.
그곳에는 일전에 잡은 돼지가 발린 고기가 되어 누워있었다..
"욱..이거 뭐에요?"
"어..돼지를 두쪽으로 갈라야 하는데... 좀 도와줘.."
"아쒸..내가 백정이요?"
"야야..힘든거 없어..그냥 한쪽만 잡아.."
우리는 갈라진 돼지 가슴을 한쪽씩 잡고...힘껏 눌렀다.
뿌드드득!! 갈비뼈 깨지는 소리와 함께 돼지는 완전히 두쪽으로 갈라졌다.
역시 무표정하게 칼질을 해대는 백정 고참. 저녁 회식준비를 위해서 바쁘게 고기를 발라내었다.
"아..이거 늦겠는걸....야..뽁희야 너 고기 바르는 것좀 도와주라.."
"아우..나 못해요...씨.."
"괜찮아.. 좀 해줘.."
그리고 나에게 정육점에서나 볼 수 있는 칼을 주었다..
투덜대면서도 칼을 잡은 나는 그 고참의 시범을 보고 고기를 바르기 시작했다.
"최대한 뼈에서 살을 많이 발라야돼.. 이건 이렇게..저건 저렇게.."
내키지않으면서 난 고기덩어리를 잡았다. 따끈따끈하면서도 물컹물컹한 그 느낌이 너무 싫고 징그러웠다.
"에이..후딱하고 들어가자.."
설겅설겅 칼질을 시작했다. 그렇게 몇분이 흘렀을까.. 난 나도 모르게 그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떻게 하면 좀더 살을 많이 발라낼까..어떻게 하면 좀더 쉽게 바를까..
"어이..김병장님.. 우리 누가 빨리 바르나 내기할래요..?"
난 깜짝 놀랐다. 사람이 살인을 하다보면 그 쾌감에 더더욱 살인을 저지른다 했던가..
이젠 더이상 징그럽지 않았다. 그 따뜻한 고기의 온도가 오히려 손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난 양손에 피 칠을 해가며 열심히 신나게 고기를 발라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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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목을 따고 배를 가를 차례였다. 고개를 돌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것도 경험이다라는 생각에 그냥 보았다. 김씨 아저씨는 이제 몸통만 남은 개의 배를 좌악 갈랐다.
"저기요.. 이거 가슴 가를 때는 중앙으로 칼질하고 나서 그냥 힘주면 갈라져요.."
윽..!! 군대때 돼지 가슴 한번 가른 경험으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을 하고 말았다.
"어..? 그래.. "
가슴을 가르고 내장을 꺼냈다. 허준이 스승의 배를 가를때 본 것이 이런 거였던가..
난 생물시간때 배운 내장의 위치가 과연 맞는 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요건 심장..요건 간..요건 창자.. 요건 ..어?..이건 쓸개네.."
난 간뒤에 붙어있는 녹색의 쓸개를 보며 배운 것과 실제와 들어 맞는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내장들을 물에 깨끗이 씻고 있는 동안 아저씨는 창자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개고기의 창자는 맛있기도 하지만 손질이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이유는 알겠지만 속에 들어있는 음식찌꺼기(일명 똥)와 세균들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소금으로 버무려 빨래하듯이 깨끗이 씻어야 한다.
위와 붙어 있는 소장..대장들을 일렬로 정리하고는 뱀을 따듯이 좌악 갈랐다.
소장부근에서는 소화가 덜된 음식찌꺼기가 나왔고, 대장쪽에서는 완전히 소화된 똥들이 주루룩 쏟아져나왔다. 그것 역시 물에 깨끗이 씻었다.
모든 고기들을 바구니에 담고 차에 실었다.
"우와.. 꽤 무거운데요..이거 보기보다 살 많네요.."
"그래..살 잘 쪘다.."
"야..이 정도면 20명이 먹어도 충분하겠다."
난 다시 몇년 전에 간 동아리 엠티때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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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들아 이거 씻어와라.."
