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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317410
    작성자 : 오늘Ω
    추천 : 1
    조회수 : 216
    IP : 180.228.***.9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04/16 22:23:39
    http://todayhumor.com/?gomin_317410 모바일
    오늘 이맘때면 생각난다.
    뭐가 가지고 싶냐는 말에 너는 말했다.
    "인형."
    그래서 인형을 사줬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주머니가 가벼웠던 때였다.

    그때 네가 가지고 싶어하던 인형은 와이어가 들어있고,
    외산이었으며 캐릭터 상품이었다.
    휴대폰 요금 고지서가 날아오면 매달 부모님께 죄송했다.
    하루 용돈은 차비에 저녁값이 고작이었다.
    근근히 모은 돈이 네 생일이 오기 전 모였다는 것이 기적같았다.

    5만 4천 800원이었다.
    와이어가 들어있고 외국 마스코트 곰인형을 받은 너는 무척 좋아했다.
    그때 나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달리 떠올리고 싶지 않아 4월 내내 달력을 확인하지 않고 지내려 했다.
    그런데 업무상 어쩔 수 없이 확인했던 날짜는 16일이었고,
    오늘은 네게 와이어가 있는 비싼 곰인형을 선물해줬던, 네 생일이었다.


    우리는 정말 끔찍하게 헤어졌다.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을만큼 더럽고 지저분하고
    그 옛날 성경에 쓰여진 어떠한 형태의 더러움과 같았다.
    나는 널 혐오했다. 그럼에도 미운 정 하나 떨치지 못했다.
    사람은 변하는 것이라 말했던 네게서 오만 정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나는 내가 그간 얼마나 어리석고 미련한 사랑을 해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곰인형을 받은 너는 내게 말했다.
    "고마워."
    그 말 한 마디가 나를 행복하게 했었다.
    그러나 네가 네 친한 친구의 싸이월드에 남긴 방명록은
    그때 너의 고맙다는 말에 행복해했던 나를 등신으로 만들었다.

    '곰인형만 받고 헤어질 거야.'

    4월이 오고 16이라는 숫자를 보면
    잊었던 기억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소낙비 내리는 호수처럼
    내 마음에 작은 파문들을 일으킨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너무 힘들고 괴롭다.
    널 좋아하고 사랑해서 마음 아픈 것이 아니라
    너 따위 인간을 좋아하고 사랑했다는 내 자신이
    돌이켜 생각하면 너무 한심하고 미련스러워서 가슴이 아프다.

    오늘 너는 생일이라 축하 받겠지만
    오늘 나는 너무 힘들고 괴롭다.
    어떠한 일에 몰두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너무 원망스럽다.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2/04/16 22:26:28  61.74.***.52  워니-11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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