"아..형..~!! 나 이거 못해요.."
"이것들이..하라면 해.."
"으...난 못해요.."
후배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도 그렇겠지만 매년 엠티때 삼겹살을 주 고기로 해왔지만 오늘은 사범님이 특별히 개고기를 한마리 선물해주셨다.
자루에 담겨져 있는 고기들을 씻어오라는 말에 후배들은 기겁을 했다..
"아이..새끼들..알았어..그럼 니들은 솥에다 불이나 때.."
난 자루를 들고 별장아래에 있는 냇가로 향했다.
"씨뱅이들..이런 일은 항상 나야.."
웃고 있는 동기, 후배들을 뒤로 하고, 난 궁시렁궁시렁 대며 자루를 들었다.
자루를 열자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욱!!"
코를 막고 자루속에 든 것들을 하나하나 꺼냈다.
고기를 먹어 보긴 했지만 이렇게 통째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다리 하나..둘....셋..넷.. 음..네개 다 맞군..요건 몸통..요건.."
윽!! 머리였다.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는 머리..
"음..이건 맨 나중에.."
다리와 몸통을 씼었다. 군대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긴 했지만, 간만에 할려니 다시 몸에 소름이 끼쳤다.
물컹물컹.. 주물럭주물럭.. 그렇게 씻어가는동안 난 다시 그 일에 빠져들었다. 만지기도 꺼려했던 것이 이제는 조금이라도 더 깨끗이 씻어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야들아..이거 씻은거 솥에 넣어라.."
마지막 머리만 남았다. 난 얼굴을 정면으로 들고 말했다.
"아이고..요놈아... 잘 생겼다.."
그리고 콧구멍..귓구멍을 손가락으로 후비며 구석구석 씻어주고, 입속으로 손을 넣어 이빨까지 고루고루 닦아주었다..
그 동안 친구와 후배들은 솥에다 된장과 양념을 넣은 뒤 고기들을 삶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술을 마실 시간이었다.
"야..고기 썰어라.."
"으..~~"
"이것들이..."
역시 그런 일은 항상 내 몫이다.. 난 잘 삶긴 고기덩어리를 들고 도마위에 올리고 설겅설겅 썰기 시작했다.
사범님과 선배들은 맛있다고 이미 먹고 있었고, 첨에 꺼리던 후배들도 어느새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새벽이 되자 술에 취해 고기를 써는건지 손을 써는건지도 모르고 열심히 고기를 썰어 선배들에게 바치던 나.
물론 그날 우리는 20여명이 개 한마리와 함께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즐거운 날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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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거 사무실 직원들끼리 회식하기에는 많은 것 같은데.."
사무실로 돌아왔다. 고기들은 모두 피를 제거하기 위해 물에 담궜고, 다리한쪽과 가슴과 내장만 솥에 넣고 끊였다.
내일 회식하기 전에 조금 맛 본다고, 소장님 이하 몇명만 모였다.
음..이건 간이군..이건 폐고..이건 지라..
좀전에 본 내장들이 잘 익어서 상으로 올라왔다.
"음..이거 맛 있는데.."
"개고기는 이렇게 먹어야돼."
모두들 한마디씩 했다..
"어이..정기사..넌 왜 안먹냐?"
"원래 고기 잡은 사람은 못 먹는 법이야.."
"너 그래서 안 먹냐?"
"하하..아니요...좀 있다가 고기 오면 먹을려고요..내장먹으면 배부르잖아요.."
"하하하하..."
"정기사가 뭘 아네.."
난 살아있던 개의 표정과 고기가 되어 썰리던 모습.. 그리고 지금 상에 올라온 익은 것들을 보며, 참 세상 웃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고기 한점을 집어 된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
졸 길지만... 예전에 겪었던 일들을... 지금 생각해보니..재밌네요..
아... 개 잡아 먹은 사실에 대해서.. 뭐라고 하신다면..할말은 없습니다만..
각자의 취향을..조금씩만 이해해주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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